“아트바젤 홍콩, 서구에 亞 예술 알리는 역할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3일 03시 00분


에인젤 쓰양러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수년전만 해도 서구 작품 亞에 소개
작년 10월 파리서 팝업카페 열고
홍콩 작품 전시 등 공격적 마케팅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은 수년 전만 해도 가고시안, 하우저 앤드 워스, 화이트큐브 등 서구 대형 화랑의 작품을 아시아 컬렉터에게 소개하는 장이었다. 하지만 2019년 반송환법 시위, 2020년 팬데믹 등을 거치며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강해진 뒤로는 아트페어도 서구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에인젤 쓰양러(사진)는 “이제 아트바젤 홍콩은 서구에 아시아 예술을 교육(educate)하고,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예술계를 후원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아트바젤 파리’에 홍콩 서민 식당 ‘차찬텡’을 콘셉트로 한 팝업 카페가 들어섰다. 아트바젤 제공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아트바젤의 공격적인 ‘홍콩 마케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아트바젤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아트바젤 파리’에 팝업 카페를 열었다. 홍콩의 밀크티와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차찬텡(茶餐廳·서민 식당)’을 콘셉트로 한 이 카페에는 홍콩 현대 미술가 트레버 영의 작품을 전시했다. 유럽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몰리는 장소에 홍콩 문화 예술을 알리는 장을 마련한 셈. 쓰양러 디렉터는 “차찬텡 팝업은 팬데믹 시기에 기획했는데, 마침 아트바젤을 통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다는 홍콩관광청의 제안으로 실현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간 아트바젤 홍콩을 찾은 미술 관계자들은 홍콩이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만 있고 미술 생태계는 없다”는 지적을 해왔다. 홍콩은 글로벌 갤러리나 경매사는 많지만 공공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은 부족해, 유명 화랑이나 작가만 경제적 이득을 보고 현지 작가나 큐레이터는 들러리 역할만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쓰양러 디렉터는 “2012년 아트바젤 홍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서구 예술을 가져와 소개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10년을 넘어선 지금은 역할이 달라졌다”며 “그동안 홍콩에도 M+ 같은 공립 미술관과 비영리 전시 공간 등 예술 생태계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주제 기획전 ‘카비넷’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나 아시아 디아스포라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홍콩 독립 예술기관인 ‘파라 사이트’와 협력해 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필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쓰양러 디렉터는 한국 미술계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기획한 동남아시아 현대미술가 그룹전 ‘SEA Focus’나 일본에서 연 현대미술 투어 프로그램 ‘아트 위크 도쿄’ 등처럼 한국 고객들과 더 가깝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025 아트바젤 홍콩은 다음 달 26, 27일 프리뷰를 거쳐 28∼3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42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해 열린다.

#아트바젤 홍콩#아시아 예술#서구 화랑#홍콩 문화#현대 미술#에인젤 쓰양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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