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손잡은 문화재 장인들 “MZ세대와 소통, 기꺼이 도전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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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부터 ‘문화재 라이브 커머스’… 7월 ‘금박장’ 동시 시청자 13만 육박
이달 19일엔 ‘매듭장’ 장인 방송예정… “기존방식으론 전통공예 전수 한계
실시간 소통 등 생소하고 낯설지만 사명감 갖고 젊은세대에게 전할것”

지난달 진행된 금박장 김기호 장인의 라이브 커머스에는 12만8000여 명이 동시 접속했다(왼쪽 사진). 이달 19일에는 매듭장 김혜순 장인이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지난달 진행된 금박장 김기호 장인의 라이브 커머스에는 12만8000여 명이 동시 접속했다(왼쪽 사진). 이달 19일에는 매듭장 김혜순 장인이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동시 시청자 수 12만8000여 명. 유명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 장인(53)의 라이브 커머스에 몰린 사람들의 수다. 김 장인은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자신의 공방에서 금박장을 만드는 과정과 그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조선시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신부가 착용하던 ‘도투락댕기’를 소개할 때는 당시 왕실과 관계된 이들만 금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10만 원대인 금박 명함함, 금박 카드지갑은 판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MZ세대가 즐겨 찾는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네이버와 함께 올해 6월부터 매달 한 명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출연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열고 있다. MZ세대에게 전통을 알리기 위해서다. MC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 씨(42)가 장인의 공방으로 찾아가는 토크쇼 방식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한다. 시청자는 영상으로 공방을 둘러보고, 작품 제작 과정도 볼 수 있다.

장인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하게 된 건 전통 문화를 알리는 기존의 방식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김기호 장인은 지난달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강연과 작품 제작 시연에는 많아야 50여 명이 참석했다”며 “대학생 아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방식의 홍보가 젊은 세대에게 전통공예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 소목장 박명배 장인이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 캡처
올해 6월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 소목장 박명배 장인이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 캡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건 생소한 경험이긴 하다. 6월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 장인(71)은 시청자들의 “귀엽다”는 반응에 당황하며 수줍게 웃음 지었다. 그의 라이브에는 7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모였다. 박 장인은 “나무의 무늬를 담는 표현 기법 등을 설명해 예술품으로서 우리 전통 목가구의 조형성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조명과 카메라가 있는 생방송 환경과 실시간 소통은 처음이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토크쇼도 장인들에게는 낯선 방식이다. 김기호 장인이 아내에게 금박댕기를 생일선물로 준 것에 대해 박 씨가 묻자 김 장인은 당황했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너무 로맨틱하다”, “댕기 주는 사람 있으면 결혼해야죠 ㅎㅎ”,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와∼ 멋져요!”라는 반응을 남겼다. 김 장인은 “기존 방송에서는 작품에 대해서만 말했기에 사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답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달 19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보유자 김혜순 장인(77)의 쇼핑 라이브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MBC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편에서 유재석이 착용한 머리 장식을 만들었다. 김 장인은 “섬유라는 소재 특성상 매듭은 남아 있는 유물이 거의 없어서 제 작품을 통해 매듭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도에 나선 장인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게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의 사명감이다. 박명배 장인은 “무형문화재는 방치해 두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전통을 계승하고 보급할 수 있다면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도 기꺼이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라이브 커머스를 기획한 한국문화재재단의 김희정 상품기획팀장은 “수공예 작품이라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 않고 가격이 비싼 작품도 일부 있어 아직 매출이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대중이 무형문화재에 친숙해지도록 이를 널리 알릴 방법을 연구해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문화재 장인들#문화재 라이브커머스#mz세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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