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안에 답장 없으면 절교” 도전장 아니고 편지 맞습니다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7-20 03:00수정 2021-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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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함 벗은 서간집, 젊은층에 어필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교수, ‘디스’ 날리듯 티격태격하며
주고받은 편지글 묶어 출간… 유쾌한 독서편지 모은 책 등
기존 문법 뒤집는 시도 이어져
“닷새 안에 답장이 없으면 절교하자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지난해 6월 25일 이슬아 작가(29·여)는 작가로 활동하는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38)에게 도발적 이메일을 보냈다. 두 사람은 작가 모임에서 몇 번 대화한 적은 있지만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편지로 세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자며 독특한 제안을 남긴 것. 이 작가는 엠넷의 힙합 오디션 예능 ‘쇼미더머니’를 언급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펀치 같은 편지를 날리지 않으면 제가 거짓으로 아름다운 편지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남궁인 교수는 닷새 뒤 “작가님을 조금도 미워할 수 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두 사람의 ‘발칙한’ 편지 교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올 6월까지 1년간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주고받은 28통의 이메일이 서간집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문학동네)로 묶여 12일 출간됐다. 두 사람이 유머를 섞으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이 젊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이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4쇄를 찍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자는 “예의나 체면치레를 차리는 고전적 서간집을 벗어나고 싶어 발칙한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 최근 엄숙함을 버리고 있다. 요즘 서간집은 상대방의 허물을 공개 비판하는 이른바 ‘디스’ 문화와 더불어 인터넷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서로에게 진실한 마음을 전하는 서간집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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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출간된 서간집 ‘이토록 씩씩하고 다정한 연결’(스튜디오티클)은 30대 여성 작가 구보라와 도티끌(필명)이 나눈 20통의 독서 편지를 모았다. 두 사람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과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문학동네)에 대한 진솔한 감상을 밝히며 유쾌하게 떠든다. 이들은 당신과 나의 마음이 같다는 뜻으로 “네 맴 is 내 맴! 역시 우리는 운명의 데스티니”라고 말한다. 때론 “하하하핫핫핫!!!”이라는 요란한 웃음소리도 쓴다. 도티끌은 “서간집은 대중이 아니라 특정 대상을 상대로 쓰기에 작가의 속마음을 더 솔직히 드러낸다. 독자는 작가의 사적인 기록을 훔쳐본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쾌함 너머에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날카로운 비판의식도 담았다. 지난달 21일 출간된 서간집 ‘우리 세계의 모든 말’(카멜북스)은 1991년생 동갑내기 여성 작가 김이슬과 하현이 주고받은 편지 30통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즐겁게 떠들면서도 “아이를 왜 낳지 않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경험처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공유한다. 김난아 카멜북스 편집자는 “젊은 작가들이 내밀한 기억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사회적 의미로 확장해 젊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이슬아#남궁인#편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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