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완벽한 부부의 비밀…심리 스릴러 ‘비하인드 허 아이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5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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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한 젊은 영국인 부부가 있다. 남편 데이비드는 훤칠한 외모를 지닌 실력파 정신과 의사다. 부인 아델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부자다. 하지만 어느 날 부부의 삶에 흑인 여성 루이즈가 들어온다. 루이즈는 남편과 뜨거운 불륜을 저지르고, 부인과는 따뜻한 우정을 나눈다. 삼각관계가 무르익어 갈 때쯤 서서히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넷플릭스의 심리 스릴러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2위를 차지했다.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에도 오르며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제작을 지휘한 총괄 프로듀서 스티브 라이트풋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핵심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눈 뒤에’라는 작품의 제목이 의도했듯 우리가 밖으로 보여주는 것 너머에 숨겨진 비밀들을 다뤘다는 것이다. 라이트풋은 “개인이 삶을 사는 방식은 자신 외에 그 어떤 타인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라이트풋은 드라마에 대해 “항상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이 말처럼 주인공들은 겉으론 행복한 척하지만 속사정은 망가지기 직전이다. 데이비드는 매일 출근 전 아델에게 항정신성 약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남편이다. 아델은 마약에 빠져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 외톨이 주부로 산다. 루이즈는 싱글맘으로 사는 팍팍한 현실을 잊기 위해 데이비드와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드라마는 영국의 여성 작가인 사라 핀보로(49)가 2017년 펴낸 동명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드라마 역시 활자로 표현된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영상으로 잘 옮겼다는 평가다. 라이트풋은 “원작에서 표현된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원작자도 드라마화에 아주 만족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제작진은 야경증(Night terror)에 시달리는 루이즈의 꿈을 영상화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루이즈가 겪는 감정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르게 꾸는 꿈에 맞춰 세트장을 여러 개 만들었다. 행복한 꿈을 꾸는 장면은 밝게 연출한 세트장에서, 불행한 꿈을 꾸는 장면은 어두운 세트장에서 촬영한 것.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에릭 리츠터 스트랜드는 “(제작진들은) 루이즈의 악몽이 펼쳐지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한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냈다”며 “어떤 꿈은 그야말로 호러에 가깝고, 또 다른 꿈엔 반전이 있다”고 했다. 또 “각각의 꿈이 루이즈가 겪을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반영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끝으로 갈수록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제정신인지 알 수 어렵다. 라이트풋은 “누가 악당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부분”이라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캐릭터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충격적이라고 평가받는 반전에 대해 라이트풋은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 기분 좋다”고 했다.

스티브 라이트풋 총괄 프로듀서 인터뷰



―원작 소설 작품을 드라마화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레프트 뱅크 픽처스(Left Bank Pictures)에서 연락이 와서 각색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원작을 읽어보니 굉장히 재밌고 대단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시리즈로 꼭 각색하고 싶었다. 과정 자체는 아주 단순하고 원활하게 진행됐다. 나와 안젤라 러매나가 원작을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각본을 썼다. 그리고 나서 에릭 리히터 스트랜드 감독이 연출을 멋지게 해줬다.”

―원작자는 영상화된 작품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나.

“원작자인 사라 핀버러도 시리즈에 아주 만족한 것 같다.”

―아무래도 성인을 대상으로, 심리스릴러를 만들 땐 시청층이 한정적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본격 ‘성인용 스릴러’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선보이는데 부담되진 않았나.

“그런 부담감은 별로 없었다. 그런 것보다는 원작을 잘 살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밖으로 갈등이 드러나기보단 내면 안에서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 내면 묘사에 대해 소설과 달리 영상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원작자인 사라 핀버러가 이미 대단한 공을 들여 멋진 원작을 창작했기 때문에 원작에서 표현된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실제로 화면으로 그 부분이 잘 표현 됐기를 바란다!”

―특히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야경증을 꿈의 모습으로 영상화할 때 유의했던 점은 어떤 것 있나.

“꿈을 표현할 때 핵심은 루이즈가 꿈으로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고 삶이 지옥같이 변하는지 잘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감독인 에릭과 협업하며 꿈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공포스러우면서 동시에 루이즈의 내면을 잘 반영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미쳤고, 누가 제정신인지 알 수가 어렵다. 그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처럼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누가 악당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원작에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부분이다. 마지막까지 응원하는 캐릭터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인종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백인 여성인 아델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부를 지녔다. 반면 흑인인 미혼모인 루이스는 그녀의 삶을 동경하면서 그녀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원작에서는 루이즈와 아델이 모두 백인이기 때문에 처음 각본 작업을 할 때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시리즈에서 인종이나 계층과 같은 주제가 나타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원작과 시리즈의 핵심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삶을 사는 방식은 자신 외에 그 어떤 타인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사실은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이야기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관한 것으로, 항상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반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결말”이라는 평가부터 “소름 돋는다” 등 평가가 엇갈린다.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원작의 결말이 정말 좋았고 독특해서 늘 시리즈에서 이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이 사실 나는 기분 좋다. 사람들이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시리즈가 그런 관심을 이끌어 냈다면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

에릭 리츠터 스트랜드 감독 인터뷰

―인물들의 내면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드라화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꿈 영상을 찍는 부분이 어려웠을 것 같다. 가장 유의하며 촬영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스티브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루이즈의 악몽이 펼쳐지는 음울하고 미스터리한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시즌에 걸쳐 비주얼과 톤 측면에서 꿈이 발전해나가는 양상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꿈은 그야말로 호러에 가깝고, 또 다른 꿈은 반전과 뜻밖의 요소도 있는 스토리를 들려준다. 각각의 꿈이 루이즈가 이를 겪을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반영해서 꿈이 아닌 현실의 삶과도 직접 연관되도록 했다. 스튜디오 세트장을 만들고 꾸밀 때 세 단계로 구성을 했다.

루이즈가 엄마를 찾는 첫 번째 꿈 장면에서는 창문과 햇빛도 있고 여러 면에서 실제 집처럼 느껴진다. 그 다음으로 검은 복도의 미로에서 아담을 찾으러 뛰어다니는 장면은 복도를 어둡게 해놓고 촬영했다. 마지막으로 데이비드와 아델이 불에 타는 꿈을 꾸는 장면의 경우, 세트장을 마치 불에 타서 까맣게 된 듯한 느낌이 나게 해놓고 촬영했다. 각각의 꿈에 대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스튜디오에 사운드트랙까지 마련해서 배우들이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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