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뉴욕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소를 머금고 지시봉으로 서반구 지도를 가리키는 그림을 1면에 큼지막하게 실었다. 캐나다 위에 붉은 글씨로 가위표를 치고 ‘51번째 주’라고 새로 썼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아워 랜드(우리 땅)’, 멕시코만(灣)은 ‘아메리카만’,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하가 됐다.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풍에 대한 풍자로 읽혔지만 베네수엘라 사태가 터진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없게 됐다.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직후 미국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엔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사진과 함께 ‘FAFO’라는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까불면 죽는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를 친 진짜 이유도 밝혔다. 1년 6개월 안에 미국 회사들을 통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재건할 수 있다며 “유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어 미국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개입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해 “코카인을 제조해 미국에 파는 걸 즐기는 역겨운 남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며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작전을 할 거냐는 질문엔 “괜찮게 들린다”고 했다. 쿠바는 “그냥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마약·이민자의 유입을 차단하고, 천연자원 확보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 중남미를 탐내는 중국, 러시아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 회복’이 ‘트럼프 수정조항’이라는 이름으로 들어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그린란드 도처에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깔려 있다”며 “국가 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5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누구도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울 순 없을 것”이라며 “세상은 힘과 권력이 지배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린란드는 유럽과 아시아, 북미를 잇는 최단 항로이자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보물섬’이 탐난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멤버이자 오랜 동맹의 영토를 뺏겠다는 노골적 선언에 유럽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미국이 중남미를 ‘근외(近外·near abroad)’로 여기며 장악에 나서면서 중국과 러시아 역시 들썩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 논리로 중국이 대만을, 러시아가 옛 소련 지역을 공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을 위해 힘자랑에 나선 미국의 행보가 세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대가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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