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내륙을 잇는 길이 4.68km 교량이 개통했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에 이은 제3연륙교다. 높이 184m 주탑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교량 전망대가 있다. 기네스북에도 올랐는데 아직 다리 이름이 없어 ‘영종과 청라를 연결하는 교량’으로만 등재됐다. 도로 표지판에도 ‘제3연륙교’, ‘청라 방면’, ‘영종 방면’ 등으로 표시됐다.
▷교량 이름을 못 지은 건 지자체 간 이견 때문이다.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는 “영종대교가 있으니 이번엔 ‘청라대교’로 해야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공항과 영종하늘도시가 위치한 중구는 “인천국제공항대교나 영종하늘대교로 하자”고 맞섰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청라하늘대교’로 명칭을 정했는데 중구가 반발하며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에 명칭 재심의를 청구했다. 착공 전부터 시작된 논란이 8년 넘게 결론을 못 내 결국 ‘무명대교’로 개통한 것이다.
▷교량 이름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3년 개통한 ‘창선 삼천포대교’는 경남 사천시와 남해군이 다투다 양쪽 지명을 모두 포함시키는 절충안을 택했다.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건립된 ‘이순신대교’는 전남 여수시와 광양시가 논쟁을 벌이다 지명을 배제하고 중립적 명칭을 택한 경우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지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협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월 개통한 ‘고덕토평대교’를 두고 서울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경기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고집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토부가 지금의 명칭을 정하자 강동구와 구리시는 재심의를 청구하며 반발했고, 행정 절차가 모두 끝난 후에도 구리시는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한동안 수용을 거부했다.
▷세계 유명 다리 가운데는 상징성과 중립성을 두루 고려해 명칭을 정한 곳이 많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동방으로 가는 황금의 문’이란 뜻을 가진 해협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영국 런던의 ‘타워브리지(Tower Bridge)’는 빅토리아 여왕의 요청으로 인근 명물 ‘런던탑’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돼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대신 장소의 의미와 역사성에 집중한 선택이었다.
▷북쪽의 영종대교는 공항과 서울 강북 지역을, 남쪽의 인천대교는 공항과 서울 강남 지역을 연결한다. 그러다 보니 인천 도심과의 연결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섬과 도심 중앙을 잇는 제3연륙교가 추진됐다. 유일하게 보도와 자전거길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간 소통과 화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다리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표지판을 두 번씩 만들며 지역 예산을 낭비하게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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