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셋이 모이면 처음엔 육아나 교육에 대한 고민을 찔끔 나누고 이내 부동산 얘기로 옮겨타는 게 불문율이었다. 마지막은 늘 언성을 높여 정치 논쟁을 벌이다 막잔을 비우곤 집으로 향했다. 그러던 풍경이 최근 확 바뀌었다. 주식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끝난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심상치 않던 코스피가 새해 들어 매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니 화제를 독식할 수밖에 없나 보다.
▷코스피는 7일 전날 대비 0.6% 또 올랐다. 장중 4,600 선까지 넘었다가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장 막판 기어이 상승으로 마감했다. 7개월 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 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뉴욕 법정에 세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증시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코스피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는 아직이라던 입장을 바꿔 이젠 목표가를 5,650으로 올려잡은 곳까지 나왔다.
▷기록적인 상승장에서도 모두가 웃는 건 아니다. 전체 지수는 계속 빨간색인데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더 많다고 투자자들은 울분을 내뱉는다. 코스피가 반도체 일부 종목에 무등을 탄 모양새라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톱’의 시가총액은 835조 원, 540조 원으로 둘을 합치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를 넘는다. 두 기업 주가는 작년 한 해만 각각 125%, 274%가 올랐다. 이들을 제외하면 우울한 ‘블루’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일부 투자자는 주가가 내리면 이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상승 랠리가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던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주변에 호소하는 이들도 적잖다.
▷‘불장’에 빠지지 않는 게 ‘빚투’다.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7조8000억 원에 이른다. 비상계엄 충격이 컸던 2024년 말 15조8000억 원 대비 75%가 늘었다. 빚을 내서라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결연함이 숫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는 상승 랠리가 끝난 뒤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반대매매를 당하면 투자 원금은커녕 빚만 남게 된다. IMF 외환위기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가 대상승 국면에서도 무리하게 투자했다 전 재산을 날린 이들이 많았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승 곡선이 당분간은 이어질 거란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한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동학개미든 서학개미든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요즘처럼 하루 변동 폭이 큰 롤러코스터장에서는 꼭 좋은 결말만 보장되진 않는다. 나만 낙오될 것 같다는 불안함에 뛰어든 ‘포모(FOMO)족’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 모른다며 투자 결정을 미루는 ‘포보(FOBO)족’이 더 유리한 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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