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1부 김창덕 기자 공유하기 drake007@donga.com

안녕하세요. 김창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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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 1조원 발주… 원전 생태계 복원 시동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시의 원자력 발전 설비업체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했다. 당선인 시절인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창원의 원전 기업을 찾은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향후 원전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한 지원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925억 원을 포함해 2025년까지 4년간 총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신규 발주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꾸준한 일감을 만들어 원전 산업에 다시 활기가 돌게 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생태계에 속한 기업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은 원전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원전 정비 업체 수산인더스트리 등 생태계 내 다수 기업들이 발 빠르게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신규 사업을 위한 민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다. GS에너지는 4월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미국 SMR 전문회사 뉴스케일파워와 공동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뉴스케일이 보유한 SMR 설계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SMR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GS에너지는 발전소 운영을 맡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발전소 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기자재 공급을 맡는다.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회사다. 현재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2029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12기의 SMR가 들어가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6-29 03:00
원자재값 오르고 환율 불안… “10조 투자계획, 부담 1조 늘어날 판”심각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예상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 위기가 가시화되자 한국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를 대비하고 나섰다. 정부는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고한도인 37%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예정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산하 뉴욕 연준은 17일(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미 경제 전망이 이전보다 상당히 비관적으로 변했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6%, ―0.5%로 제시했다. 3월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9%, 1.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각각 1.5%포인트, 1.7%포인트씩 낮췄다. 뉴욕 연준은 또 올해 미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10%에 불과하다고 예상했다. 1990년대와 비슷한 경착륙을 할 가능성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봤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미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76.1%가 “이미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거나 내년 말까지 경기 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대기업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심각하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시작하는 하반기(7∼12월) 전략회의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의 위기 상황 대처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망 위기, 유가 및 환율 불안, 소비 침체가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폭을 연말까지 현행 30%에서 37%로 높이고,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기준단가를 L당 1700원으로 50원 낮춰 지급액을 늘린다고 밝혔다. 또 철도·도로 통행·우편·상하수도 등 공공요금은 하반기 동결을 원칙으로 하고, 전기·가스요금은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 촉진 및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40%에서 80%로 높인다.국내 기업들 비상경영 준비공급망 위기에 소비 부진까지 겹쳐…글로벌 CEO 15% “이미 침체 진행”삼성 전자제품 일부국가 판매 28%↓…현대차그룹 북미 판매 30% 감소러 반도체용 ‘稀가스’ 수출제한…SK-LG 등 ‘계열사 대책회의’ 가동 “시장의 혼돈, 변화, 불확실성이 많았습니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 위기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값 및 유가 급등, 환율 불안 등에 이어 소비 침체까지 대형 악재가 연이어 덮치고 있어서다.○ 소비 침체는 ‘우려’ 아닌 ‘진행형’글로벌 소비 침체는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유럽 등 주요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 전자제품 판매 실적이 전월 대비 약 28%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북미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9.8%나 빠졌다. 4월 ―16.9%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5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0.0%나 줄었다. 수출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상승기에 일정 부분 ‘환율 특수’를 본다는 건 예전 얘기다. 유로화 가치 급락 등 불안정한 금융시장으로 인해 달러에서 환율 효과를 보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상쇄돼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부담도 커진다. 국내에 생산설비를 짓더라도 미국 등 해외에서 장비를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환율 변동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5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10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환율이 10% 오르면 가만히 앉아서 1조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급망 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는 유럽 경영환경에 대해 “척박한 산업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중 유럽 현지 법인들로부터 소비 침체와 공급망 불안 등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실감 나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달 말부터 비우호적 국가에 대해 반도체 제조 등에 사용되는 ‘희(稀)가스’ 수출 제한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수출 제한이 본격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업들은 복합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1∼28일 모바일,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사업부서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SK는 17일 최태원 그룹 회장 주재로 각 계열사 CEO들이 모인 확대경영회의를 열었다. LG도 지난달 말부터 계열사별 전략보고회를 진행하면서 중장기 전략은 물론이고 위기 대처 솔루션을 찾고 있다. ○ 글로벌 기업 76%가 “올해 또는 내년 침체”글로벌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글로벌 기업 CEO와 고위 임원 등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CEO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유독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시기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CEO 중 15.0%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올해 중반’과 ‘올해 말’이 각각 12.3%, 31.0%였다. ‘내년’이라는 답변(17.8%)까지 더하면 76.1%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침체가 온다고 답한 셈이다. 콘퍼런스보드는 “하나의 심각한 악재 또는 여러 개의 작은 악재가 결합해서 세계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2022-06-20 03:00
‘기술’ 강조한 이재용…전기차 배터리-전장 기술 투자에 속도낼 듯“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장 강조한 단어는 ‘기술’이었다.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압도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 ASML과 유럽 최대 종합 반도체 연구소 IMEC 등을 방문했다. 그는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ASML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ASML 본사에서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직접 확인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핵심 장비의 선제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만 TSMC가 이미 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고, 삼성도 도입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반도체 외에도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의 연구 개발 현장까지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에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둘러보고, 독일에서는 2017년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카돈과 배터리 고객사인 BMW 등을 만났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이번 출장을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관련 기술 투자에 속도가 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을 밝힌 바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2022-06-19 20:17
LG “청년 AI 인재 연 4000명 양성”… ‘에이머스’ 발족‘에이머스(Aimers).’ LG가 연간 4000명 이상의 AI 전문인력을 길러내겠다는 목표로 만든 교육프로그램 이름이다. 인공지능(AI)과 조준(Aim)을 합성한 단어 ‘Aim’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인 단어다.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AI 시대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LG는 청년 AI 인재 양성을 위해 ‘LG 에이머스’를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전문가 수준의 AI 이론 교육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2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대상자를 선발한다. LG 에이머스에는 학력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AI에 대한 기초 지식과 코딩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 19∼29세 청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거주 지역에 따른 한계를 없애기 위해 두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사전 수요 조사 결과 청년 상당수가 비대면 교육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 에이머스’에 선발된 청년들은 7월 한 달간 배석주 한양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 국내 최고 AI 전문가 6인의 핵심 이론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율주행 레이더 센서를 주제로 한 ‘LG AI 해커톤’ 참가도 가능하다. 해커톤 참가자들은 8월 한 달간 LG의 산업 현장 데이터를 직접 다루면서 ‘제조 공정 최적화’, ‘상품 불량 예측 및 수율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우수한 성과를 낸 참가자에게는 LG 계열사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김이경 ㈜LG 인사/육성팀장(전무)은 “AI 인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6-15 03:00
[광화문에서/김창덕]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기습, 진정한 시험대 오른 기업들국내 대기업 연구개발(R&D)부서에서 센서를 개발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업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무량이 많아서? 오히려 반대다. 필수 부품이 없어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미국 B사에 제작주문을 맡겨오던 ‘포토 다이오드’는 보통 설계를 끝내고 발주를 넣으면 5주일이면 손에 쥐었다. B사는 최근 ‘제작’이 아닌 ‘제작 검토’만 넉 달이 걸린다고 회신했다. 제작을 못해준다는 검토 결과가 나오면 A 씨로선 넉 달을 허비하는 셈이다. 두 배로 오른 가격에 급행료까지 지불하겠다는데도 대답은 같았다. A 씨는 회사 내 시장분석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속 시원한 설명을 해주는 이가 없다. 전 세계 공장들을 세운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실험실까지 파고든 것이다. 공급망관리(SCM)는 사실 삼성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2000년대 초중반 급성장할 수 있었던 숨은 무기였다. 수요를 예측해 꼭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적기 공급 생산 방식’(Just In Time)은 부품 및 제품의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주문에서 운송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해 고객 신뢰도 얻었다. 한국 TV, 스마트폰, 가전 등이 세계 1위에 오르는 데 SCM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지금의 SCM은 정밀 데이터분석과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2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됐다. 이 때문에 뛰어난 SCM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과 전쟁이 몰고 온 공급망 리스크는 예상보다 범위가 넓고 치명적이었다. 자동차 주문이 밀려드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차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2020∼2021년 생산지연으로 입은 매출손실만 1100억 달러를 훌쩍 넘긴다는 보고도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반도체를 ‘싹쓸이’한 영향도 있지만 결국 자동차회사들이 수요 반등을 예상하고 사전 물량을 확보해놓지 못한 결과였다. 한국 기업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기업들은 앞으로 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의 공급망 위기를 불러온 수요 폭증이 언제든 식어버릴 수 있어서다. 공급망 위기에 놀라 ‘과도한 주문’을 넣거나 ‘과도한 설비 투자’에 나섰다가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경기 침체가 오면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공급망 관련 세계적 구루인 요시 셰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엔지니어링시스템학과 교수는 ‘채찍 효과’를 경고한다. 손잡이에 가해진 작은 힘이 채찍 끝의 거대한 움직임을 만드는 것처럼 수요의 변화가 공급망 가장자리에 위치한 기업들을 생존의 기로에 내몰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윌리 시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도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온라인판에 쓴 글에서 “공급망 관리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든 예측은 틀린다’는 법칙마저 생긴 불확실성의 시대다. 한국 기업들의 진정한 시험대는 바로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2-06-09 03:00
마스크 생산부터 백신주사기, 자가진단키트까지… “벌써 2년” 방역물품 中企 돕는 ‘프로’들‘마스크 대란’, ‘검사키트 부족’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짐을 쌌다. 마스크, 유전자증폭(PCR) 검사키트,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 자가진단키트까지. 2년 반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은 방역 관련 물품의 제조 현장에 있었다. 전국 각지 중소기업에 파견돼 회사 근처에서 숙식하며 그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길 반복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의 권오창(44), 김영오(55) 프로 얘기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사태 내내 방역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파견돼 생산설비를 컨설팅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수행했다. 23일 오전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충남 천안시의 젠바디에 가 있었다. 자가진단키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투입됐던 방역 관련 업체로는 벌써 5번째 회사다. 두 사람이 소속된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연계해 중소기업들의 장비 자동화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2∼3월 마스크 생산업체인 화진산업과 레스텍, 검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그해 5∼6월에는 PCR 진단키트 생산기업 솔젠트의 생산성 증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 LDS 백신주사기 업체 풍림파마텍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는 “이제 방역 관련 기업은 마지막이겠지”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런데 올해 초 오미크론발 5차 대유행으로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2월 시작된 젠바디 프로젝트는 워낙 긴박하고 규모도 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21명이 투입됐다. 권 프로는 “젠바디 직원들은 이미 평일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반납한 채 일하고 있었다”며 “상황 파악을 위해 질문하면 기존 생산량까지 차질을 빚을까 조마조마했을 정도”라고 했다. 젠바디에서는 진단키트 조립라인 2개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삼성 팀은 기존 라인들의 생산성을 30%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근 공장에 신규 라인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대기업에서 일했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다. 김 프로는 2년 전 솔젠트 지원 당시를 떠올렸다. 검체 시약을 넣는 박스를 빨리 생산하려면 생산된 제품을 위로 쌓아서 한 번에 옮기는 작업용 리프트가 필요했다. 간단한 장비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김 프로는 며칠을 고민하다 광주에 있는 한 후배로부터 해결 방안을 구했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대전∼광주를 왕복했다. 김 프로는 “방역 관련 업체는 단 하루라도 빨리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광주에서 부품까지 구해 오후 11시에 숙소에 돌아왔는데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고 기억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2015∼2021년 2800여 개의 중소기업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간 지원한 방역 관련 기업도 23곳에 이른다. 권 프로와 김 프로는 이날 천안으로 오며 각각 2일, 5일 치 속옷을 챙겨 왔다고 했다. 젠바디에서 점검 업무를 마친 이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각각 대전과 충남 공주로 향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프로젝트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5-24 03:00
[광화문에서/김창덕]평균임금 1.6억 원… 삼성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서울 한남동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는 한 달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원들이다. 요즘도 너덧 명이 ‘해결하라! 이재용 부회장!’ 같은 글귀나 구체적 요구사항을 쓴 플래카드를 든 채 이 부회장 집 앞을 지킨다. 삼성전자 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포함해 4개가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공동교섭단을 꾸린 뒤 사측과 임금 교섭에 나섰다. 15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진전이 없자 올해 2월 쟁의권까지 획득했다. 여차하면 파업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사항은 당연히 더 많이 받고 더 쉬고 싶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 영업이익 25%만큼의 성과급 지급, 자사주 지급, 코로나 격려금, 유급휴일 도입 등이다. 회사로서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4400만 원이었다. 2020년 1억2700만 원에서 1700만 원(13.4%)이 올랐다. 작년 노사협의회가 7.5% 임금 인상에 합의한 데다 좋은 실적으로 인한 각종 인센티브가 후하게 지급된 덕분이다. 게다가 지난달 말 노사협의회는 9%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작년만큼 성과급이 유지된다면 평균 연봉이 1억6000만 원에 육박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가장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건 주주들이다.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노조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요구하는데 삼성전자 주식을 사랑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발목을 잡히지 말라”는 직접적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회사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주총 직후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노조를 만났지만 소득은 없었다. 노조는 오히려 회사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총수와의 면담을 요구했고, 지난달 13일부터 자택 앞 농성에 들어갔다. 시선이 곱지 않은 또 다른 이들은 삼성 내 동료들이다. 삼성전자 노조 주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현재 조합원 수는 6000명 정도다. 전체 11만여 명의 5%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은 노사협의회의 임금 인상 합의와 관련해 이달 초 회사를 고발했다. 단체교섭권은 노조에만 있는데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5%의 인원이 전체를 대변하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올해는커녕 지난해 임금 교섭마저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노조 스스로 대표성을 주장하지만 동료들을 대표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게 삼성전자 비노조 직원들의 생각이다. 자칫 노조의 고발로 인해 올해 임금 교섭 결과 적용이 늦어지기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노조를 만들어 임금을 올려 달라, 복리후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다. 건강한 노조는 회사를 발전시키는 한 축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명 ‘귀족노조’라 불리는 일부 대기업 노조원의 목소리만 들린다. 함께 일하는 비노조원이나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조합원들만의 잔치가 반복된다. 이제 막 태동한 삼성전자 노조도 그 길을 따르려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2-05-09 03:00
“디지털 현장실사-마케팅으로… 코로나 ‘이동제한’ 뚫었죠”부산 강서구의 차량용 금형 제조사 건양아이티티는 지난해 9월 일본의 바이어로부터 구매를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이어 측은 제품 수입 의지가 강했지만 계약을 위해선 절차상 현장 실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 방문이 사실상 어렵던 시기. 건양아이티티는 KOTRA의 ‘디지털 현장 실사’ 서비스를 신청했다. 여러 대의 고화질 카메라와 촬영 지원 스태프가 투입돼 금형 부품의 실제 위치, 작동 여부, 제품 생산 및 가조립 테스트 등이 일본으로 생중계됐다. 결국 10월 최종 계약이 이뤄졌고 건양아이티티는 2억 원 상당의 금형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14일 KOTRA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동안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대거 무산 또는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동 제한’의 한계에 부닥친 탓이다. 그런 가운데 디지털전환(DX)을 추진하고 있는 수출입 지원 서비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젤네일 스티커 제조사인 엘라인터내셔널은 2020년 설립과 동시에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네일숍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 판로도 막혀버렸다. 실마리를 풀어준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이었다. 특히 일본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의 배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은 소상공인들에게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갈비골목에 ‘열혈쭈꾸미’란 가게를 낸 윈홀딩스는 이후 중랑구 면목동에 2호점까지 냈다. 이들도 코로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보조금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 윈홀딩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주꾸미 요리를 ‘밀키트’로 제작해 해외 수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KOTRA의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바이코리아’를 통해 해외 마케팅에 나섰다. 열혈쭈꾸미 밀키트 2만 달러어치가 올해 1월 미국으로 가는 배에 실렸다. 이 회사의 첫 해외 수출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간 이동 제한이 풀린 뒤 디지털을 활용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수출입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는 2월 중소기업들의 통합마케팅 채널인 ‘무역투자24’를 만들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해외 진출 정보제공 플랫폼인 ‘해외경제정보드림’(해드림)과 인공지능(AI)으로 유망 시장 및 잠재적 파트너를 발굴하는 ‘TriBIG’을 각각 공식 오픈했다. 대기업들처럼 DX에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들도 디지털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돕는 목적이다. 김윤태 KOTRA 중소중견기업본부장은 “코로나19가 엔데믹을 향해 감에 따라 글로벌 비즈니스도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며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면 소상공인과 내수 및 초보기업들도 ‘누구나’ 수출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4-18 03:00
[광화문에서/김창덕]새 정부 ‘1호 규제완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전쟁에서 이기려면 기본적인 전력, 전략과 전술, 자본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여기서 절대 빠뜨려선 안 되는 게 있다. ‘사기(士氣)’다. 사기가 높으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사기가 저하되면 상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사기는 매우 중요하다. 사기는 밖에서 사서 직접 넣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절한 외부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 스스로 자신감을 채우게 되고, 비로소 사기가 높아지는 거라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실적을 거두며 선방한 기업들이 많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사기가 올랐을 거라 여길 법하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기업들의 사기는 바닥권이라고 한다. 왜일까. 본보는 지난달 보도한 ‘2022년 기업 인식 조사’를 준비하면서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도 별도의 설문을 했다. 기업 스스로 판단하기에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떨지에 관해서였다. 일반 국민들 중에는 기업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비중이 비호감의 2배가 넘었다. 그런데 기업 스스로는 국민 시선이 부정적이란 답변이 긍정적의 1.5배나 됐다. 현실보다 스스로를 더 나쁘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30대 기업의 한 임원은 “오랫동안 적폐 대상으로 몰리다 보니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설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의 임원은 “재벌이니, 개혁이니 하는 뉴스를 매번 접하다 보면 꼭 우리 얘기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사기 저하에는 이런 ‘피해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원유 가격 급등, 환율 불안, 물류 대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같은 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때 찰나의 머뭇거림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한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이 활력을 찾게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부터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과 행보가 나오고 있다. 신발 속 돌멩이를 빼주고 모래주머니를 걷어내겠다는 약속에 기업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 한 경제단체 수장은 지난달 윤 당선인을 만난 후 “당선인이 (기업 활동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정을 잘 알고 있더라. 해결 방안도 진취적이라고 느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다. 첫 규제 완화 대상도 재계에서는 관심사다. 윤 당선인이 총 대신 전쟁을 치르는 무기라고 언급한 반도체 산업이 첫 대상이 될 수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데이터 산업이 혜택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시기다. ‘국가대표’라는 수사를 붙여준 것만으로는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들의 사기를 되살리긴 어렵다. 너무 늦지 않은 ‘1호 규제완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2-04-16 03:00
LGD, 올 OLED 출하 1000만개 넘을듯LG디스플레이의 올해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이 처음으로 100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LG전자 TV의 40% 가까이가 OLED 패널을 채용하는 등 TV 시장에서 OLED 장악력이 점차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TV용 패널 출하량은 2020년 447만2000개에서 지난해 742만6000개로 66.1% 증가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6.8% 늘어나 1016만 개를 기록할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했다. 2013년 첫 양산에 들어간 OLED TV가 7년 만인 2020년 초 누적 1000만 대를 넘어섰는데, 2년 만에 연간 1000만 대 시대를 열게 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20개 TV 제조사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지난해 매출액 29조9000억 원 중 40% 이상이 OLED 사업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2020년 영업적자를 냈던 이 회사가 작년 2조20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낸 데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OLED 판매 호조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계열사이자 LG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한 LG전자는 TV 패널의 무게 중심을 빠르게 OLED로 옮기고 있다. 작년 4분기 LG전자의 TV 매출액 중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38.9%였다. 2019년 4분기 20.4%에서 두 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올해는 이 비중이 4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LG전자의 OLED TV 판매량이 지난해 404만8000대에서 20% 이상 늘어나 5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의 OLED 패널은 사업 초기엔 프리미엄 시장만을 타깃으로 했다. 처음 양산된 55형 OLED TV의 소비자 가격이 110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OLED는 ‘고가’ 또는 ‘대형’ TV에만 주로 채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40형대 패널을 내놓으면서 타깃 시장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70형, 80형의 대형 패널을 만들 때 남는 자투리로 더 작은 패널을 양산해 제품화하는 것이다. 8.5세대(2200mm×2500mm) 원장 하나로 77형 2장과 48형 2장을 동시에 생산하는 식이다.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세컨드 TV’ 시장과 MZ세대를 중심으로 ‘게임용 모니터’ 시장이 가파르게 커진 것도 OLED 전략 변화의 배경이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OLED TV 사업을 10년째 하면서 대형 수요는 어느 정도 충족시켰고, 프리미엄 세컨드 TV를 원하는 고객도 충분히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올해는 42형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명실 공히 크기 기준으로 OLED TV 풀 라인업을 갖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4-05 03:00
탄소중립 향한 글로벌 키워드 ‘에너지 믹스’… “CO2 포집기술 눈길”세계 각국이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가면서 전략적 ‘에너지 믹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나 석탄 사용량을 한꺼번에 줄일 수는 없는 상황에서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와 LNG 사용 후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30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 발전량 중 에너지원별 비중은 석탄이 34.3%로 가장 높았고 LNG 29.2%, 원자력 27.4%, 신재생에너지 7.5% 등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화석연료 비중이 60% 이상인 구조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높이는 등 201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올리기에는 에너지 시장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NG의 탄소배출량은 0.63t/TOE로 석탄(1.10t/TOE)의 57.3% 수준이다. TOE는 석유 1kg당 발생시키는 열을 칼로리(Cal) 기준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환경유해물질 측면에서도 천연가스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량이 석탄에 비해 미미하다. 결국 탈석탄 기조 속에서 LNG 발전을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만 목을 매느라 화석연료를 무조건 퇴출시켰다가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더라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가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으로 한 걸음씩 옮겨 가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산화탄소 포집(CCS) 및 이산화탄소 재활용(CCU) 기술로 인해 LNG가 중심이 된 에너지 믹스 주장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CCS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압축, 수송해 육상이나 해상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CCU는 이산화탄소를 별도 용도로 재활용하거나 새로운 물질로 전환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 둘을 합쳐 CCUS라고도 한다. 글로벌 CCS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에서 상업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27개로 연간 36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총 1억1000만 t을 처리할 수 있는 106개 프로젝트가 추가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 E&S는 2012년부터 개발에 참여해 온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CCS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25년부터 20년 동안 연평균 약 100만 t의 저탄소 LNG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포스코도 ‘그린스틸’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로 수소환원제철과 CCUS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가 이 부문에서 기술 개발에 나서는 곳으로 꼽힌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3-31 03:00
손경식 경총회장 “새 정부, 반드시 노동개혁 완수해야”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들어설 정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는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노동개혁은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 된다. 영국과 독일에서처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연임해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손 회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과거 노동관계법을 만들 당시엔 노동자가 약하고 사용자가 강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며 “지금은 힘의 균형이 바뀌어 노동자들이 상당히 세졌기 때문에 노동 법규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낡은 노동 법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과거에 (법을 만들 당시) 지금의 게임산업을 생각이나 해봤겠느냐”라며 “새로운 산업이 자꾸 등장하는 만큼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 “MZ세대들은 경력이 아니라 자신이 기여한 만큼 보상받길 원하는데 그 말이 맞다”며 “대기업 노조가 유지하길 원하는 연공급 위주 급여제도에 대한 개혁 요구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기업 대상 처벌 규정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손 회장은 “경총에서 일반 행정법규 중 처벌 조항을 찾아보고 있는데 총 400개쯤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그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보다 공포에 질리도록 한다면 과연 좋은 법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여러 부분에서 노조 편향적이어서 재계 의견을 반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일괄 전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문제로 꼽았다.“정규직 과보호가 되레 일자리 줄여… 중대재해처벌법 주먹구구” 손경식 경총 회장, 3번째 임기 시작일부 노동자 파워 상당히 강해져 보호만 강조하던 제도 고칠 때노동이사제 민간 확대될까 우려…기업에 대한 호감도 늘어 고무적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정기총회에서 회장단 추대 및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두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손 회장은 세 번째 임기에서는 경제단체의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임 한 달여 만인 24일 서울 중구 CJ 본사에서 진행한 본보 인터뷰에서 손 회장은 새 정부에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손 회장은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은 “법과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노동관계법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후 ‘노동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 개정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보시다시피 힘의 균형이 바뀌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상당히 세졌기 때문에 노동 법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의 변화, 세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꾸 옛날 방식으로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며 “노동자의 과보호 문제, 특히 정규직의 과보호 문제는 오히려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경총 회장인 동시에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 회장은 택배노조(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이번 파업도 일부 노동자 과보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65일간 파업했고, 지난달에는 CJ대한통운 본사를 18일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택배노동자 전체의 8%만이 파업에 참여하고 나머지 92%는 그대로 일을 했습니다. 결국 파업 때문에 고객이 떨어져 나가면 열심히 일한 92%만 피해를 입는 거죠. 정부에는 사업장 내 농성을 막아 달라, 노조가 파업을 하면 대체근로를 허용해 달라는 딱 두 가지만 요구해 왔는데 결국 안 받아주더군요.” 손 회장은 노동개혁의 키워드로 ‘노동유연성’을 꼽았다. 손 회장은 우선 “일자리 문제는 길게 봐야 한다. 투자가 많아야 사업이 커지고 일자리도 많아진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 안타깝지만 결국은 ‘한국에서는 기업하기 괴로우니까’ 나가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정규직만 너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전체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손 회장은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시작되면 몇 년 후 민간기업에도 적용하자는 요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짚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회장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몇 나라 안 되는데 그중 독일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며 “그런데 독일은 기업마다 ‘경영 이사회’와 ‘감독 이사회’가 별도로 있고 노동이사는 감독 이사회에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경영 이사회만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근로자 대표에게 사실상 경영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또 산업 현장 대부분에 영향을 주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처법은 사고 피해자가 청원을 한 뒤 여론에 떠밀려 한 달 만에 만들어졌다”며 “영국에서 비슷한 법을 만드는 데 토론에 토론을 거쳐 13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노조는 표가 많고 기업은 표가 없는 거라고 착각하는데 우리(재계)도 표가 있다는 걸 보여줄 방법을 연구하겠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손 회장은 기업들에 ‘호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비호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는 동아일보 자체 조사결과와 관련해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팬데믹이라는 위기에서 기업들이 (백신, 일자리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게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3-28 03:00
대선 핵심 키워드는 ‘일자리’… ‘경제민주화’ 밀어내18, 19대 대선 당시 기업과 관련한 양당 후보 기사에서 많이 언급된 ‘경제민주화’가 20대 대선 때는 ‘투자자’ 등 실리적 키워드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18∼20대 대선 D―90일부터 90일간 두 명의 대선 후보가 함께 언급된 10대 종합일간지 기사 중 기업과 관련한 특정 키워드가 적어도 하나 이상 들어간 기사를 전수 분석했다. 기업 관련 키워드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5대 그룹 사명과 총수 이름, ‘기업’, ‘재벌’, ‘총수’ 등을 포함해 모두 25개로 설정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빅카인즈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1만2477개 기사의 24만여 단어였다. 고유명사나 지역명 등을 제외하고 20대 대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일자리’였다. 일자리는 18대, 19대에서도 각각 2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과 밀접한 단어였다. 20대 대선에서의 특징적 키워드는 ‘투자자’(2위), ‘코스피’(15위), ‘주식시장’(21위), ‘거래소’(23위) 등 주식투자와 연관된 단어들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맞붙은 18대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자주 거론됐다. 이는 문 대통령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쟁한 19대 때도 7번째로 많이 나온 단어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키워드 ‘톱30’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선 두 대선에서 나란히 3, 5위에 오른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이번에 7위, 17위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20대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톱30’ 안에 ‘불공정’(12위), ‘공정성’(14위), ‘불평등’(18위) 등 MZ세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공정 관련 키워드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현지 기자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김현지 기자 nuk@donga.com}2022-03-22 03:00
고개 숙인 CEO들… 주주 500만 시대의 상징 [광화문에서/김창덕]16일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성우 삼성SDS 사장은 이날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 부회장은 ‘게임최적화서비스’(GOS)로 인한 갤럭시 S22 시리즈의 성능 저하 논란에 사과하면서, 황 사장은 클라우드 사업 전환에 대한 준비 부족을 고백하면서다. 현재 삼성이 주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으로 보인다. 만약 10년 전 삼성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더라면 같은 장면이 나왔을까. 그것도 전년에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말이다. 예전 삼성의 주총은 특정 진영에 속한 시민단체들이 참석해 경영진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 장면이 주로 화제가 됐다. 지금처럼 일반적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주목받지는 못했다. 삼성의 변화 시점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부터로 보는 해석이 있다. 그해 7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대한 찬성률은 69.53%로 가결 기준인 66.67%를 2.86%포인트 차이로 겨우 넘겼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결집시킨 반대표가 만만치 않아서였다. 삼성 임직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오지 않았다면 자칫 합병이 무산됐을 수도 있었다. 당시 삼성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는 “주주의 무서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깨달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2015년 10월∼2016년 9월, 2017년 1∼10월 각각 11조3000억 원, 9조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한 것도 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엘리엇 사태를 겪으면서 주주 환원 정책이 대규모 투자 결정만큼이나 우선순위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의 모습을 그것만으로 풀이하긴 어렵다. 2018년 삼성전자는 50 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2017년 말 14만 명에 불과하던 전체 주주 수는 ‘동학개미’ 열풍을 타고 2020년 말 214만 명으로, 지난해 말에는 504만 명까지 불어났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주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2017년 10월, 2021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들을 내놓은 바 있다. 2016년 3조1000억 원이었던 정기 배당금은 지난해 9조8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4월 10조 원대 특별 배당이 이뤄지기도 했다. ‘주주 500만 시대’의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주주 친화적 기업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본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소액주주들은 조금이라도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비판자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주주인 동시에 고객이기도 한 500만 명은 삼성 경영진에 가장 두려운 존재다. 2014년 상장한 삼성SDS 역시 사정이 다를 리 없다. 한 부회장의 사과와 황 사장의 반성은 훌쩍 커버린 ‘주주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주주들도 그런 삼성의 변화를 반기고 있을 게 분명하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2-03-21 03:00
외국계 기업 10곳중 9곳… “올해 투자계획 아직 없어”외국인투자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국진출 외국계 기업 채용·투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투기업 101곳 중 27곳(26.7%)은 ‘올해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응답이 65곳(64.4%)이었다. 이번 조사는 임직원 수 100인 이상의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 투자계획을 세운 9곳(8.9%) 중에서도 7곳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고, 늘리겠다는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외투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까닭으로는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해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란 답변이 44.1%로 가장 많았다. ‘주요 투자 프로젝트가 이미 완료되어서’(26.5%), ‘과도한 규제입법으로 기업환경이 악화되어서’(5.9%), ‘높은 법인세율, 투자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서’(2.9%) 순이었다. 외투기업들은 상당수가 채용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14.9%가 ‘채용 계획이 없다’, 46.5%가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했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들 중에는 ‘작년 수준 유지’가 51.3%로 ‘작년보다 늘리겠다’(46.2%)보다 많았다. 소수지만 ‘줄이겠다’(2.5%)는 곳도 있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 확대를 위해 신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근로환경 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2022-02-24 03:00
예술 영역까지 파고든 AI, 인간과 어디까지 공존할까[광화문에서/김창덕]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독특한 디자이너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인공지능(AI) 휴먼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틸다(Tilda)’였다.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만들어 낸 디자인 패턴은 박윤희 디자이너를 거쳐 실제 모델이 입은 의상으로 탄생했다. AI의 등장은 이미 세계 비즈니스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AI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기존 대기업들도 저마다 AI 전담 조직을 만들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 AI의 발전을 바라보는 시각 중 불편한 관점을 가지는 건 과연 ‘AI가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꺾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AI의 위력을 실감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바둑 챔피언에 대해 “AI처럼 바둑을 둔다”는 해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AI의 위력을 실감하고 나서도 유일하게 남은 불가침 영역이 있었다. 예술 영역이다. 많은 직업들이 AI로 대체될 거라는 글로벌 컨설팅 펌의 보고서들이 이어졌지만 “내 얘기”라고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도 AI 발전에 따라 가장 빨리 사라지는 직업군 중 하나가 ‘기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예술 영역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의 창조성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학습’에 뿌리를 둔 AI와 ‘창조’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틸다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창조적인 특성을 가진 패션 분야가 오히려 AI가 도전하기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AI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얘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한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 경영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7-8월 합본호에 흥미로운 케이스 스터디를 게재했다. 레너드 슐레진저, 세라 애벗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글이다. 문제 제기는 미시간주 지방은행인 바니르 뱅코프의 베스 대니얼스 최고경영자(CEO)가 AI 도입을 추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것을 반대하는 최고인사책임자(CHRO) 간 다툼을 어떻게 중재하느냐다. “AI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 공동설립자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밥 리버스 이스턴뱅크 CEO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HBR는 비록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다. 눈에 띄는 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해준 인간적인 요소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리버스 CEO의 조언이다. 틸다의 데뷔가 처음 공유됐을 당시 디자인그룹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기술 기반의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떤 왜곡을 낳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배 원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AI는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제2, 제3의 틸다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기 힘든 건 사실이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2-0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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