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에서/김창덕]가속페달 밟던 자동차산업, 노조 리스크에 ‘급제동’ 위기한국 월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을 겪고 있는 탓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으로 ‘대한민국 투톱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조선업계 빅3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최근 2년간 수주 호황을 누렸지만, 재무제표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들은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을 나락에서 구해낸 ‘1등 공신’은 자동차산업이다. 8월만 보더라도 자동차 수출액은 52억9000만 달러(약 7조 원)로 작년 8월보다 28.7%가 늘었다. 14개월 연속 성장세다. 반도체(―20.6%), 석유화학(―12.0%), 석유(―35.3%), 무선통신(―7.8%) 등이 까먹은 걸 그나마 만회해줬다. 기업 실적도 좋다. 현대차의 2분기(4∼6월) 매출은 42조2497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7.4%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4조2379억 원으로 42.2%나 뛰었다. 기아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매출 26조2442억 원, 영업이익 3조40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0%, 52.3%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 반도체마저 없었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는 자조가 많았다. 지금은 “자동차마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더 자주 들릴 정도다. 그런 자동차의 질주가 잠시 멈출 위기를 맞았다. 브레이크를 잡은 이는 글로벌 경쟁사도, 외부 경영 환경도 아닌 내부의 노동조합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사는 지난해까지 각각 4년 연속,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그런데 올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는 각각 7월과 5월 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정치파업’이 끝난 뒤 이어진 임단협에서도 노사 협상은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말 파업권을 획득한 현대차 노조는 13, 14일 부분파업까지 예고 했었다. 기아 노조도 11일 파업권을 얻자마자 12일 곧바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여부를 논의했다. 매년 임단협에서 파업권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는 건 정해진 수순과 같다지만,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가 많다. 두 회사 노조는 특히 ‘정년 64세’를 협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만 60세인 것을 4년을 더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사측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무리한 정년 연장은 곧 신규 채용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가 올 3월 10년 만의 생산직 신규 채용에 나서자 700명 모집에 수만 명의 지원서가 몰려들었다. 작년 생산직 100명을 뽑은 기아도 그랬다. 현대차의 경우 12일 노사가 잠정 합의했기에 분규 없이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노조로서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시절’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악수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3-09-12 23:45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 정책 지원이 차이 만든다[광화문에서/김창덕]공급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원자재, 장비, 부품, 인력 등을 확보해 가장 효율이 높은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적기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했고, 그러지 못한 곳은 재고자산과 생산비용 증가에 힘겨워했다. 최근 경제 부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를 꼽으라면 ‘공급망’이 후보에서 빠질 리 없을 것 같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화살의 시위를 당긴 건 미국이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한 게 시발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한편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고 나섰다. 우호적인 국가들과는 경제동맹체 구성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이런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은 일본, 대만 등과 함께 미국의 행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나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의 대(對)미 투자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8월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시행 후 1년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관련 분야 대미 투자 발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110건 중 한국 기업이 20건(18%)이었다고 한다. 해외 기업(66건) 중 단연 1위였다. 유럽연합(EU·19건)보다 많고 일본(9건)의 두 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재편 중인 공급망 속에서 영향력이 확대됐을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유엔 무역통계를 살펴보니 지난해 반도체 장비 3대 강국(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대한국 수출액은 166억4000만 달러로 전년의 186억9000만 달러보다 20억5000만 달러 줄었다. 그만큼 한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경쟁국이자 동맹국으로 엮인 미국(25%), 일본(18%), 대만(13%)이 나란히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11%) 집중 견제 대상인 중국(―19%)과 같은 처지로 내몰렸다. 전기차 배터리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SK온이 1조5000억 원 수준의 국내 설비투자를 발표하긴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3사 투자 발표는 대부분 미국 또는 캐나다였다. 한국 기업은 모두 미국으로 몰려가는데,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해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책 지원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의거해 527억 달러를 내놓았고, 일본은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 투자액의 40%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중국을 직접 지목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 ‘탈중국’의 시계가 보다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실익을 챙기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과감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3-08-20 23:45 
‘쾌적한 환경’ 권리 뺏는 10년째 확성기 욕설 시위[광화문에서/김창덕]“툭 터놓고 얘기해서, 아침 출근 시간부터 욕설 섞인 확성기 소릴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인근의 한 기업 직원이 한 말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에선 10년째 집회·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기아의 지방 한 대리점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자동차 판매업자 A 씨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옆 염곡사거리에는 동서남북 방향을 가리지 않고 A 씨가 내건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다. ‘기아차 판매 내부고발 해고자 ○○○ 공동대책위원회’에서도 몇 명씩 나와 시위를 거들곤 한다. 현대차그룹 직원은 물론 인근 기업 직원들과 염곡사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원하지 않아도 A 씨 등의 주장을 보고, 들어야 한다. 그것도 정제되지 않은 비방과 욕설이 섞인 채로. 비단 A 씨 사례만일까. 삼성전자 서초사옥이나 KT 광화문사옥 등의 주변은 다양한 이유를 내건 시위대가 접수한 지 오래다. 대기업 총수 자택도 시위꾼들에겐 좋은 타깃이 돼 왔다. 헌법 제 21조는 1항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2항에서는 ‘허가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유를 확실하게 못 박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 수 있고,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회합하는 것을 막지 못하게 한 것이다. 거리로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이 권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시위를 하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은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시위대가 타깃으로 삼은 기업이나 기관은 잘못이 있건 없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피해를 보면 고소, 고발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동기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연관도 없는 시민들까지 듣고 싶지 않은 걸 듣고, 보고 싶지 않은 걸 봐야 한다. 한두 번 지나칠 땐 그러려니 하겠지만, 주변 주택에 살거나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피할 수 없는 ‘시위 공해’가 된다. 일부에선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환경권을 거론하기도 한다. ‘환경’에는 물, 공기, 토양 등 자연 환경 외에도 미관과 소리 등 사회적 환경도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에서다. 2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는 ‘전교조 34주년 결의대회’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제40차 촛불대행진’ 등이 잇달아 열리면서 수만 명이 운집했다. 일부 차로가 통제된 광화문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갑작스레 맞닥뜨린 대규모 시위에 당황해하며 자리를 떴고, 인근 예식장을 향하던 하객들 중에는 발만 동동 구르다 운전대를 돌린 이들도 있었다. 세상에 의무가 배제된 권리란 없다.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때도 타인의 권리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3-05-22 21:30 
[광화문에서/김창덕]MZ세대가 말하는 상식…기업·노조 모두의 생존조건2010년대 중반 막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세대’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이전 세대들과 사고방식, 행동양식, 언어가 모두 달랐다. 불과 몇 년 뒤 유튜브를 비롯한 웹 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10대가 ‘Z세대’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기성세대는 이들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한데 묶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출판물이 넘쳐났고, 기업교육 시장에서는 ‘MZ세대’를 키워드로 한 속성 과정들이 우후죽순으로 출현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MZ세대가 ‘현재’가 아니라 ‘미래’라고 선을 그었다. 50, 60대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들이 보기에 그들은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했으니까. 어쩌면 자신들이 못다 이해한 MZ세대가 이미 회사의 주축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현실은 어떤가. 밀레니얼세대는 이미 기업의 허리 라인을 장악했다. 일부는 중간관리자로서 조직 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Z세대들도 점차 사회로 진출하면서 ‘엄마찬스’ 없이도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Z세대가 누구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만 그쳐선 곤란해질 수 있다. MZ세대가 기업과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어떻게 바꿔나가려 하는지 객관적으로 마주할 때가 온 것이다. 본보가 MZ세대에 속하는 ‘20∼39세’를 대상으로 기업인식 조사를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기업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대략 이랬다. 기업에 호감을 가진 응답자가 비(非)호감이라 답한 이들의 세 배나 됐고, 본인이나 자신의 진로로는 ‘대기업 취업’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보다도 많이 선택했다. 기업·기업인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비록 ‘신뢰한다’는 답이 ‘신뢰하지 않는다’보다 적었지만, 정부·공무원이나 국회·정치인에 비해선 높은 편이었다. MZ들은 또 “소개팅에서 회계사보다 삼전(삼성전자)이 더 먹힌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지만 매출에만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잘못한 게 드러나면 바로 고개 숙여 사과는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들의 생각이 모두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오류투성이다. 그래서 MZ의 시각을 반영하는 게 기업 생존을 위한 ‘충분조건’이라 말하긴 힘들다. 다만 ‘필요조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한 대기업 임원은 본보 기사를 보고 “지금까지는 MZ세대를 관찰하기 바빴다. 이제 기업문화든 사업전략이든 그들의 말과 행동을 반영해야겠다고 새삼 느낀다”고 전해왔다. 사실 기업보다 더 급한 쪽은 노조다. 노조는 노조원들의 바람을 현실화하는 조직이다. MZ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MZ들에게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같은 발언은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근로자들 중 MZ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노조는 존재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노조에도 생존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왔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2023-02-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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