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김창덕 부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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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창덕 부장입니다.

drake007@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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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ST의 ‘24세 박사’ 시도… 꼭 성공했으면 하는 이유 [광화문에서/김창덕]

    국내 유명 공대의 A 교수는 틈만 나면 하는 얘기가 있다. “대학원생 뽑기가 너무 힘들어요.” 우선은 본교 졸업생들의 대학원 지원자가 너무 적다고 한다. 해외 유학, 대기업 취업, 벤처 창업 등 다른 선택지에 비해 국내 대학원은 매력이 떨어져서다. 본교 졸업반 학생을 두고 교수들 간 쟁탈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다른 학교에서라도 우수 인재들이 와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어렵게 선발한 뒤엔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주며 붙잡아야 겨우 과정을 마친다. A 교수는 “대학원생 기근은 매년 더 심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 따르면 이공계 쏠림 현상이 점점 심화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공계 쪽 인재풀이 그만큼 풍부해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전통적인 대기업은 물론이고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 같은 새로운 강자들도 이공계 전공자들을 집중 선발하니 그럴 만도 하다. 과학계에서 볼 때 고민거리는 최상위급 인재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공학자로 성장해야 할 이들까지도 모조리 의대에 진학하고 있어서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정원 3058명)이 매년 3000여 명을 먼저 뽑고, 그 후순위부터 서울대 KAIST 등의 비(非)의대가 선발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대학 진학 후 의대에 재도전하는 반(半)수생들도 적지 않다. 의사라는 직업이 과학자를 이른바 ‘고사(枯死)’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연구재단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피인용 상위 1% 논문’은 2021년 14위였다. 2011년 13위에서 오히려 한 계단 후퇴했다. 중국은 2020년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인도도 2011년 17위에서 2021년 9위로 8계단이나 올라섰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겠지만, A 교수의 푸념대로라면 한국의 순위는 점차 떨어질 게 뻔하다. KAIST가 내년 시행할 ‘패스트트랙 박사’ 제도가 유독 눈에 띄는 까닭이 여기 있다. 학부를 3년 만에 마치되 3학년 때 대학원(석·박사 통합 과정) 수업까지 듣게 해 박사 학위를 최대한 빠르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과학고 2학년을 마치고 KAIST에 조기 진학한 학생이라면 만 24세에 박사가 될 수 있다. 의사는 20, 30년 전에도 많은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꿈꾸던 직업이다. 하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아이들도 제법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아이들에겐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이 과학자를 압도하고도 남게 됐다. 진학률은 거기에서 결정된다. ‘24세 박사’를 키우겠다는 건 쉽게 말해 스타 과학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스타는 관심을 부른다. 2년이든, 3년이든 ‘남들보다 먼저’라는 유혹은 과학 영재들의 승부근성을 의외로 강하게 자극한다. 이런 제도 하나가 영재들을 ‘유인’할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한국 과학계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처럼 ‘허준이 키즈’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더 많은 ‘허준이’를 키워내기 위한 이런 시도들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국 과학에도 미래가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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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에 뜬 로봇개 ‘스팟’… 생산혁명의 상징이 돼주길[광화문에서/김창덕]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가장 화제가 된 순간은 로봇개 ‘스팟’의 등장이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뒤를 따라 무대에 오른 노란색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수많은 카메라 셔터에도 긴장한 내색 없이 임무를 마쳤다. 스팟은 그해 4월 경기 화성시의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에스코트했다. 올해 4월 방한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역시 환영오찬 장소인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게 스팟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11억 달러(약 1조4300억 원)를 들여 스팟을 개발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2020년 10월 정 회장 취임 후 이뤄진 가장 큰 인수합병(M&A)이다. 스팟은 등장할 때마다 화제를 불러왔지만, 정작 로보틱스 산업에서 진일보한 성과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일각에선 “1조 원짜리 안내견”, “로봇사업 주 수입원은 유튜브”(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19만 명) 등의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스팟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였다.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는 스팟을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식 직원으로 쓴다. 스팟 2대는 각각 방처럼 생긴 작업장인 ‘셀’에서 작업자 1명을 졸졸 따라다녔다. 사람이 작업을 마치면 15장의 사진을 찍고, 곧바로 38개 부품이 제대로 조립됐는지 검사한다. 스팟이 촬영한 이미지가 PC로 옮겨져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불량을 확인한다고 했다. 정 회장이 “로보틱스는 인간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던 그대로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HMGICS의 생산혁신은 스팟만이 아니다. 각 셀에서 조립한 차체를 옮기는 건 자율주행로봇(AMR)이다. 공장 전체를 디지털로 복사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찾아 수정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있게 한 컨베이어벨트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도록 셀 방식으로 설계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온 건 생산 효율성이 뒷받침돼서였다. 1970∼1980년대는 지금의 동남아시아처럼 저렴하면서도 성실한 노동력이 비결이었다. 1990∼2000년대는 치밀한 공급망관리(SCM)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국내 인건비는 비싸졌고 각종 노동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SCM은 개별 기업 경쟁력보다 ‘나라의 힘’이 더 중요해졌다. 글로벌 제조업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바이 코리아’의 매력은 점차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 스팟을 제대로 쓰고 있는 HMGICS 출현이 반가운 이유다. 현대차는 HMGICS를 생산혁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고 했다. 여기서 성공하면 국내외 신규 공장들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거다. 컨베이어벨트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집어삼켰던 포드의 성공 스토리를, 한국 기업이 다시 쓰지 말란 법은 없다. 스팟이 그 ‘혁명’의 상징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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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노란봉투법의 약자 보호?… 힘 없으면 법 어겨도 되는가

    9일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영계가 강력히 반발했고 노동계는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길 촉구했던 법이다. 경제단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대 성명을 낸 까닭은 무엇일까.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을 찾긴 어렵겠지만, 굳이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불확실성’이 아닌가 한다. 합법적 파업의 테두리를 넓히는 것도 두렵지만 ‘모호한’ 조항들 탓에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으니 쟁점별로 한번 따져볼 필요는 있겠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합법 파업의 조건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로 인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불일치로 인한 분쟁’으로 바뀐 것이다. ‘근로조건의 결정’은 급여나 근로시간 등에 대한 임금협상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대기업 강성 노조들은 매년 파업을 해왔다. 파업을 하지 않더라도 협상용으로 최소한 파업권은 획득해 왔다. 그런데 ‘결정’이란 단어가 빠지면서 경영적 판단 범위인 채용, 해고, 사업장 이전 등을 놓고도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법원에서 흔히 쓰는 말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노조가 생업을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서는 데 월급만 이유가 되겠나. 나 자신 또는 내 동료가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단체의 이름으로 회사에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은 노조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지만, 시행령을 통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부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기존 ‘사업주 등’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은 그야말로 실질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단어다. 결국은 재판을 통해 가리겠다는 얘기다. 수년간 많은 판례들이 쌓여야 대략적인 기준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산업계는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 노조원들이 자신과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 대신 원청업체와 임금 교섭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내게 월급을 주는 사장은 따로 있는데, 그 사장의 고객에게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한다는 얘기다. 적게는 수십 곳, 많게는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일하는 대기업은 일 년 내내 임금협상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화룡점정은 노조에 손해배상 책임의 ‘면죄부’를 주는 세 번째 쟁점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사용자 측이 노조원 개인별로 책임의 범위를 일일이 입증하도록 했다. 노조 파업으로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노조원 A 씨 10억 원, B 씨 30억 원, C 씨 5억 원처럼 개인당 손해액을 발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불법 행위는 처벌을 받는 게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불법 파업도 마찬가지로 관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그 누구도 약자라는 이유로 법을 어길 권리를 준 적은 없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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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시선 쏠린 아시아나 이사회… ‘기권’만은 말아야 할 이유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열린다. 예정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할 경우 일부 여객노선은 물론 화물 사업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면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한국에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를 오가는 여객노선은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운수권을 넘겨주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세부적으로는 EU집행위원회(EC)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도 어쨌든 방향성만큼은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골칫거리는 화물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우리는 통합에 100%를 걸었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배수진을 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EC는 그냥 도장을 찍어주진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두 항공사가 통합할 경우 화물 고객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한항공은 결국 EC 설득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이라는 사실상 ‘자해 행위’에 가까운 방안까지 내놨다. 여객, 화물 두 날개 중 하나를 버리고 반쪽만 인수하겠다는 거다. EC는 대한항공에 독점 해소 방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화물 사업 매각에 반대하자니 2년여를 끌고 온 두 회사 간 통합을 사실상 실패로 몰아갔다는 비판이 두렵다. KDB산업은행은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남겨진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재기하지 못하면 이사회 멤버들에게 두고두고 ‘책임’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찬성표를 던지기도 어렵다. 화물 사업까지 팔아 회사를 반쪽으로 만들었는데 EC가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한다면 어쩔 텐가. 게다가 EC의 벽을 넘는다 한들 미국 경쟁 당국이란 거대한 산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사회가 이번엔 결론을 내지 않고 결정을 ‘연기’하거나 사실상 ‘기권’할 거란 얘기도 들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수년간 정상적인 기업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중단된 채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왔을 뿐이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아시아나항공의 드라마틱한 반등을 이끌어낼 순 없겠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 반면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곳에 공을 넘긴다면 아시아나항공은 그만큼 더 오랫동안 ‘시계(視界)제로’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EU든 미국이든 경쟁 당국은 결국 통합 당사자들보다는 자국의 고객사들을 먼저 고려하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경쟁 관계에 놓인 자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보호하려 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처음 추진됐던 2020년 정부와 업계에선 세계 7위권 ‘메가 항공사’ 탄생을 기대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장밋빛 전망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세계 항공업계는 그사이 팬데믹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발판 삼아 저마다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어느 쪽이든 담대한 결론을 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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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사우디서 만들 ‘한국형’ 선박, 저성장시대 해법 될 기술수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는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사우디 합작조선소(IMI)가 막바지 공사 중이다. 독 3개짜리인 이 조선소의 부지 규모는 약 500만 ㎡(약 150만 평)로 축구장 700개 크기다. 2016년 12월 사우디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후 내년 완공 때까지 투입되는 자금만 5조 원에 이른다. IMI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를 포함한 사우디 기업 3곳과 HD현대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HD현대 지분은 20%. 울산에서 세계 최대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HD현대의 노하우가 중동으로 건너간 것이다. 게다가 2019년 맺은 ‘설계기술 판매계약’에 따라 IMI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이 건조될 때마다 HD현대는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챙기게 된다. 1971년 영국 조선업체 스콧리스고로부터 설계도면을 임차해 첫 선박 건조에 나선 지 50여 년 만에 거꾸로 설계기술을 수출하게 됐다. HD현대는 또 2020년 아람코 자회사인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사우디 산업투자공사인 두수르와 3자 합작으로 선박엔진 제조사 마킨(MAKEEN)을 설립했다. HD현대의 독자개발 중형 선박엔진 ‘힘센엔진’의 첫 라이선싱 사업이다. 마킨은 올 6월 IMI 인근 부지에서 착공식을 가졌고, 2025년 양산에 들어간다. 사우디는 1970년대 건설 역군들의 첫 땀이 서린 곳이다. 1976년 현대그룹이 수주한 주바일 산업항 공사는 9억4000만 달러 규모로, 당시 한국 국가예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많은 아버지들이 중동으로 건너가 외화를 벌었고, 경제 고속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제 그 사우디에 건너가는 사람들은 짐을 이고 나르는 대신에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른바 ‘두뇌 수출’이다.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수주 호황에 힘입어 ‘빅3’ 모두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뒀다. 현장 생산인력 부족으로 오히려 수주 속도를 조절할 정도다. 문제는 현재가 아닌 미래다. 국내 생산가능 인력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메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IMI와 마킨은 이런 한계를 벗어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제조업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규모 노동력을 투입하는 생산중심 제조업은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1등 공신이지만, 미래 한국까지 책임져주진 못한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이제는 완제품이나 반제품을 배에 실어 보내는 대신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자산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달 중순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HD현대 등 대기업 총수들이 일제히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사우디 최대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가장 큰 관심사다. 단순히 도로를 깔고 건물을 짓는 걸 넘어 대규모 도시를 ‘창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매력적인 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수준을 제대로 가늠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제2의 IMI 사례들도 함께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이러한 기술수출이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할 때 한국도 지긋지긋한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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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가속페달 밟던 자동차산업, 노조 리스크에 ‘급제동’ 위기

    한국 월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을 겪고 있는 탓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으로 ‘대한민국 투톱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조선업계 빅3인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최근 2년간 수주 호황을 누렸지만, 재무제표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들은 국제유가 등락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을 나락에서 구해낸 ‘1등 공신’은 자동차산업이다. 8월만 보더라도 자동차 수출액은 52억9000만 달러(약 7조 원)로 작년 8월보다 28.7%가 늘었다. 14개월 연속 성장세다. 반도체(―20.6%), 석유화학(―12.0%), 석유(―35.3%), 무선통신(―7.8%) 등이 까먹은 걸 그나마 만회해줬다. 기업 실적도 좋다. 현대차의 2분기(4∼6월) 매출은 42조2497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7.4%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4조2379억 원으로 42.2%나 뛰었다. 기아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매출 26조2442억 원, 영업이익 3조40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0%, 52.3%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 반도체마저 없었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는 자조가 많았다. 지금은 “자동차마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더 자주 들릴 정도다. 그런 자동차의 질주가 잠시 멈출 위기를 맞았다. 브레이크를 잡은 이는 글로벌 경쟁사도, 외부 경영 환경도 아닌 내부의 노동조합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사는 지난해까지 각각 4년 연속,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그런데 올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와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는 각각 7월과 5월 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정치파업’이 끝난 뒤 이어진 임단협에서도 노사 협상은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말 파업권을 획득한 현대차 노조는 13, 14일 부분파업까지 예고 했었다. 기아 노조도 11일 파업권을 얻자마자 12일 곧바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여부를 논의했다. 매년 임단협에서 파업권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는 건 정해진 수순과 같다지만,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가 많다. 두 회사 노조는 특히 ‘정년 64세’를 협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만 60세인 것을 4년을 더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사측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무리한 정년 연장은 곧 신규 채용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가 올 3월 10년 만의 생산직 신규 채용에 나서자 700명 모집에 수만 명의 지원서가 몰려들었다. 작년 생산직 100명을 뽑은 기아도 그랬다. 현대차의 경우 12일 노사가 잠정 합의했기에 분규 없이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노조로서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시절’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악수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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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용 커패시터필름… 삼영, 시험생산 들어가

    전기전자 소재인 커패시터필름을 생산하는 ㈜삼영이 신규 생산라인에서 전기차 콘덴서용 3.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필름을 시험 생산했다고 29일 밝혔다.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커패시터필름은 가전제품, 재생에너지(풍력, 태양력), 전기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3.5μm 이하 극초박막 필름은 전동화가 진행 중인 전기자전거, 드론, 소형 비행기, 방산용 장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전기차용 커패시터필름 시장은 일본과 독일 업체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영은 세계 3위 커패시터필름 생산업체로 월 1000t을 생산할 수 있다. 삼영화학공업이 모태였으나 주력 생산품이 포장용 소재에서 커패시터필름으로 바뀌면서 법인명을 4월 ㈜삼영으로 바꿨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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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의 경제적 효과, 車9800대 수출 맞먹어”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소속인 손흥민 선수(사진)가 지난해 한국 경제에 약 59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발표한 ‘빅리그 스포츠 스타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국가 이미지 조사에서 ‘한국’ 하면 연상되는 인물로 3.5%가 ‘손흥민’을 꼽았고, 2015년 영국에 진출한 점을 감안해 연간 인지도 상승률을 0.5%포인트로 봤다. 여기에 국가 인지도가 제품 이용으로 전환되는 비율 48.7%를 곱해 손흥민의 소비재 수출 기여도를 약 0.24%포인트로 추산했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재 수출액은 약 860억 달러(111조 원·2022년 평균 환율 적용)로, 손흥민이 기여한 규모는 약 27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승용차 약 98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것이다. 현경연은 이 수출액 증가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59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1840억 원 수준으로 산출했다. 현재 손흥민 외에도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빅리그를 포함해 유럽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는 17명이다. 현경연 측은 “스포츠를 포함한 한류 성장이 소비재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수출 구조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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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 정책 지원이 차이 만든다[광화문에서/김창덕]

    공급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원자재, 장비, 부품, 인력 등을 확보해 가장 효율이 높은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적기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했고, 그러지 못한 곳은 재고자산과 생산비용 증가에 힘겨워했다. 최근 경제 부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를 꼽으라면 ‘공급망’이 후보에서 빠질 리 없을 것 같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화살의 시위를 당긴 건 미국이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한 게 시발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한편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고 나섰다. 우호적인 국가들과는 경제동맹체 구성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이런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은 일본, 대만 등과 함께 미국의 행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나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의 대(對)미 투자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8월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시행 후 1년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관련 분야 대미 투자 발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110건 중 한국 기업이 20건(18%)이었다고 한다. 해외 기업(66건) 중 단연 1위였다. 유럽연합(EU·19건)보다 많고 일본(9건)의 두 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재편 중인 공급망 속에서 영향력이 확대됐을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유엔 무역통계를 살펴보니 지난해 반도체 장비 3대 강국(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대한국 수출액은 166억4000만 달러로 전년의 186억9000만 달러보다 20억5000만 달러 줄었다. 그만큼 한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경쟁국이자 동맹국으로 엮인 미국(25%), 일본(18%), 대만(13%)이 나란히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11%) 집중 견제 대상인 중국(―19%)과 같은 처지로 내몰렸다. 전기차 배터리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SK온이 1조5000억 원 수준의 국내 설비투자를 발표하긴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3사 투자 발표는 대부분 미국 또는 캐나다였다. 한국 기업은 모두 미국으로 몰려가는데,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해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책 지원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의거해 527억 달러를 내놓았고, 일본은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 투자액의 40%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중국을 직접 지목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 ‘탈중국’의 시계가 보다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실익을 챙기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과감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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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작년 5900억원 생산유발효과…車 9800대 수출 맞먹어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 소속인 손흥민 선수가 지난해 한국경제에 약 5900억 원가량의 생산유발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현대경제연구원은 20일 발표한 ‘빅리그 스포츠 스타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국가이미지 조사에서 ‘한국’ 하면 연상되는 인물로 3.5%가 ‘손흥민’을 꼽았고, 2015년 영국에 진출한 점을 감안해 연간 인지도 상승률을 0.5%포인트로 봤다. 여기에 국가 인지도가 제품 이용으로 전환되는 비율 48.7%를 곱해 손흥민의 소비재 수출 기여도는 약 0.24%포인트로 추산했다.지난해 한국의 소비재 수출액은 약 860억 달러(111조 원·2022년 평균 환율 적용)로, 손흥민이 기여한 규모는 약 27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승용차 약 98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것이다. 현경연은 이 수출액 증가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590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840억 원 수준으로 산출했다. 현재 손흥민 외에도 영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빅리그를 포함해 유럽에서 뛰는 한국 축구 선수는 17명이다. 현경연 측은 “스포츠를 포함한 한류 성장이 소비재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수출 구조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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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과학적 사실 외면하는 선동 비용은 결국 국민이 치른다

    미국 할리우드가 2004년 내놓은 ‘투모로우’는 제법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재난영화다. 지구온난화로 남북극 빙하가 녹으면 주변 바다의 염도가 떨어진다. 찬물이 깊은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표면에 머물면 적도의 따뜻한 물을 고위도로 옮기는 멕시코 만류 등 해류가 막히게 된다. 결국 열을 전달받지 못한 북반구 지역이 온통 빙하로 뒤덮인다. 실제 빙하기 끝 무렵인 1만2000년 전쯤의 ‘영거 드라이아스 기’가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영화적 상상이 더해졌다. 수십 년에 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단 6주 만에 일어난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덕분에 스토리는 긴박했고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들의 뇌리에도 기후변화의 ‘악몽’이 선명하게 각인됐다. 재미없는 과학적 사실에만 충실했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결과다. 관객들도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영화야 태생부터 픽션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 않나. 문제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현실에서도 과학적 사실을 비과학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목격된다는 점이다. 판단의 잣대로 삼은 과학을 믿지 못하면 결국 사회적 혼란만 커질 뿐이라는 걸 여러 차례 실감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는 의학적 사실에 과장과 거짓이 보태져 온 나라를 혼돈에 빠트렸다. 다리가 풀려 쓰러지는 미국 소 영상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말을 삼켜 버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공포심이 극대화됐을 때 과학은 설 자리가 없었다. 2017년 표출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적대감은 국가 에너지정책을 후퇴시킨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 원전 기술을 가진 한 기업을 통째로 날릴 뻔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영역이고 사회적 영향이 큰 이슈지만 판단의 기준은 과학이다. 그런데도 과학계 목소리, 특히 정치적으로 불리한 설명에 대해서는 철저히 귀를 닫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단언컨대 과학계는 분열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신뢰도가 곧 생명인 과학자들이 과학적 팩트를 놓고 거짓을 말하진 않는다”며 “일부 학자가 비전문 영역에 대해 무책임하게 발언한 것이 확산되고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2021년)에서도 그런 사례가 다수 언급된다. 방대한 양의 과학 논문 등을 근거로 한 책이다. 참고문헌 리스트만 80쪽에 달한다. 셸런버거는 서문에서 “환경 문제를 과장하고, 잘못된 경고를 남발하고,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이들은 긍정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며, 이상적인 환경주의의 적이다”라고 썼다. 그러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이나 브라질 아마존 등에서의 사례를 들며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의 선동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조목조목 비판한다. ‘환경’이 아닌 ‘환경운동’을 목적으로 삼았기에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고발이다. 지금 일부 한국 정치인들의 목적은 ‘국민건강’일까,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정치’일까. 정치인이 정치활동을 하는 걸 말릴 수 있겠냐마는 결국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건 그들이 아닌 국민이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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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장 멈춰 세운 불법 파업… 스스로 빌미 준 ‘개혁 명분’[광화문에서/김창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가 12일 5년 만에 파업을 강행했다. 부분파업이라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분명한 불법이었다.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서가 아니다. 올해 교섭은 11일까지 7차례 진행됐을 뿐이다. 노사 대표가 상견례를 하고 교섭 테이블에 앉아 노조 요구안을 읽어내려가는 단계다. 보통 20차례 안팎의 교섭이 진행됐을 때 노조 요구안 읽기가 두 번 정도 끝난다고 한다. 이때부터 노사 양측은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도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파업(쟁의)을 위한 절차를 밟는다. 아직은 파업 운운할 때가 아니었단 얘기다. 현대차 노조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파업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도 2019년부터 4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협 또는 임·단협을 타결했던 좋은 기억을 뒤로한 채 말이다. 첫째는 금속노조의 압박을 꼽는 이가 많다. 형제 단체인 기아 노조는 5월 31일 민노총 총파업 당시 부분파업으로 동참했다. 기아의 노사 간 임·단협이 이달 3일에야 시작됐으니 당연히 쟁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이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5월 총파업 때 기아와 달리 현대차가 빠지면서 이번엔 금속노조로부터 현대차지부에 강한 압박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대로 기아는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금속노조 입장에서는 대표 사업장인 현대차와 기아가 한 번씩은 상급단체의 뜻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둘째는 불법 파업을 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현대차 노조가, 같은 해 11월에는 현대차 및 기아 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다. 3건 모두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기소유예였다. 검찰이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나아가 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은 노조원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파업은 단체행동인데, 개인별로 손해액을 발라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에서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 파업을 막을 마지막 카드인데, 이를 무력화시키는 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요약하자면 현대차 노조는 결국 상급단체의 정치파업에 들러리를 서려는데, 불법이라고 해도 딱히 책임을 묻지도 않으니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노총의 총파업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파업 행태”라며 “현대차 경영진이 정권 퇴진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를 위해 무얼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명백히, 정치 파업은 적법한 파업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에 맞서 3일부터 산별노조가 돌아가며 순환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리에 나서 확성기를 든 그들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입증해 내고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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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창덕]글로벌로 확장하는 K배터리… 국내투자 명분도 만들어줘야

    프랑스 르노그룹이 최근 부산에 연간 생산 20만 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귀도 하크 르노그룹 부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밝힌 내용이다. 투자 금액은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양산 시점은 2026년 이후다. 기아가 4월 경기 화성시에서 전기 베이스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공장 착공식을 열었고, 현대자동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을 4분기(10∼12월)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의 외로운 투자 행보에 르노가 가세하면서 국내 전기차 생태계도 활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르노의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지근거리에서 안정적으로 납품해줄 배터리 공장이 지어져야 한다. 미국,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이나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앞다퉈 자신들의 안방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이유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배터리 기업을 3곳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도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 짓기로 한 합작 공장에만 집중해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북미의 경우 한국 배터리 3사가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단독과 합작 공장을 포함해 모두 15곳, 생산 규모로는 56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공장이 지어질 곳도 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 미국이다. 국내 공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오창플랜트는 18GWh, SK온의 서산공장은 5GWh 규모다. LG가 향후 33GWh로 확대할 계획이라지만 해외 투자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박정호 르노코리아 상무는 22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배터리산업 간담회에서 “한국 전기차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생산 부족으로 투자 결정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배터리 때문에 전기차 공장 투자가 엎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사히 투자로 이어져도 K배터리의 안방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할지도 모른다. 배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투자의 실익이 없어서다. SK온과 미국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공장 3개를 지으면서 미 에너지부로부터 최대 92억 달러(약 12조 원)의 정책자금을 저리로 빌릴 수 있게 됐다. SK온이 현대차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은 7억 달러의 보조금을 챙길 예정이다.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 공장도 15년간 세금을 면제받는다. 한국에선 기대하기 힘든 조건들이다. 무역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현 SK온 팀장은 “국내에선 경쟁국 대비 지원 규모가 미흡하다”며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지방투자촉진 보조금도 기업당 최대 지원 한도가 국비 100억 원으로 제한돼 아쉽다”고 했다. 자유경쟁시장에서 기업 유치의 가장 큰 명분은 돈이다. 유치 조건이 적어도 경쟁국들보다 모자라진 않아야 한다. 자칫 방심했다간 배터리를 수입에만 의존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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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HD현대 ‘드림콘서트’ 성황리 끝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K팝 행사 ‘제29회 드림콘서트’(사진)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콘서트를 후원한 HD현대는 28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전날 열린 드림콘서트가 관객 3만여 명이 찾은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부산엑스포 유치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드림콘서트가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렸다. ITZY, 비투비, NMIXX, 오마이걸 등 전 세계에서 팬덤을 가진 K팝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번 콘서트는 25∼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의 공식 폐막공연 역할을 겸했다.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포함한 3만여 명의 관객은 엑스포 유치 후보지인 부산 북항 일원의 변화된 모습을 감상했다. 관객들은 이날 공연 중 엑스포 유치 응원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드림콘서트를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를 향한 우리 국민의 열정을 확인했다”며 “공연장을 찾아준 각국 정상들을 포함한 세계 K팝 팬들에게 이 열기가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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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쾌적한 환경’ 권리 뺏는 10년째 확성기 욕설 시위[광화문에서/김창덕]

    “툭 터놓고 얘기해서, 아침 출근 시간부터 욕설 섞인 확성기 소릴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인근의 한 기업 직원이 한 말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에선 10년째 집회·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기아의 지방 한 대리점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자동차 판매업자 A 씨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옆 염곡사거리에는 동서남북 방향을 가리지 않고 A 씨가 내건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다. ‘기아차 판매 내부고발 해고자 ○○○ 공동대책위원회’에서도 몇 명씩 나와 시위를 거들곤 한다. 현대차그룹 직원은 물론 인근 기업 직원들과 염곡사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원하지 않아도 A 씨 등의 주장을 보고, 들어야 한다. 그것도 정제되지 않은 비방과 욕설이 섞인 채로. 비단 A 씨 사례만일까. 삼성전자 서초사옥이나 KT 광화문사옥 등의 주변은 다양한 이유를 내건 시위대가 접수한 지 오래다. 대기업 총수 자택도 시위꾼들에겐 좋은 타깃이 돼 왔다. 헌법 제 21조는 1항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2항에서는 ‘허가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유를 확실하게 못 박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 수 있고,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회합하는 것을 막지 못하게 한 것이다. 거리로 나온 이들은 하나같이 이 권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시위를 하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은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시위대가 타깃으로 삼은 기업이나 기관은 잘못이 있건 없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피해를 보면 고소, 고발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동기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연관도 없는 시민들까지 듣고 싶지 않은 걸 듣고, 보고 싶지 않은 걸 봐야 한다. 한두 번 지나칠 땐 그러려니 하겠지만, 주변 주택에 살거나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피할 수 없는 ‘시위 공해’가 된다. 일부에선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환경권을 거론하기도 한다. ‘환경’에는 물, 공기, 토양 등 자연 환경 외에도 미관과 소리 등 사회적 환경도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에서다. 2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는 ‘전교조 34주년 결의대회’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제40차 촛불대행진’ 등이 잇달아 열리면서 수만 명이 운집했다. 일부 차로가 통제된 광화문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갑작스레 맞닥뜨린 대규모 시위에 당황해하며 자리를 떴고, 인근 예식장을 향하던 하객들 중에는 발만 동동 구르다 운전대를 돌린 이들도 있었다. 세상에 의무가 배제된 권리란 없다.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때도 타인의 권리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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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를 바꾼 10년 전 로드맵… 미래 투자하는 환경 만들어야[광화문에서/김창덕]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1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의 김지용 신소재사업실장(현 미래기술연구원장)의 방 한쪽 벽면은 대형 인쇄지 여러 장을 이어 붙인 로드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깨알같이 쓰여 있던 글자들을 세세히 기억하진 못한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어떻게 키워갈지 세부 단계별로 촘촘하게 정리해놓은 걸 보고 감탄했던 장면은 머리에 남아 있다. 김 실장은 그 로드맵을 가리키면서 ‘소재보국(素材保國)’이란 단어를 썼었다. 포스코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가 핵심산업에 안정적으로 철을 공급했던 걸 ‘제철보국(製鐵保國)’이라 부르는 것처럼 미래 신산업에 필요한 소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소재 사업은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10년은 걸린다”고 했다. 포스코가 소재 사업을 본격화한 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8월 포스코켐텍이 LS엠트론의 이차전지 음극재사업부(옛 카보닉스)를 인수했고, 2012년 3월에는 휘닉스소재와 지분 절반씩을 투자해 양극재 전문업체 포스코ESM을 세웠다. 이들은 이후 다른 소재회사들과 합쳐져 지금의 포스코퓨처엠이 됐다. 김 실장이 얘기했던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그룹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전체로 봐도 가장 ‘핫’한 기업이 됐다. 이 회사는 3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경북 포항시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용 양극재에 필요한 중간 소재와 음극재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역시 포항에 6000억 원대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고 공시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연이은 투자는 넘쳐나는 일감을 감당해내기 위해서다. 포스코퓨처엠은 올 들어서만 삼성SDI와 40조 원(10년간), LG에너지솔루션과 30조 원(7년간)어치 소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양극재 누적 계약액만 92조 원에 달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자산 기준 재계 순위에서 처음 5위에 올랐다. 소재를 철강에 이은 새로운 사업 축으로 결정하고 오랜 기간 투자해온 결과가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기차로 옮아가면서 포스코퓨처엠은 특수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산 배터리, 특히 한국산 소재의 몸값을 이렇게 높여준 것도 어쩌면 행운에 가깝다. 하지만 이 모든 게 10년 전 벽면을 가득 채웠던 그 로드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국 경제 전체로 봐도 해묵은 과제가 있다. 수출 상대국으로는 중국에, 품목으로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린 산업구조다. 지난달까지 14개월째 이어진 무역적자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정 국가와 상품에 대한 의존증이 기초 체력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포스코퓨처엠 같은 신사업 분야 기업이 하나씩 나와야 한국 경제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기업들이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정부의 몫이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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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진군-GS에너지, 울진에 소형모듈원자로 도입 추진

    국내 기업들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도입하려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울진군에서 추진된다. 울진군과 GS에너지는 4일 서울 강남구 GS에너지 본사에서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내 뉴스케일파워의 SMR 도입 타당성 검토,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전기 및 열 공급, 협력기업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참여 등이 포함됐다. SMR을 통해 국가산단 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손병복 울진군수는 “이번 MOU로 울진군에서 추진 중인‘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SMR은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릴 정도로 각광받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GS에너지는 지난해 4월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 SMR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MOU를 맺었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설계, GS에너지는 발전소 운영, 삼성물산은 발전소 시공,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기자재 공급을 각각 맡는 식이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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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산에 막힌 한화-대우조선 합병… 꼬리가 몸통 흔드는 일은 없어야[광화문에서/김창덕]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크게 ‘상선’과 ‘해양 및 특수선’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상선 부문이 83.9%, 해양 및 특수선 부문은 14.5%다. 해양 및 특수선에는 잠수함과 수상함 등 ‘방산 분야’가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작년 초 HD현대와 대우조선 간 합병을 불허했을 때는 상선을 문제 삼았다.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EU는 한국 조선사가 덩치를 키우는 걸 탐탁지 않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던 HD현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3곳 중 둘만 남게 되면 유럽 선사들이 아무래도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거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그들에게 완전히 다른 딜이다. 상선 부문에서 한국의 ‘빅3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EU 경쟁당국은 당초 예정(이달 18일)보다 한참 앞선 지난달 말 ‘승인 도장’을 찍어줬다.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려 본 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국 기업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정작 문제는 안방에서 불거졌다. 모든 나라에서 승인된 한화-대우조선 합병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방산 부문 수직결합이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한화나 대우조선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대우조선은 이미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만 1조6136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21년의 1조7547억 원 영업손실까지 합하면 2년간 영업활동으로 까먹은 돈만 3조3683억 원이다. 부채 비율은 2021년 말 380%에서 작년 말 1540%로 뛰었다. 정상적인 회사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처참한 수치다. 인수합병(M&A)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중요한 경영활동이다. 한화가 이런 부실기업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투자한 만큼의 사업적 시너지가 예상되니 2조 원을 선뜻 내기로 한 것이다. 내수에만 머물던 방산을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때마침 한국 방산기업들의 해외 수출 계약이 잇따르던 터였다. 일부에서는 공정위가 승인을 내주되 여러 조건을 붙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같은 정부 기관인 KDB산업은행마저도 고개를 젓고 있다. 산업은행은 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산업체 매매 승인을 이미 완료했다”면서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공정위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폄하할 만한 논리는 아니다. 작년 1분기(1∼3월) 42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던 대우조선은 올해 같은 기간 8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그나마 훈풍이 불고 있다는 조선업에서 대우조선은 차디찬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거란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비록 전부는 아니더라도 22년 만에 찾아온 공적자금 회수의 기회다. 공정위가 걱정하는 바가 있다면, 승인 후 불공정 행위를 더 철저히 감시하면 될 일이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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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69시간제’ 논란…꼼꼼한 설계가 노동개혁 열쇠[광화문에서/김창덕]

    ‘주 69시간제.’ 정부가 이달 6일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대부분 이렇게 부른다. 사실 정부 자료에는 ‘69’라는 숫자가 없는데도 말이다. 공식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편안의 직접 당사자들인 기업과 노동자의 뇌리에는 69시간이 주는 ‘과로의 이미지’만 남았을 뿐이다. 정부 발표 후 MZ(밀레니얼+Z세대)노조 등이 크게 반발하자 개편안 추진에는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재검토 지시에도 뾰족한 수가 금방 튀어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개편안은 사실상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부인하지만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결국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려다가 60시간 미만으로 후퇴한 셈이 됐다.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유연화와 자율성 확대를 통한 생산성 증대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7%, 독일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해고가 어렵다거나 주 52시간제처럼 획일화된 기준이 경영현장에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생산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던 것 같다. 대통령부터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뒤이어 나온 정부 정책들의 방향성은 예외 없이 노동유연성 확보를 향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손보기로 한 것도 ‘52시간’이라는 상한선이 기업 현장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라고 본다. 법으로 강제하는 범위를 줄이고 노사가 자율권을 더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MZ노조를 비롯한 근로자들의 반대는 사용자인 기업들이 지금보다 일을 더 시킨 뒤 정작 휴식권은 보장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개편안에는 이런 반발을 잠재울 장치가 가득 담겨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기업들이 근로시간과 관련해 보다 큰 자율성을 가진다면 노동자들도 그에 상응하는 휴식과 보상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노사 합의’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 등의 조건을 달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일부 힘 있는 대기업 노조를 제외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겐 해당사항이 없을 수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개편안의 목적이 ‘유연성’에 있다면 업종별, 직무별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제조업체, 사무직과 생산직이 똑같은 근무형태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기에 그렇다. “현장에서는 정부 의도대로 제도가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도 안전장치 역할을 할 제도가 선행돼야 반감도 덜할 거다.”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라고 했던 MZ노조 측 의견이다. 오랜 시간 묵혀둔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꼼꼼하게 설계된 정책만이 노사 양측을 설득할 수 있다.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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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킹산직’ 서류마감…400명 채용에 18만 명 지원설까지

    현대자동차가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채용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10년 만에 진행된 이번 채용에는 400명 모집에 18만여 명이 지원했다는 설까지 돌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오후 9시까지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지원서를 받았다. 서류접수 첫날인 2일 이미 수만 명이 채용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하는 등 이른바 ‘킹산직’(생산직 중 가장 좋은 일자리라는 뜻)이란 별명에 걸맞은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 측은 이번 지원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채용에 과도한 관심이 모인 만큼 지원자 수 공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침이 내려진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직전 생산직 채용이었던 2013년에는 16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기아가 100명 채용공고를 냈을 때 5만 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든 바 있다. 업계에서는 때문에 400명을 뽑는 이번 현대차 채용에도 10만 명 이상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도 300명의 생산직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직 채용이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우선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2021년 기준 9600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생산직 연봉은 평균보다 다소 낮을 수 있지만, 확실한 정년보장과 자사 차량 최대 30% 할인 등의 혜택까지 고려한다면 쉽게 찾기 힘든 일자리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현대차는 서류전형을 진행한 뒤 이달 말 서류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어 두 차수로 나눠 1, 2차 면접을 진행하고 7월 중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8월과 9월 약 4주간의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배치된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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