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 요즘 세계는 더 빨리, 더 엄격하게 하라고 권장”[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동아일보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美심장학회-협회, 관련 지침 개정… 혈압-콜레스테롤 조기 대처 강조
“약물 적극 투입, 장기 위험 낮춰야”… 혈전 잘 만드는 지단백 검사 권고
30대부터 10, 30년 뒤 위험 측정… 생활 습관 고쳐 예방하는 게 최선

유럽심장학회, 미국심장학회 등이 최근 2년 새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 지침을 잇달아 개정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더 일찍,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생활 수칙을 평소에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유럽심장학회, 미국심장학회 등이 최근 2년 새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 지침을 잇달아 개정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더 일찍,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생활 수칙을 평소에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별다른 자각 증세가 없다가 어느 날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에서 고혈압은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진단 기준을 알아 두자. 국내에서는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때는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이 싫다며 거부했다가는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최근 심·뇌혈관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이 세계적으로 엄격해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추는 추세다. 유럽심장학회는 2년 전, 약물 치료 중이라면 혈압을 120∼129mmHg까지 낮출 것을 권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도 지난해와 올 3월 잇달아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방과 치료 효과가 높은 방향으로 지침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학회들도 유럽과 미국의 변화를 반영해 진료 지침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을 원 교수와 살펴봤다.

● “고혈압, 지켜보자 → 적극 치료”

미국 고혈압 진단 기준은 국내보다 엄격하다. 130∼139/80∼89mmHg부터 1기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국내의 ‘고혈압 전 단계’가 미국에서는 고혈압 환자인 셈. 단, 모든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하지는 않았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만성 콩팥 질환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10% 이상일 때만 약을 줬다. 이런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생활 습관을 개선토록 했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도 고혈압 진단 기준은 그대로다. 하지만 대응 방식은 달라졌다. 1기 고혈압의 경우 3∼6개월 동안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효과가 없다면 약물 처방을 권고했다. 오래 두지 말고, 적극 치료하라는 뜻이다. 원 교수는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다. 일찍 치료에 개입해 심·뇌혈관 질환 발병률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압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방치하면 혈관은 손상된다. 그 손상이 누적되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새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환자라면 1기 고혈압 수치 이하로 목표치를 잡으라고 권했다. 더불어 30∼64세 모든 성인에 대해 ‘가급적’ 12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낮추라고도 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고혈압 전 단계일 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처방한다. 다만, 고위험군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라도 약을 쓸 수 있다.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다면, 고혈압 전 단계에서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걸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피떡 만드는 리포단백(a) 검사 권고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이면 정상이다. 130mg/dL을 넘어서면 위험군으로 규정한다.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낮아도 문제다. 60mg/dL 이상을 정상으로 보고 있으며 40mg/dL 미만은 위험군이다.

특히 고위험군일수록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도록 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은 70mg/dL 미만,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초고위험군은 55mg/dL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미국의 새 가이드라인은 한국의 기존 지침과 비슷하다. 다만 위험도가 높다면 30대부터라도 약물 치료를 권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강조한 것.

새 가이드라인은 ‘리포단백(a)’라는 혈중 단백질에 주목했다. 성인이라면 1회 이상 혈액 검사로 이 단백질 수치를 확인하라는 것. 이것은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물질(지단백) 중 하나다. 혈관에 잘 달라붙어 혈전(피떡)을 만든다. 리포단백(a) 농도가 30mg/dL 미만이면 정상이다. 50mg/dL 이상이면 고위험, 100mg/dL 이상이면 초고위험군이다. 초고위험군의 경우 심장병 위험이 2배 높아진다.

리포단백(a)의 90% 이상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으로 숫자를 줄일 수 없다. 원 교수는 “여러 방법을 써도 LDL콜레스테롤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리포단백(a)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수치가 높다면 유전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크다는 뜻이니 더 주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다행히 최근 관련 약물의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에 따라 몇 년 이내에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 심혈관 질환 위험도 예측 가능

미국 새 가이드라인은 심혈관 질환을 예측하기 위해 프리벤트(PREVENT)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국심장협회 홈페이지(professional.heart.org)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종전에는 40대 이후부터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측정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30대부터 확인할 수 있다. 원 교수는 “이 또한 위험 요인이 있다면 나이를 앞당겨 적극적으로 치료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가동한 뒤 혈압,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사구체여과율, 당화혈색소 등 건강검진 데이터를 입력하면 된다. 10년과 30년 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수치가 곧바로 나온다. 43세 남성 A 씨와 57세 남성 B 씨 데이터를 입력해 봤다.

A 씨는 10년 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4.3%, 30년 위험도가 23.8%로 나타났다. B 씨는 각각 5.7%와 23.6%로 나타났다. 10년 위험도는 나이가 많은 B 씨가 높았지만, 30년 위험도는 오히려 A 씨가 높았다. 왜 그럴까.

B 씨는 혈압이 정상 범위였다. 당화혈색소가 다소 높았지만 잘 관리하는 편.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물도 복용하고 있었다. 반면 A 씨는 혈압과 체질량 지수,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높았다. 아직 젊어 10년 위험도는 낮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30년 이내에 발병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 것.

● 꾸준한 관리만이 예방의 비결

결국 적절한 관리가 최선이다. 가이드라인은 소금 함량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원 교수는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섭취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싱겁게 먹는 것, 국물을 덜 먹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덜 먹고 운동해야 한다. 원 교수는 “주 5회, 30분 이상씩 중강도 이상으로 운동해야 한다. 숨이 약간 가쁘고 땀이 날 정도면 좋다”고 설명했다. 평지만 느릿하게 걷기보다는 굴곡이 있는 지역을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추천된다. 먹는 방식도 고쳐야 한다. 일단 가공식품은 피하는 게 좋다. 채소와 과일도 많이 먹으면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원 교수는 “좋은 음식을 덜 먹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잘 자야 한다. 수면무호흡 상태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을 모두 올린다. 특히 밤에 혈압이 높아지는 ‘야간혈압’은 뇌압을 높여 뇌졸중 위험도 높인다. 별 이상이 없다고 무심해서는 안 된다. 원 교수는 “가능하다면 매년, 최소한 2년에 한 번 정도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라”고 말했다. 고위험군이라면 매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콜레스테롤 검사 국가 검진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 게 당연히 좋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원 교수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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