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에서/김재영]반도체 뺀 수출대책 같은 정부의 ‘게임 패싱’ 논란모처에서 열린 수출 대책 회의. 어째 시간이 지나도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같은 주력 품목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다. 세계에서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상품 판매량 증가를 근거로 드는데, 수치는 해외가 아닌 국내 판매량이다. 대체 무슨 회의를 하자는 걸까. 물론 가상의 사례를 든 것이지만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에선 실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다. K콘텐츠를 언급하며 주력인 게임 관련 내용은 빠졌다. 그나마 이후 추가된 내용에는 적절치 않은 사례가 포함됐다.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 패싱’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지난달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의 핵심은 청와대 개방 문제가 중점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업무보고에서 부처의 모든 정책을 다룰 수 없는 건 맞다. 게임 관련 내용이 빠졌다고 무조건 ‘게임 홀대’라고 할 순 없다. 업무보고 자료를 보자. 표지를 제외하고 총 11쪽의 자료에는 ‘게임’이 모두 다섯 차례 나온다. 세 번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한 번은 ‘비게임 분야 수출’이니 관계없는 내용이다. 사실상 유일한 언급은 콘텐츠 융·복합 미래 인재 양성 항목에서 ‘영화·게임·웹툰·음악·OTT 등 장르별 특화 인재 교육’이라고 한 게 전부다. 청와대 개방 문제에 집중하느라 여지가 없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두 번째인 ‘우리 경제의 도약, K콘텐츠가 이끌겠습니다’ 부문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었다. 자료에서 문체부는 “K콘텐츠 산업 수출은 2020년 119억 달러로,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패널을 추월해 대표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콘텐츠 수출액의 70%에 가까운 82억 달러를 벌어들인 게임이 빠질 순 없는데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K팝을 경제성장의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만 했다.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만 한류 성과로 제시됐고, OTT 자체 등급 분류제 도입 등 9가지 규제혁신 방안에도 게임 분야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선 부랴부랴 게임 분야가 추가됐지만 하필 잘못된 사례가 들어갔다. 한 게임이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을 한류 성과로 제시했는데, 문제는 이 게임이 국내에서만 출시됐다는 점이다. 국내 시청률 1위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한 셈이 돼 버렸다. 지난 대선에선 게임이 2030 표심을 공략하는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현 여당도 대선 과정에서 ‘게임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게임 관련 공약을 다양하게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게임 대회 개막전을 찾아 직접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게임 이용자들과 게임업계는 새 정부가 산적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공약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게임을 홀대하고 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를 위해 2030 표심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2022-08-04 03:00 
하늘 나는 자동차의 꿈, ‘기술’만으론 못 연다 [광화문에서/김재영]1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모터쇼에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보인다. 통신사 SK텔레콤이다. 물론 자율주행차 등 차량과 통신의 결합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손가락은 지상이 아닌 하늘을 가리킨다. ‘에어택시’ ‘플라잉카’ 등으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가상 체험을 내세웠다.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리는 ‘2022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도 UAM 관련 기업·기관들이 총출동해 하늘을 향한 꿈을 자극한다. 작년까진 ‘드론 박람회’였는데 올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어릴 때 상상하던 미래 모습의 대표적인 소재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이제 꿈이 아니라 불과 2, 3년 앞 현실이 됐다. 프랑스는 2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도 2025년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에서 UAM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2025년 부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상의 2차원에서 하늘의 3차원으로의 이동과 공간 구조의 획기적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UAM은 전기를 동력으로 수직 이착륙하거나 단거리 활주로를 이용하는 소형 비행체를 활용하는 대표적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다. 비행체 개발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배터리, 신소재, 통신,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데다 다양한 사업 분야로의 파급 효과도 크다.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40년에는 1조10억 달러(약 131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도심에 한정된 UAM을 넘어 지역 간 이동까지 포함하는 ‘선진 항공 모빌리티(AAM)’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 통신사, 모빌리티 기업, 항공사 등 다양한 분야의 50여 개 기업이 손을 잡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에서 UAM 기체를 개발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주요 분야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60∼70%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배터리,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강점을 살린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 이착륙장(버티포트) 확보, 수도권 비행금지구역 해결, 기술 표준과 인증 등의 제도·인프라 개선도 과제다. 중요하지만 간과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수용성’이다. 머리 바로 위에서 UAM이 수시로 날아다니는 상황을 사람들이 받아들일지, 안심하고 탈 수 있을지가 문제다. 깐깐한 안전성 검증과 홍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시 등 기존 유상 운송 사업자들의 반발은 어떻게 해결할지도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 ‘에어택시’도 택시니 택시 면허를 받으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직 비행기도 뜨지 않았는데 먼 미래의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미래 변화를 한발 앞서 내다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다. 비행기와 이착륙장이 준비된다고 해도 정작 엉뚱한 곳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모빌리티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지 기술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2022-07-13 03:00 
[광화문에서/김재영]어디에서, 어떻게 일할까…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지난 2년 동안 단절과 고립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연결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났으니 이제 ‘비정상’적인 재택근무를 끝내고 ‘정상’적인 일터로 돌아오라는 회사의 요구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의심하지 않았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됐다. 재택근무 등으로 회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었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엄청났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했다. 결속과 유대를 강조하며 업무의 연장이라 여겼던 회식도 그렇게까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재택근무를 끝내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내 소통 부재, 취약한 보안 환경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직종과 직급, 성향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집에서 일할 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 오히려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팀장급은 팀원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신입 직원의 경우 업무 노하우 습득을 위해 대면 근무를 선호하기도 한다. 재택근무와 대면근무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그간 다양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결론도 제각각이다. 회사와 직원들 스스로도 한번 돌아봐야 한다. 생산성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이유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대로 구성원에 대한 불신과 통제에 대한 욕구로 무작정 회사로 불러오려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직원에게 똑같은 형태의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근무형태를 모두 포용해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후 근무 형태를 조절할 계획이다. 게임업계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 출퇴근제’가 자리 잡았다. 통신업체 등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장점을 합친 거점 오피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장소에 구애 없이 최적화된 업무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고사양 IT 장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화하는 근무 방식에 걸맞게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및 보상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도 필요하다. 강제 출근의 ‘프리 코로나 시대’나, 강제 재택의 ‘코로나 시대’ 모두 답은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진짜 고민과 실험이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2022-04-25 03:00 
[광화문에서/김재영]“그 누구도 믿지 마라” 내 정보 지키는 보안의식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해커집단은 ‘랩서스’다. 남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생 조직인데 실적이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보건부를 공격하며 등장한 이후 이달 들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달아 털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도를, 삼성전자에선 갤럭시 설계 파일 소스코드를, LG전자에선 임직원 이메일 계정 등 9만 건을 탈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미 보안·인증업체 옥타 등도 먹잇감이 됐다. 얼마나 기술이 뛰어나기에 최강의 보안시스템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내부를 헤집고 다녔을까. MS 위협정보센터(MSTIC)의 보고서를 보면 수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오프라인 식으로 말하면 우편함을 뒤져 개인정보를 얻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쇄 문서의 조각을 맞추는 정도랄까. 본진을 직접 치기보다는 직원, 협력업체 등의 취약한 고리를 파고들었고, 상대를 믿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용했다. 스마트폰 유심칩을 복제하는 ‘심스와핑’을 통해 모바일 인증을 통과했다. 이메일로 2차 인증이나 암호 복구를 많이 한다는 데 착안해 개인 이메일을 해킹했다. 때로는 ‘직원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헬프 데스크에 접근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을 섭외해 전화를 걸고 사전에 수집한 프로필 정보를 줄줄 읊으며 신뢰를 얻었다. 내부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돈으로 매수해 인증정보를 구하기도 했다. 접근 권한을 얻은 뒤 내부망의 채팅 메시지나 회의, 협업툴 등을 살펴보며 다른 공격 대상을 탐색하는 식으로 차츰 접근 권한을 높여갔다. 이들의 간단한 수법이 통할 수 있었던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곳곳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우회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출입문을 꽁꽁 닫는 데만 주력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편’으로 믿어버리고 경계심을 푸는 식의 보안시스템도 문제였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2021 데이터 침해 사고 조사 보고서’는 보안사고의 85%가 인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최근 미국은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전제로 국가 사이버 보안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미 침입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접속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 인증 절차와 신원 확인 등을 철저히 하고, 정보 접근 범위도 차등·최소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공언한 우리 차기 정부도 보안 취약점에 대처하고 사이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막강 전력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고전하는 걸 보면 전쟁의 성패는 무기가 아닌 사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신념은 그 어떤 첨단 무기보다 강력했다. 사이버 보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안의 가장 큰 취약점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귀찮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의식을 갖출 때만이 나와 가족, 회사와 국가의 소중한 정보를 지킬 수 있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2022-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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