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양국 기업인을 향해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한다. 여러분이 바로 그 천만금보다 귀한 서로의 이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한중 기업인 포럼에 참석해 과거 고려와 송나라의 교역 중심지인 ‘벽란도’를 언급하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양국 간의 경제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양국에서 600여 명의 주요 경제인이 모여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의 경제 책사’로 불리며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何立峰) 경제 담당 부총리가 참석해 한중 관계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도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기대했다.
● 李 “안정적 공급망 통해 새 기회 열어야”
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고려와 송나라의 교역 중심지인 벽란도를 거론하면서 “벽란도의 물길이 대륙과 해양을 하나로 연결했던 것처럼 오늘의 한중 협력도 산업 혁신과 안정적 공급망을 통해 각자의 시장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을 ‘좋은 이웃’으로 칭하면서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을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하지 않냐. 여러분이 천만금보다 귀한 이웃”이라며 “좋은 친구를 저 멀리 가서 찾지 말고,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찾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이웃으로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우호적 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포럼에 앞서 열린 한중 기업인들과의 사전 간담회에서도 “한중은 같은 바다를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와 같은 입장”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용품, 뷰티, 식품과 같은 소비재와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문화콘텐츠 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은 제조 서비스업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줄 것”이라고 했다.
허 부총리도 이날 축사에서 경제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허 부총리는 “중한(한중) 관계는 이사 갈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며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중한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심화하는, 앞으로 가는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제 정세는 복잡해지고 중한 양국은 세계 중요한 나라로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한 무역교역 관계를 유지해야 각 측의 이해와 상호 호혜 상신을 용인할 수 있다”며 “경제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고히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을 포함한 각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발전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경제계 ‘한중 관계 새 국면’ 주목
이날 포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를 비롯해 한국 측 경제사절단으로 161개사 416명이 자리했다. 중국 측에서는 런훙빈(任鸿斌)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허우치쥔(侯啓軍) 시노펙 회장, 랴오린(廖林) 중국공상은행 회장, 리둥성(李東生) TCL과기그룹 회장, 쩡위췬(曾毓群) CATL 회장 등 기업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2017년 양국 간 비즈니스 포럼 당시 중국에서 정부 대표급 인사가 불참하고 기업에서도 부총재급이 참석한 것과 달리 이날은 회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한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 관계에 있는 에너지, 금융,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업 거물들이 대거 모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되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면서 “한중 관계를 논할 때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경제인들이 차이를 넘어 성장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중국에서 (현대차그룹 자동차의)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중국 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늘려 갈 계획”이라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이날 양국 기업이 AI·자율주행 개발, K팝 아티스트 콘텐츠 협력, 소비재·식품 진출 확대 등 32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산업통상부는 AI·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협력, 소비재·식품 진출 확대 협력, K팝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콘텐츠 협력 등 총 9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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