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스승의 날과 카네이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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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카네이션의 정체입니다. 남부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카네이션의 꽃말은 모정, 사랑입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감사 표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입니다.

1960년대 초 충남 강경여고 학생들이 병석에 누워 있는 선생님을 방문해 간호와 문병을 하고 퇴직한 은사들을 찾아가 사은 행사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 학생들은 1963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활동을 지속했으며 이런 활동이 대한적십자사 본부에 알려지면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바꿔 부르게 됐습니다. 현재와 같은 5월 15일은 1965년에 세종대왕 탄생일에 맞춰 변경됐습니다.

요즘은 교권 추락, 학교 내 각종 사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승의 날에 오히려 선생님들이 마음이 편치 않은 사정들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맘때면 여러 스승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사회학개론을 가르치던 한완상 선생님(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전 통일부장관)은 자신을 일컬어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소셜 닥터(Social Doctor)’라고 하셨습니다. 사회학자가 닥터일 수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사회학의 정체성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늘 고민거리를 던져주셨지요.

고 김진균 선생님(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은 구조적 모순에 눈감지 않고 공안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평생 보여주셨습니다. 온화한 미소 너머의 강렬한 통찰력은 늘 우리를 긴장케 했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불편한 몸으로 경제학을 가르치던 고 임원택 선생님(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일혼양재(日魂洋材)를 언급하며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한 일본의 저력에서 배울 점을 찾자고 역설하셨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의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넘어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떠오르는 선생님들이 있을 겁니다. 논어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유튜브에도 스승이 많습니다. 스승의 날 겸손한 마음으로 도처에서 널리 배우고 고마움을 느끼는 자세를 되새겨 봅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스승의 날을 없애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수많은 교권 침해 사례는 여전합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학생 개인이 감사의 뜻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카네이션은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달아주는 것만 허용됩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그렇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카네이션의 순수함조차 뇌물로 간주되는 현실의 각박함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나를 있게 해준 수많은 스승들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고 싶은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스승의 날#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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