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소설집 ‘김숨’ … 죽음 앞둔 삶, 왜 이리 담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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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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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4년 만의 소설집 ‘간과 쓸개’
힘 없고 병든 이들의 일상 들춰봐

소설가 김숨 씨(37·사진)가 소설집 ‘간과 쓸개’(문학과지성사)를 냈다. 2007년 ‘침대’ 이후 4년 만의 소설집이다. 아홉 편의 단편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힘없고 병든 사람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간다. 애써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가슴 속에 치밀어 오르는 천불을 꾹꾹 누르고 살아가는 우리네 서민들의 모습이다.

단편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에는 35년간 버스정류장 간이매표소에서 껌이나 우유를 팔던 엄마 얘기가 나온다. 위를 반 정도 잘라내 아주 조금밖에 먹지 않고, 배설할 때만 밖에 나올 정도로 운동량이 적어 두 다리가 홍학처럼 가늘어진 엄마다. ‘간과 쓸개’에서는 간암을 앓는 아버지가 투병하는 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진다.

김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질병이 우리 가까이에 있듯 죽음도 그런 것 같다. 고요한 듯하지만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응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을 오가며 치료받는 간암에 걸린 노인, 뱀장어 식당에서 뱀장어 손질하는 일을 하는 왜소한 할아버지 등 작가가 그려낸 노년 세대는 그 우울한 숨소리가 들릴 듯 생생하다. 30대 중반인 작가가 어떻게 그려낸 걸까.

“저는 또래보다 어르신들하고 대화가 더 잘돼요. 동네 할머니들하고 마주치면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시장 가서도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를 귀담아 듣는데 소설보다 재미있어요.”

아픈 얘기를 건조하고 무덤덤하게 단문으로 끊어 쓰는 스타일은 여전하다. 가장 인상 깊은 한 구절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간과 쓸개’의 한 부분을 들려줬다.

‘죽은 귀뚜라미들 속에서 저 홀로 악착같이 살아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끔찍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 살아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구차스럽고 징글징글하기만 하였다.’

죽음을 앞에 둔 간암 환자가 죽은 동료들 틈에서 버둥거리는 귀뚜라미를 보며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대목이다.

묘사는 세세하지만 결말은 대개 미완으로 종결된다. 아픔은 파멸이나 치유, 그 어느 쪽에도 안착하지 않는다.

“워낙에 삶 자체가 부조리하고 모호하고 결국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소설의 결말도 자유롭게 남겨두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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