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야전사령관’ 정희석 “자기소개, 베끼면 버려지고 외우면 외면한다”

  • 입력 2008년 6월 24일 08시 08분


면접에서 떨어지면 바보? 실제로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류전형·필기시험 통과하고 면접만 남으면 으레 주변에서도 ‘축하한다. 한 잔 사라’고 부추기던 때가 있었다. 모두 옛날 얘기다. 요즘 주변을 보면 잘 올라가다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취업은 구직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구인을 원하는 기업에서도 자사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과 같다. 한쪽은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하고, 다른 한쪽은 그 ‘쌩얼’을 보기 위해 몸부림친다. 면접은 그 전투의 끝, 마지막 백병전과도 같다. 오늘의 ‘고수’ 제일은행 정희석 부장은 치열하고 지독한 면접의 전장 속을 십 수 년 간 누벼온 야전장교다. 그가 쓴 ‘인사부장이 알려주는 인터뷰 시크릿’은 지원자의 관점이 아닌 면접관의 눈으로 본 면접지침서라는 데에 강점이 있다. 지원자에게 있어 면접관은 적장이다. 그러나 면접의 산을 넘을 수만 있다면, 적장은 어느새 존경하는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볼 때 특별히 중시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10년 전만 해도 사람의 인성과 적성, 업무를 잘 할 수 있느냐 … 와 같이 주로 ‘사람’에 포커스를 맞췄다. 창의성, 적극성, 도전정신, 리더십 등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무에 대한 역량, 지식, 기능, 태도 등을 많이 본다. 얼마나 알고 있느냐,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 태도가 갖추어져 있느냐. 즉, 인성에서 직무역량 중심으로 교체되고 있다.”

- 면접 시 약방의 감초인 ‘자기소개’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3가지를 피해야 한다. 외우지말 것, 베끼지 말 것 그리고 거짓말하지 말 것. 많은 사람들이 취업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도움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성공자들의 자기소개 내용을 서로 베끼다보니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곤 한다. 내 경우 지원자가 들어오면 ‘자기소개를 할 때 외우거나 베꼈으면 모두 떨어뜨릴 겁니다. 이제 시작하세요’ 한다. 백이면 백 다 경직되거나 말하면서 드러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모두 탈락시켰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과거에 대한 경험·실적·성과가 있어야 한다. ‘엄하신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은 금물.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 같은 것이라도 좋으니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잘 하고 있다’이다. 열심히 한다? 열심히만 하는 사람은 기업에서 필요 없다. 모두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열심히+잘 할 수 있다’를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요건에 대해 ‘맞춰가겠다. 변화되어 가겠다’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 3가지가 없다면 기업 동아리 경험, 봉사활동 같은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 면접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준비를 하려면?

“대학교 1학년부터 준비하는 것이 최고다. 자신이 택한 전공과 진로에 대해 선배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해라.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 산업적인 연구를 하라. 그래야 직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게 안 되어 있으면 면접 플랫폼 기초공사가 안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창의성·리더십에 대한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 대인활동, 조직활동, 사회봉사활동 경험을 쌓아라. 마지막으로 조직부합성이 중요하다. 편견·편협·선입견을 없애는 훈련이다. 면접관들이 압박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지원자가 외골수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거나 조직생활에 부합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 면접관들은 어떤 유형의 지원자를 선호하는지.

“면접장은 재판정이 아니다. 밝은 표정, 그리고 평소보다 약간 밝은 톤으로 말하는 사람이 일단 좋은 점수를 받는다. ‘절대로’ ‘안 됩니다’ ‘다시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은 금물이다. 반대로 현학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승부근성과 자아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면접관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면접관에게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도 보았다. 계속 학교나 집안 얘기만 하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 그 외에 내세울 게 없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최악은 사례가 없거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 자기소개 단계에서 대충 드러나게 된다.”

- 어쩐지 면접관 역할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면접을 들어가기 전에 면접관들도 교육을 받는다. 면접은 지원자와 면접관의 심리전이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지원서를 세 번 정도 읽는다. 그리고 진실성이 담겨있는지를 파악한다. 사실 면접자뿐만 아니라 면접관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면접관의 관점으로 파악하라. 인사부장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한결 면접이 쉬워지고,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 면접관들에게도 나름 ‘스킬’이란 게 있을 것 같은데?

“하하! 그건 비밀인데.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러 면접자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기법들이다. 예를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든지, 평가서 위에 X표를 크게 긋는 시늉을 한다든지 … 그래놓고는 태도를 본다. 일관성이 무너지는지 아닌지를 곁눈질하는 것이다. 압박질문도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다. ‘전공이 우리가 원하는 쪽이 아닌 것 같군요’ 등이 대표적이다. 때로는 면접이 다 끝나고 ‘질문이 없나요?’해놓고는 그때부터 진짜 면접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전에 한 면접은 모두 ‘페인팅’이었던 것이다.”

정희석 부장은 ‘인터뷰는 예술’이라 말했다. 과거에는 ‘스킬’이었지만 지금은 ‘아트’의 시대라는 것.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내가 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최적의 인재’임을 ‘솔직하게’, 그리고 ‘잘’ 드러내는 것이다. 최악은 물론 그 반대이다.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합격자의 80%가 ‘면접이 편안했다’라고 느낀 사람들이었다. 면접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관련기사]노후대책 ≠ 재테크 수입 15% 투자해라

[관련기사]착한보험 찾는 키워드 ‘거꾸로’…‘든든한 보험 길라잡이’ 홍수용

[관련기사]‘상가투자의 귀재’ 경국현 “규제 사각지대 상가가 돈이다”

박봉성표 감동의 성찬 ‘마법의 손’ 연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