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천년유물 첨단과학으로 부활… ‘문화재종합병원’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경천사 10층석탑 표면의 오염된 부분을 레이저로 세척하는 모습.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천사 10층석탑 표면의 오염된 부분을 레이저로 세척하는 모습.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흙과 돌로 뒤범벅된 채 발굴된 백제 금동신발, 관모(冠帽), 찌그러진 고려 금동불, 파손된 신라 석탑의 옥개석…. 이제까지 이런 문화재들은 ‘불치병 환자’나 다름없었다. 기술적 한계나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역 보존처리기관에서 치료(보존처리)나 복원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잘못 손을 댔다간 더 심한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앞으로 ‘문화재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길이 열렸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5일 ‘문화재종합병원’ 기공식(대전 유성구 문지동)을 갖는다. 400여억 원을 들여 2008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곳은 ‘문화재 환자’를 모셔다 첨단과학기구를 활용해 치료하는 기관으로, 보존과학실 복원기술연구실 무기유물실 유기유물실 모형복원실 등 5개 분과에서 60여 명이 활동한다.》

○ ‘아픈’ 문화재를 위하여….

찌그러진 불상은 ‘3D 시뮬레이션기’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파손 부분을 빼고, 정상인 부분의 수치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파손된 곳의 원형을 계산해 되살려낸다. 이 방식은 거대한 탑이나 작은 도자기 등 크기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문화재에 적용된다.

발굴장에서 막 나온 유물의 보존 처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기로 해결한다. 유물을 미세한 부분으로 나눠 촬영한 뒤 이를 온전한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흙으로 덮인 부분이 파손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영상의학과에서 충남 공주 수촌리 고분군 출토 금동신발을 CT 장비로 촬영했다. 예전에는 육안이나 X선 기법만 사용해 평면적인 윤곽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화재종합병원은 유물의 생활사도 유추할 수 있는 자동유기물분석시스템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유물에 남아 있는 인간의 단백질이나 유전자(DNA)를 분석해 당시 사용자들의 유전자 정보나 생활상을 알게 해 준다.

진료(검사) 가능한 재질도 나무, 석재, 종이, 직물, 토기, 도기류로 대폭 확대되며 연간 치료 가능한 문화재도 5000∼8000점으로 확대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금속 재질 문화재 위주로 연간 300여 건 보존 처리하는 데 그쳤다.

○ 문화재 보존의 대안

문화재종합병원이 완공되면 국내 문화재 보존 시스템도 달라진다. 그동안 지역 발굴기관이나 발굴법인, 문화재연구소에서 서로 연계 없이 보존 처리해 오던 방식이 유기적인 3단계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

1차 진료기관인 각 지역발굴기관, 발굴법인에서 보존 처리한 뒤 부족한 부분의 보완 처리는 2차 기관인 지방문화재연구소, 지방국립박물관이 맡는다. 더 정교한 처리가 필요하면 3차 기관인 문화재종합병원으로 이관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재은 연구관은 “3단계 문화재 치료 시스템은 의료진료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화재종합병원은 인터넷 의료 상담처럼 개인에게도 문화재 보존 인터넷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 소장 문화재도 진료 상담 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문화재 400여만 점(2004년 기준) 중 지금까지 보존 처리된 문화재는 1만2000여 점으로 보존 처리율은 0.3%에 그친다. 국내 보존 처리 기관도 대학 연구소 등 3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소장은 “앞으로 이 병원을 통해 문화재의 과학적 보존 방법이나 문화유산 보존 표준 정립, 문화재 보존기술 교육 등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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