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홍보대사 전성시대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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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李泰植) 주미대사,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부 장관, 가수 비, 축구선수 박지성의 공통점은?

모두 ‘현직 대사(大使·ambassador)’라는 점이다. 상주공관장인 이 대사는 특명전권대사(特命全權大使), 강 전 장관은 여성인권대사, 가수 비는 한국관광홍보대사, 박지성 선수는 청소년위원회 홍보대사다. 정부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각종 사회단체, 기업들까지 ‘홍보대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대사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 대표, 대사=대사는 상주외교사절단의 장으로 국가를 대표해 외교 교섭을 하고 자국민에 대한 보호감독 임무를 수행하는 외교관의 꽃. 현재 상주공관 95곳, 유엔 등 대표부 3곳에 특명전권대사가 파견돼 있다.

또 대외협상 등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교통상부 장관 직권으로 특명전권대사를 제외한 대사 직명을 주기도 한다.

대사지만 외교관이 아닌 경우도 있다. 전문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민간인에게 대사직을 부여해 외교 활동을 지원하는 ‘대외직명대사’가 그것. 강 전 장관을 포함해 박경서(朴庚緖) 인권담당대사, 정찬용(鄭燦龍) 비정부기구(NGO)담당대사 등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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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홍보대사=1990년대 후반부터 주로 연예인 등 유명인사를 대상으로 한 ‘홍보대사’가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건강 금연 관광을 비롯한 정부 정책홍보, 소아암 장기이식 모금과 같은 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전시회 지방축제 등 행사 홍보, 자동차 회사의 신차 홍보까지 홍보대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얼굴을 내밀고 있다.

부르는 곳이 많다 보니 웬만한 연예인이면 하나씩은 대사 직함을 갖고 있다. 일부 인기 연예인은 대사 직함을 여러 개 갖기도 한다. 가수 보아의 경우 서울시 홍보대사, 보건복지부 건강홍보대사, 로스앤젤레스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나도 ‘홍보대사’=연예인들만 홍보대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북도는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운전사 4600명을 ‘달리는 전북도정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 지자체에서는 노래자랑대회에서 입상하면 구청 홍보대사로 임명한다. 롯데백화점 등 기업체에서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홍보대사 선발 대회’를 열고 있으며 각 대학 홍보 도우미들의 직함도 홍보대사로 격상됐다.

이렇게 홍보대사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단체나 기구의 활동을 홍보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 유명인들도 봉사 활동 등으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홍보대사의 허와 실=하지만 홍보대사가 남발돼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다. 위촉장 받고 사진 찍는 것이 활동의 전부인 예가 적지 않고, 영화 한 편 출연한 배우에게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기는 웃지 못할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대사 인플레’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국 역사 관련 오류를 시정하고 있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대표적. 현재 1만5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활동 실적이 우수한 831명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임명장은 받지 않았지만 한국 알리기에 관한 한 특명전권대사 못지않게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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