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캔버스에 담긴 항일화가의 삶…한락연 특별展

  • 입력 2005년 9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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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락연 작 ‘광명을 찾아가는 유목민’(1945년).
한락연 작 ‘광명을 찾아가는 유목민’(1945년).
한락연(1898∼1947)은 20세기 초 항일운동가로 잘 알려진 화가. 먹고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나 중국 지린(吉林) 성 룽징(龍井)으로 이주한 가난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19년 3·1운동의 영향을 받아 룽징에서 시작된 3·13 항일시위에서 태극기를 그려 나누어 주는 등 항일운동을 했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그의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해 대통령표창 대상자로 지정했다.

그는 항일운동가와 정치가로 활동하면서도 1930년대에 프랑스 유학을 다녀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가 혼용된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보여줬다. 정적이고 전통성이 강한 당시 중국 화단에 새로운 화풍을 도입한 그는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고고미술의 발굴과 모사, 보존에도 힘써 1947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기까지 실크로드를 답사하면서 키질과 둔황 벽화의 많은 모사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덕수궁미술관이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10월 30일까지 여는 ‘한락연 특별전’은 이처럼 민족주의자, 항일운동가, 정치가, 또한 화가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회다. 유화와 수채화, 드로잉 115점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된다.

전시를 위해 250여 점의 유작 가운데 유족이 중국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135점 중 80여 점과 유족 소장품들을 빌려왔다.

전시는 초상화, 풍속화, 풍경화, 고고편 등 네 주제로 구성됐다. 그는 초상화를 통해 중국 소수민족들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주력했는데 인물의 모습뿐 아니라, 대상의 성격과 품성까지 담아내고 있다. 풍속화를 통해서도 서민들의 풍속 및 노동 생활을 묘사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45년에 그려진 유화 ‘광명을 찾아가는 유목인’이나 ‘라부렁 사원에서의 가무’ 등은 작가의 서민의식과 현실주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작가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현실인식과 함께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애환과 삶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다. 02-2022-0600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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