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야 회사일도 잘한다

  • 입력 2005년 8월 19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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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 번 개최하는 ‘주말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제공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달에 한 번 개최하는 ‘주말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제공 대웅제약
주말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직접 사원 대상 주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주말까지 회사 사람들과 보내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붐비지 않는 데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현장 학습도 겸할 수 있어 호응이 높다. 기업 측에서는 가족과 잘 보낸 주말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웅제약은 한 달에 한 번 사원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마술 학교, 기체조 교실, 도자기 만들기, 케이크 굽기, 허브 비누 만들기, 티셔츠 제작, 비즈 공예를 진행했다. 참석 인원은 평균 200여 명. 참석 대상인 수도권 근무자 400여 명 중 절반 가까이 참여한다. 예산은 연간 2억 원.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3개월 적응 기간을 가졌다. 노는 것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근무일 중 하루를 잡아 ‘놀아 보라’고 했다. 놀아 본 사원들의 불만은 세 가지로 요약됐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할 일이 없다” “가족들과 부대끼니 더 피곤하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회사에서 돈을 대서 가족과 함께 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자는 것. 처음에는 컴퓨터 교육 등 재개발 프로그램도 병행했으나 또 다른 업무 부담을 준다는 의견이 제기돼 폐지했다.

주말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석자가 계속 늘어나 7월 말 비즈공예교실에는 250명이 몰렸다. “지방 근무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면서 지방 순회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여러 차례 참여해 서로 친해진 사원 가족들은 인터넷에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주말 프로그램 시행 이후 사원 간의 벽이 무너지면서 업무 협조도 한결 원활해졌다. 최근 노사협의 때 사원 연봉제 도입 문제가 논란이 됐으나, 주말 프로그램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현대카드·캐피탈은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차례 사원 및 가족 대상 지식교양강좌를 열고 있다. 산악인 엄홍길 씨,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 등이 연사로 다녀갔다. 요가 강좌, 와인 품평회, 음악회, 미혼남녀를 위한 연애학 강의, 여름 휴가철 잘 보내는 법도 진행했다. 겨울방학에는 사원 자녀 대상 인성교육캠프도 연다.

사원 가족을 대상으로 주말농장이나 별장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삼성화재와 한국암웨이는 1인당 10평 이하의 주말농장을 분양해 주고 있고, 디아지오코리아는 강원 정선군에 볏짚과 황토, 나무로 지은 생태주택 ‘동강사랑’을 지어 생태교육장으로 쓰고 있다.

푸르덴셜생명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직원들의 레저 활동비 또는 자기 계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회사가 일만 시키는 게 아니라 내 가족의 휴식까지 배려해 준다”는 평가 덕분에 사원들의 긍지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향상된다는 점이 주말 프로그램의 장점. 주 5일제로 업무 강도는 높아졌는데도 조직의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고 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고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전한다.

대웅제약 기획조정본부 김영권(38) 차장은 “일을 통해서는 성취감을, 휴식을 통해서는 재충전과 삶에 대한 만족을 얻는 것을 회사가 배려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와 사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休? “휴~” 일그러진 장밋빛 주말의 꿈

▶ “집에 있자니 짜증…나가면 돈”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가족 여가 보내기 10계명▼

△가족 공동의 관심거리를 마련한다.

△가족을 하나의 동호회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활동한다.

△“나는”으로 시작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의견을 전한다.

△부모가 자녀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같이 해 본다.

△가족을 위해 한 일을 알아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간을 즐기도록 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난다.

△여가 비용을 기록하고 정리해 가족이 공유한다.

△가족들이 집안일과 노동에 대한 책임을 나눈다.

△봉사활동 등 다른 이들을 돌보는 노력을 한다.

자료: 여가문화와 가족·신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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