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40>벌레 충·훼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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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상수(t蟻上樹)’라는 중국 요리가 있다. ‘개미가 나무에 올라가다’라는 이름이라 개미 요리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당면에 잘게 다진 쇠고기를 볶아 넣은 것으로, 당면에 올라붙은 다진 고기가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개미떼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蟻(개미 의)는 개미의 총칭으로 곧이곧대로 부지런히 일하는 의로운(義·의) 곤충이라는 뜻이며, t(왕개미 마)는 말(馬·마)처럼 길고 큰 머리를 가진 개미를 특별히 지칭한다.

이처럼 곤충을 뜻하는 (충,훼)은 갑골문에서 세모꼴의 머리에 긴 몸통을 가진 살모사를 닮았다. 그래서 (충,훼)은 ‘뱀’이 원래 뜻이고, 이후 파충류는 물론 곤충, 나아가 ‘기어 다니거나 날아다니는, 털이 있거나 없는, 딱지나 비늘을 가진’ 모든 생물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러자 원래 뜻은 타(뱀 타·사)를 더해 蛇(뱀 사)로 분화했고, (충,훼)을 둘 합해 s(벌레 곤), 셋 합해 蟲(벌레 충)을 만들었다.

먼저, 뱀류를 말한 것으로, (회,훼)(살무사 훼)는 머리를 치켜든(兀·올) 뱀을, 석(도마뱀 척)은 보호색으로 쉽게(易·이)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생긴 ‘도마뱀’을, 蚓(지렁이 인)은 몸을 구부렸다 펴면서(引·인) 움직이는 ‘지렁이’를 말한다. 또 虹(무지개 홍)은 용((충,훼))이 물을 내 뿜어 ‘무지개’를 만든다는 고대인들의 상상력을 엿보게 한다.

둘째, 벌레나 곤충을 말한 경우로, 蜀(나라이름 촉)은 머리가 크게 돌출된 애벌레를 그려 이후 촉(나비 애벌레 촉)으로 분화했고, 蠶(蠶·누에 잠)은 비단실을 토해내는 하늘(天·천)이 내린 신비한 벌레((충,훼))를 말하며, 蚤(벼룩 조)는 손(r·손톱 조, 爪의 옛글자)으로 벼룩을 잡는 모습이다. 또 수놈은 교미를 마치면 죽고 암놈은 알을 낳으면 죽는다는 ‘매미(蟬·선)’는 목숨을 다해(單·단) 자손을 번식시키는 곤충((충,훼))으로 풀이될 수 있다.

나머지, 蜃(무명조개 신)은 조개(辰·신)에 다시 (충,훼)이 더해졌고, h(전갈 채)는 전갈을 말하며, 蠢(꿈틀거릴 준)은 벌레(s)들이 봄날(春·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대는’ 모습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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