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PD수첩’ 안마업계 실태 조명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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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황선경(34·여) 씨는 20년 넘게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학과 대학원도 마친 그의 꿈은 피아노학과 교수. 그러나 실력에 상관없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얼마 전부터 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 시술법을 가르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안마사로 일해 온 여성 시각장애인 최모(63) 씨. 3, 4년 전부터 일거리가 끊겼다. 아무리 노련한 기술을 갖췄다 하더라도 나이든 여성 안마사를 원하는 손님은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안마업은 성매매와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성산업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안마업은 건강상의 보조요법에서 성(性)상품으로 변질됐고 안마 형태도 늘씬한 미녀를 동반한 ‘탕 안마’로 변하게 됐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여성 안마사 최 씨의 한숨과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26일 방송되는 MBC ‘PD수첩’(밤 11시 5분)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타격을 본 안마업계의 실태를 조명한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마련된 안마시술업이 성산업과 연계된 후 어쩔 수 없이 성매매 종업원이 된 시각장애인들의 이중고를 밝힌다.

현재 맹학교를 졸업한 시각장애인들의 80%는 안마사가 된다. 안마사 자격에 관한 법령인 보건복지부령 153호 3조에 따르면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업종.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출장 마사지’ 등 각종 퇴폐업소들이 전국에 확산되고 유흥자본이 안마시술업계를 장악하면서 일부 시각장애인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성매매 노동자’라는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게 시각장애 안마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존방식도 200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로에 처했다. 안마업이 대표적인 성산업으로 꼽혀 직격탄을 맞았고 다른 생활방도를 찾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은 이중고를 겪는 것. 대구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임모(56) 씨는 “가족이 모두 거리에 나앉을 상황”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한편 안마시술소 개업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해 주는 조건으로 수천만 원씩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안마사협회의 비리의혹도 추적한다. 한 비장애인 안마사는 “3000만 원을 주고 안마시술소 허가권을 얻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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