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은령]‘애국가 저작권’ 해결 미루는 정부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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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작곡자인 안익태(安益泰) 선생의 유족들이 18일 “애국가는 한국민 여러분의 소유”라며 저작권 양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 애국가 저작권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유족들이 저작권을 공짜로 준다는 것인가, 아니면 돈을 주고 사라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유족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안 선생의 외손자 미겔 익태 안 기옌 씨(27)는 이와 관련해 2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 단계에서 유족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한국에 저작권법이 존재하는데 유족들이 무상으로 저작권을 한국 정부에 양도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애국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명백한 답을 준다면 무상 양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나라 국가(國歌) 듣는 데 웬 저작권료?’라는 것은 국민 일반의 공통된 정서다. 유상 양도가 말이 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애국가는 엄연히 ‘한국환상곡’이라는 창작곡에 포함된 개인의 재산이다. 개인의 사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1986년 이래 존재해 온 저작권법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설령 유족이 유상으로 저작권을 넘기겠다고 해도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애국가의 저작권에 대해 법에 따른 해석보다 정서적 접근이 앞서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애국가 관리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의 경우 ‘애국가는 공공재’라고 해석해 저작권 문제의 일괄 타결을 미루어 왔다. 그러나 저작권법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정부가 비영리 목적으로 애국가를 사용할 경우에도 저작권료를 물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안 선생의 유족들이 ‘한국민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대가없이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 정부에 넘긴다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유족의 선택과는 별개로 정부는 저작권법에 근거한 분명한 원칙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 재산을 공공재로 편입하려 한다면 유상이든 무상이든 당사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데, 애국가에 관한 한 지금껏 정부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문화부 관계자의 고백은 법 따로, 의식 따로인 저작권법의 현주소를 정부 스스로 보여주는 일이어서 씁쓸하다.

정은령 문화부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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