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65>子(아들 자)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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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는 갑골문에서 머리칼이 달린 큰 머리와 몸체를 그려 갓 태어난 ‘아이’를 형상화했다. 금문에 들면서 머리와 두 팔을 벌린 모습으로 변했지만, 머리를 몸체보다 크게 그려 어린 아이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 이로부터 子는 ‘아이’, ‘자식’이라는 뜻을, 나아가 種子(종자)에서처럼 동식물의 ‘씨’라는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계사회가 확립되면서 ‘남자’ 아이라는 의미가 되었고, 다시 ‘孔씨 집안의 대단한 자손’이라는 뜻의 孔子(공자)에서처럼 남성에 대한 극존칭이 되었다. 이는 개인보다는 집안과 공동체가 훨씬 중시되었던 시절 그 가문에서 태어나 그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의 지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子는 ‘성인’이 아닌 ‘아이’가 원래 뜻이다. 예컨대 孔은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을 그렸고, 여기에다 손(爪·조)이 더해지면 乳(젖 유)가 된다. 孕(아이밸 잉)은 뱃속에 아이가 든 모습인데 머리와 두 팔이 이미 다 자란 모습이다. 또 字(글자 자)는 집(면·면)에서 아이를 낳아 자손을 불려가듯 점점 ‘늘어나다’는 뜻인데, 文(글월 문)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기초자를 말하는데 비해 字는 이들이 둘 이상 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를 지칭하였고, 지금은 이를 합쳐 文字라는 단어로 쓰인다.

아이의 탄생은 인간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실존적 체험이자 아이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상징이기에 충분했다. 存(있을 존)은 새싹이 딱딱한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才(재주 재)와 子가 결합되어, 아이가 처음 태어남으로써 存在(존재)의 의미를 그린 글자이다. 孫(손자 손)은 원래 子와 (멱,사)(가는 실 멱)으로 구성되어 실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子孫’의 의미를 그렸는데, (멱,사)을 系(이를 계)로 바꾸어 의미를 더욱 명확히 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고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게 된다. 學(배울 학)은 집 안(면)에서 두 손으로 새끼매듭 지우는 법을 아이가 배우는 모습이며, 敎는 아이가 그런 것을 잘 배우도록 회초리로 때리는(복·복) 모습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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