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66>면(집 면)

  • 입력 2005년 2월 22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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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고대가옥의 형상을 따서 만든 글자로, 포괄적인 의미의 집을 뜻하지만, 첫째 집이 가져다주는 안락함, 둘째 집을 중심으로 가족과 가문이 형성되었기에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종묘’, 셋째 그곳이 인간이 생활하는 거주 ‘공간’이라는 의미도 뜻한다.

갑골문에서의 면은 선이 부드럽게 처리되어 황토지대에 지어진 동굴집의 입구를 그렸다. 하지만 금문은 지금처럼 담을 쌓고 그 위로 지붕을 걸쳐 처마를 남긴 구조가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家(집 가)는 반 지하에는 돼지 등 가축이, 위층에는 사람이 사는 특이한 구조를, 宮(집 궁)은 집에 창문이 아래위로 난 높은 지상 가옥을 그렸다.

집은 무엇보다 자신을 지켜주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安(편안할 안)은 여성(女·여)이 집에 있을 때 ‘안전함’을 그렸다. 寧(편안할 녕)은 원래 집안에 그릇(皿·명)이 놓인 모습으로부터 ‘먹을 것이 있음’을 그렸는데, 이후 금문에서 心(마음 심)이 더해져 심리적 ‘편안함’을 강조했고, 이후 소리부인 丁(넷째 천간 정)이 다시 더해졌다. 또 재(災·재앙 재)는 이러한 안식처가 불에 타버리는 것이 ‘재앙’임을 그렸다.

또 면은 ‘종묘’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宋(송나라 송)은 나무(木·목) 위패가 모셔진 종묘를, 宗(마루 종)은 제단(示·시)이 설치된 종묘를, 完(완전할 완)은 성장을 차린 사람(元·원)이 종묘 앞에 선 모습을, 寇(도둑 구)는 적을 종묘로 끌고 와 매로 다스리는(복·복) 모습을, 寬(너그러울 관)은 화장한 제사장((현,한)·완)이 종묘에서 천천히 춤추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그런가 하면 면은 공간의 상징이기도 하다. 容(얼굴 용)은 집(면)과 계곡(谷·곡)이 모든 것을 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받아들임’을 그렸다. 또 宇(집 우)는 ‘처마’를, 宙(집 주)는 ‘대들보’를 뜻하였는데, 고대 중국인들은 대들보와 처마 사이의 빈 곳으로써 확장 가능한 공간을, 철학자들은 더 나아가 宇를 무한히 늘어나는 공간으로, 宙를 극한을 향해 끝없이 뻗어가는 시간으로 인식하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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