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학 박사들이 말하는 ‘가정행복 쌓기 노하우’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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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학 박사 상담원들이 이 시대 남녀의 만남과 사랑, 결혼과 이혼, 육아와 가족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왼쪽부터 박정희 강진경 황은 상담원. 박영대 기자
가족학 박사 상담원들이 이 시대 남녀의 만남과 사랑, 결혼과 이혼, 육아와 가족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왼쪽부터 박정희 강진경 황은 상담원. 박영대 기자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얼마나 많은 운동 경기를 관람했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찬란한 광채 속에서 우리의 영상에 남아있는 것은 사랑했던 우리의 친구와 배우자와 자녀들과 질적으로 얼마나 충만한 관계를 맺었던가에 대한 회상일 것이다.”(미국 부모교육지도자 마이클 팝킨 박사)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는 삶은 이제 옛것이 됐다. 결혼할까 혼자 살까, 동거는 어떨까, 아이는 낳을까, 이혼할까 말까…삶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요즘엔 가족의 양식도 선택의 대상이 된다.

가족문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행복할지 해답을 갖고 있을까.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www.consult.or.kr) 책임연구원 황은 씨(38·여)는 “우리도 해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이론과 상담사례를 통해 터득한 경험을 전해줌으로써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남편의 외도를 알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황 씨는 “아내는 결혼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는데 부부관계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이혼만큼이나 다른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내가 시어머니의 잦은 전화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황 씨는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부부관계에서 새로운 역할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말이 나오려는 순간 입을 막자”고 결심했다는 어떤 시어머니의 경험도 새겨 들을 만하다.

이 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진경 씨(34·여)는 “부부싸움의 양상을 보면 이혼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혼으로 치닫는 부부싸움의 특징으로 △부정적인 말로 싸움을 시작하며 △비난과 모욕, 자기변호와 회피반응이 되풀이되고 △화해의 시도가 매번 실패한다는 점을 꼽았다.

강 씨는 “위기를 통해 성장하듯이 부부싸움이 없다면 죽은 부부관계나 마찬가지”라며 “부부싸움을 잘하면 서로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선임연구원 박정희 씨(39·여)는 불행한 결혼보다 ‘쿨’한 이혼을 제안한다. 이혼이 결혼의 실패지만 인생의 실패는 아니라는 것. 박 씨는 “함께 사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혼 과정과 이후의 삶을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경제적 준비도 당당한 이혼에 꼭 필요합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이혼 전 경제상태를 유지하기 어렵지요. 이혼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이혼을 미루는 것이 낫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행복한 결혼이란 불가능한가. 강 씨는 최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임상경험을 통해 검증된 결과를 요약해 소개한다.

△태어나 자란 가족에게서 배운 경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라―은연중 부모의 좋지 못한 부부관계 패턴을 답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우자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라―체크리스트 참조(자료: 존 고트먼, 낸 실버의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라―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글로 쓴다.

△주기적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져라―제3자가 아니라 두 사람 일만 이야기한다.

△부부 간 문제가 생겼을 때는 두 사람이 해결하라―긍정적인 말로 시작하고 비난하지 말며 화해의 시도를 주고받고 타협한다.

△공유할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라―모험, 권력, 사랑나누기 같은 인생의 꿈을 공유할 수 없더라도 상대의 꿈을 존중하며 그 꿈을 키워나간다.

이들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결혼과 가족관계에 대한 노하우를 담은 ‘여자가 다시 쓰는 결혼이야기’를 펴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나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1.배우자의 친구 이름을 말할 수 있다.

2.배우자가 현재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말할 수 있다.

3.최근 배우자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4.배우자의 인생의 꿈을 몇 가지 들 수 있다.

5.배우자의 종교에 대한 믿음과 생각을 잘 알고 있다.

6.배우자의 인생철학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7.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형제나 친척의 이름을 말할 수 있다.

8.배우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있다.

9.배우자가 좋아하는 영화 3편을 들 수 있다.

10.배우자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11.배우자가 경험한 가장 특별한 사건을 3가지 이상 알고 있다.

12.배우자가 어린시절 경험한 가장 괴로웠던 일을 말할 수 있다.

13.배우자의 가장 커다란 소망과 꿈을 말할 수 있다.

14.배우자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다.

15.배우자는 내 친구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16.둘 중 한쪽이 복권으로 큰돈이 생기면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

17.배우자의 첫인상을 자세히 말할 수 있다.

18.주기적으로 배우자의 주변 일에 대해 듣고 있다.

19.배우자가 나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배우자는 내 소원과 희망을 알고 있다.

※ ‘예’이면 1점, ‘아니오’면 0점.

*10점 이상―당신들은 강하게 결합돼 있다. 배우자의 일상생활과 두려움 꿈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배우자의 눈을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할 수 있는지도 안다.

*9점 이하―결혼생활에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 충분히 대화할 시간이 없든지, 화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연습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대화시간을 마련해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면 관계는 좀더 친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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