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찔끔' 요실금…부부금실이 샌다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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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만 해도 오줌이 찔끔 새요. 냄새가 나지 않을까 민망한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40대 여성 A씨가 용기를 내 비뇨기과를 찾았다. 의사가 물었다. “남편은 이 사실을 아시나요?” 이어진 A씨의 대답. “아무리 남편이라 해도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해요? 부끄럽게….” 다시 의사의 질문. “그럼 남편과의 잠자리는 얼마나 됐습니까?” A씨는 “그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오줌을 찔끔거린다 해서 ‘소변찔끔증’이라 불리는 요실금.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 병이 부부간의 금실(琴瑟)을 무너뜨리는 못된 병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

▽나도 요실금?=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30세 이상 여성 중 41.1%가 요실금 증상을 보인다. 또 나이가 들면 이 비율은 높아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움츠리거나 재채기 또는 기침을 자주 하게 돼 요실금은 더 심해진다.

요실금은 증상과 원인에 따라 크게 ‘복압성’과 ‘절박성’으로 나눈다.

여성의 요실금은 건강한 부부생활에 큰 적이 될 수 있다. 부부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국내 영화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의 한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복압 요실금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웃을 때 소변이 마려운 느낌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새는 것으로 전체 요실금의 50∼80%를 차지한다. 주로 골반 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요도의 기능이 약해져 생긴다. 기침 등으로 인해 배에 힘이 들어갈 때 방광과 요도가 축 처지면서 소변이 새는 것.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

절박 요실금은 오줌이 마렵다고 느끼자마자 곧바로 소변이 쏟아질 것처럼 급박해지는 증세를 보인다. 요실금의 10∼20%를 차지한다. 방광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거나 예민해져 생기며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한다. 성관계 중 항문에 묻어있는 대장균이 요도로 침투해 생기는 방광염도 절박 요실금의 원인.

최근에는 ‘과민 방광증’이 급격히 늘고 있다. 비뇨기과 외래환자의 50% 이상이 이 증세를 보인다. 얼핏 보면 절박 요실금과 증세가 비슷하지만 오줌을 지리거나 염증 증세는 없다. 그러나 하루에 8회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2회 이상 오줌이 마려워 밤잠을 깬다면 과민 방광증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스트레스 등 심리적 원인이나 잘못된 식사습관이 원인이다.

▽부부금실 깨는 몹쓸 병=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비뇨기과에서 최근 요실금 증세를 보이는 30∼70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이 성생활에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4%)이 성적 흥분이 생기지 않는 ‘각성장애’를 호소했다. 질이 건조해지고 성적흥분이 나타나지 않으며 설령 생겼다 해도 곧 사라져 버린다는 것. 성관계 도중 소변이 마려운 기분이 들거나 갑자기 소변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분위기를 망친다는 응답자도 46%나 됐다. 또 성관계 도중 통증을 느끼는 ‘성교통’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도 46%로 나타났으며 36%는 성관계 도중 오줌을 지리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요실금을 치료하면 성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진다. 최근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는 ‘아태 성기능장애연구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변이 새는 증상만 치료해도 성생활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1시간 동안 패드에 69.9g의 소변을 찔끔거린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이프수술(TVT)을 했다. 그 결과 지리는 소변양은 3.2g으로 줄었고 성생활 만족도 지수(100점 만점)가 50.8점에서 60.2점으로 뛰었다.

▽치료하고 예방하자=복압 요실금은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요법이 추천되며 수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항문을 잡아당기는 ‘케겔운동’은 치료법인 동시에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질 안에 원추 모양의 ‘콘’을 집어넣는 보조기구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운동요법으로는 전기자극을 이용한 바이오피드백 치료나 자기장을 골반 근육에 흘려 근육을 수축시키는 마그네틱 치료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수술은 띠 모양의 테이프를 질 안에 삽입해 방광 근육을 강화하는 TVT가 가장 인기가 좋다. 1회 수술로 90% 이상 완치되며 가격은 200만원 내외.

절박 요실금과 과민 방광증은 방광을 안정시키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항콜린 제제를 주로 처방한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방광염이 원인이라면 2, 3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낫는다.

(도움말=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 교수,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비뇨기과 김현우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감출수록 큰병돼요"…방광염,요도증후군▼

요실금과 과민 방광증 말고도 여성을 괴롭히며 부끄럽게 만드는 배뇨 장애는 많다. 흔히 걸리기 쉬운 질환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감추면 병을 키울 뿐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먼저 보고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게 좋다.

▽세균성방광염=요도가 짧고 질과 항문이 가까이 있는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여성이라면 거의 대부분 평생 살아가면서 한두 번은 경험하게 된다. 방광 점막이 세균, 특히 대장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긴다. 신장감염 등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렵거나 자주 소변을 누게 되며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다. 평상시에 아랫배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소변배양검사를 거쳐 원인균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항생제를 복용한다. 만약 1년에 4회 이상 방광염에 걸렸다면 다른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한다.

▽간질성방광염=방광에 세균 감염에 따른 염증이 없는데도 방광염 증세와 허리통증이 있다면 간질성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 병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광점막 표면에 있는 ‘글라이코스아미노글라이칸’이란 보호막이 손상돼 소변이 침투, 방광과 주위조직을 변화시켜 발생한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방광점막보호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클로르팩틴, 질산은 등의 약물을 방광 안에 주입해 치료한다. 방광확대술 등의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성공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일종의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요도증후군=간질성방광염과 증세가 비슷하지만 정도가 덜하다. 요도, 특히 요도괄약근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때로 요도협착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며 신경질환이나 정신적 문제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쓰며 항생제로 치료하기도 한다. 요실금, 과민방광증의 치료처럼 방광훈련법, 전기자극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도움말=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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