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도 동아-조선일보 공격 나서

  • 입력 2003년 10월 13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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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 공영방송 EBS(사장 고석만·高錫晩)가 최근 신설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바로 보기’에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를 받고 있는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 관련 동아 조선일보의 기사를 ‘색깔론을 유포하는 마녀사냥식 보도’라며 비난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MBC 기사는 ‘객관적 보도’로 소개해 편파성 논란이 일고 있다.

EBS는 지난해 예산 999억원 중 KBS 수신료의 일부인 136억원, 방송발전기금 155억원, 정부 보조금 20억원 등 311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다.

EBS는 12일 오후 방영된 이 프로그램에서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된 의혹을 보도한 3일자 동아일보 ‘KBS 정연주 사장 간첩연루 논란’ 기사와 1일자 조선일보의 사설 ‘KBS와 송두율’을 ‘마녀사냥식 보도’로 분류했다. 특히 진행자인 강미은(姜美恩)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는 “정 사장을 간첩으로까지 몰고 가는 내용이 있었다”며 의혹을 다룬 동아일보의 보도를 마치 단정적 보도인 것처럼 말했다.

공동진행자인 최영묵(崔榮默·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책위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수구정당과 일부 언론들이 KBS 죽이기를 통해 자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에 재갈 물리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송 교수 귀국 강행 작심 이유 궁금증 증폭’을 보도한 문화일보 기사를 ‘재탕을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출처 불분명 기사’로 분류했다. 반면 “김철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거나 권력서열 23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도한 한겨레신문 4일자 기사와 2일 ‘김철수는 누구’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를 ‘객관적이고 신중한 분석 보도’로 꼽았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정책과학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기여해야 할 공영방송이 특정집단을 공격하는 정치도구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 프로그램의 양전욱 책임프로듀서는 “진행자들의 분석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방송 내용을 분석해 앞으로 신중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EBS의 고석만 사장은 7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과 관련해 “시사성 있는 주제를 배제하고 미디어에 관한 기본상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 프로그램의 제작방향이 최근 들어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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