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고백과 용서

  • 입력 2002년 12월 5일 16시 11분


양창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친해진 세 여성이 있었다. 편의상 그들을 A와 B와 C로 부르자. 세 사람은 정말 친한 이웃이 돼서 서로 어려운 일도 도와가며 정겹게 지냈다. 다들 잘나가는 남편에 자신도 명문대 출신인 데다가 아이들이 고루 공부를 잘했던 것도 그들의 우정에 한몫 했다. 어느 한쪽이 기울어 공연히 주눅 들거나 샘내거나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우정에 공평함만한 보증도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셋이서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게 됐다. 우아하고 한적한 카페에서 밥도 먹고 술도 조금씩 마셨다. 차를 가져간 A만 빼고. 그날따라 술이 좀 과했던지 B가 취한 것 같았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사실 자기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지방에서 여고 나온 게 전부다, 그동안 기죽기 싫어서 거짓말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러기 싫다 하고 나왔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꽤나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A와 C는 곧 그녀의 처지를 이해했다.

특히 A는 오죽했으면 저러랴 싶어서 몹시 마음이 아팠다. 출신학교가 뭐라고 그것 때문에 상심이 얼마나 컸으면 거짓말을 했으며, 또 거짓말을 해놓곤 그 맘이 어땠을까 싶었던 것이다. C 역시 그 자리에선 A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 후에 보인 처신은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A한테 B를 흉보며 그럴 줄 몰랐다느니, 까맣게 속았다느니 하며 드러내놓고 B를 따돌리고 싶어했다. 사태가 그렇게 돌아가자 B는 크게 상처를 받았고 결국 그걸 잘 견뎌내지 못했다. 우울증이 되고 만 것이다. A는 아무리 위로하고 맘을 써줘도 소용이 없다며 울먹였다. “어쩌다 일이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참 좋은 사람인데, 더구나 그런 얘기까지 한 건 우릴 믿어서였을 텐데….”

사람에겐 양심을 고백하게 만드는 초자아가 있다. 제아무리 뻔뻔한 범죄자도 사형대에 서는 순간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고 하는데, 그런 심리 역시 초자아와 연관이 있다. 하물며 심성이 여린 사람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면 죄책감을 느끼고 고백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다음엔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죄책감에 대해 사면을 원하는 게 또한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니다. “진심으로 이해한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 이제부턴 아무 걱정도 하지 말아라. 네가 어떤 얘길 하든 그것 때문에 우리 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것 뿐이다. 혹시 그런 위로가 필요한 상대가 있는가? 그렇다면 마음을 다하는 것이 좋다.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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