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배명진교수, 에밀레종 '맥놀이 현상' 새롭게 규명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25분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771년 제작·일명 에밀레종) 타종 재개(9일)를 앞두고 신비스런 종소리의 비밀이었던 ‘맥놀이현상’을 새롭게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맥놀이현상은 종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것을 말하며 성덕대왕신종을 타종했을 때 종소리의 여운이 1분 이상 이어지는 것도 이 현상 때문이다. 소리전문가인 배명진(裵明振)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7일 “종의 아래 부위에서 발생하는 둥근 소리의 탄력이 맥놀이현상의 근원”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엔 성덕대왕신종의 무늬 두께 무게의 비대칭 구조로 인해 한 부위의 종소리가 다른 부위의 종소리와 교란을 일으켜서 맥놀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배 교수는 그러나 “유리잔이나 크리스탈잔처럼 주둥이가 오목하고 무늬가 없이 대칭을 이루는 용기에서도 맥놀이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대칭에 의한 맥놀이 발생 이론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성덕대왕신종 아래부분의 오므라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원모양의 종소리가 바로 맥놀이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종을 치면 둥근 종소리가 발생, 수축과 확산을 반복하게 된다”면서 “이 수축과 확산이 종소리의 탄력주기이며 이것이 이어지면서 맥놀이 주기가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의 아래가 오므라들어 있어 소리를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함으로써 여운을 길게 유지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맥놀이와 연결시킨 연구는 없었다.

배 교수는 또 성덕대왕신종의 명문에 있는 ‘일승(一乘)의 원음(圓音)을 들려주기 위해 주조했다’는 내용과 관련, “이 뜻은 종교적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직역한다면 원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뜻으로, 1200여년전 신라인들이 종소리의 근원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교수는 종소리의 맥놀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스테레오 사운드로 녹음해 들어야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동안 종소리 녹음은 모두 모노였다.

성덕대왕4신종 타종을 9일 오전 10시 국립경주박물관 경내에서 거행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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