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비상]의료계-정부 물밑협상…폐업철회 늘어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의료계의 집단폐업 이틀째인 21일 전국 곳곳에서 응급 환자나 임산부들이 병의원을 찾았지만 의료진이 절대 부족해 의료 공백이 계속됐다.

검찰과 공정거래위는 이날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은 병원과 집단폐업 주동자에 대한 수사 및 소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계와 물밑 접촉에 착수, 협상 타결 여부가 주목된다.

의료계도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의약분업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내용을 담은 연구안을 마련 중이어서 금명간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과 격식없이 대화하자는 제의를 의료계에 전달했다. 이종윤(李鍾尹)보건복지부차관은 21일 “의료계가 어떤 내용의 협상안을 갖고 나올지, 또 누구를 대표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으므로 좀 더 기다려 달라는 의견을 정부측에 전해 왔다”고 말했다.

19일 정부와 대화 재개를 선언한 의협은 강온건파로 갈린 내부 이견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으나 대외적으로 정부가 먼저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단폐업 첫날 불안감으로 진료를 미뤘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날 국공립병원, 보건소 및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평소의 2∼3배가 넘는 환자들이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천식 증세를 보이던 70대 노인이 단골로 다니던 동네의원이 문을 닫아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기던 중 사망했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국립의료원에는 담당 의사들이 벌써 지친데다 환자들이 계속 몰려들자 이날부터 6명의 군의관들이 응급실에 긴급 배치되는 등 국공립병원 9곳에 모두 36명의 군의관이 배치돼 진료를 시작했다. 응급진료를 위해 군의관이 민간병원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복지부는 21일 낮12시 현재 전국 의원 1만9455곳 중 91%가 이틀째 폐업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에 비해 1% 포인트 가량인 190여곳이 폐업을 철회한 것으로, 미미하지만 정상 진료기관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이번 주를 불법 폐업 종식을 위한 시민행동 주간으로 선포하고 이날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졌다.

<정성희·송상근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