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맥타가트씨 50년대 수집한 478점 기증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51분


“한국의 문화재를 아무 허락도 없이 미국으로 가져간 것에 대해 한국인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렵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미국인 아더 조셉 맥타가트(85). 몇 년전까지 영남대 영문과 교수였다가 지금은 미국 인디애나주의 고향으로 돌아간 그가 최근 자신이 갖고 있는 한국의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1950년대 대구 지역에서 수집해 미국으로 옮겨 놓았던 신라 가야 통일신라 토기와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478점. 유물은 7일 한국에 돌아온다.

맥타가트는 영남대교수 시절 한국에 대한 사랑과 검소한 생활로 화제와 감동을 불러있으켰던 인물이다. 10년 된 구두 한 켤레, 20년 된 양복 한 벌, 50년 된 골동품 타자기 한 대…. 13평짜리 아파트에서 독신으로 살면서 손수 밥 짓고 빨래까지 했고 그러면서도 월급을 털어 35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정도로 한국인을 사랑했던 미국인. 늘 “100% 순도 총각”이라고 농담하면서 한국인 제자들과 소주를 즐겨 마셨던 소탈한 미국인. 사람들은 그래서 그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불렀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 전쟁 직후인 1953년.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이후 56년부터 59년까지 대구 미국문화원장을 맡았다. 이 무렵 화가 이중섭의 답배 은박지 그림 전시회를 주선하면서 이중섭과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에 기증한 문화재도 그무렵 대구 경북 지역에서 수집한 것들. 신라 가야 토기가 대부분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맥타가트는 60년 전후 이 문화재를 미국으로 옮겨놓았었다. 당시는 문화재보호법(1963년 제정)이 생기기 이전이라서 문화재 반출은 자유로웠던 상황. 그렇지만 남의 나라 문화재를 가져간 것이 늘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있었다.

64년 한국을 떠났다 76년 영남대교수가 되어 한국에 다시 돌아온 맥타가트. 그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다. 97년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맥타가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문화재를 꼭 한국에 돌려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듬해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박물관의 한국인 큐레이터 백금자씨를 만나 이 미술관에 유물들을 위탁 보관해오다 이번에 기증하게 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의 뜻에 따라 이들 문화재를 원래 고향인 대구의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 전시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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