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김영원씨 "박물관의 찬란한 유물들에 푹 빠졌어요"

  • 입력 2000년 1월 12일 02시 06분


21세기 한국의 박물관에도 여성 파워가 일고 있다.

선두 그룹은 최근 경기도박물관장으로 취임한 고고학자 이인숙씨(51)와 국립공주박물관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 전시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미술사학자 김영원씨(47).

이관장은 국내 첫 여성 지방자치단체 박물관장. 국립박물관까지 포함하면 이난영 전국립경주박물관장, 김영원 전공주박물관장에 이어 세번째다.

▼이씨, 지자체 첫 여성관장▼

김과장이 맡은 일은 서울 용산에 새로 짓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관련 담당 업무. 새 천년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박물관의 전시 방향과 디자인 등을 맡은 중책이다.

이들은 모두 불문학을 공부하려다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고고학과(이관장 1967학번, 김과장 1972학번)에 들어가 각각 고고학 미술사를 전공한 선후배 사이. 이관장의 부친은 서울대교수와 강원대총장을 지낸 식물학자 고 이민재 선생이고 김과장의 부친은 서울대교수를 지낸 불문학자 고 김붕구 선생.

이관장은 요즘 경기도박물관을 지방자치단체 박물관의 모델로 발전시키려는 의욕에, 김과장은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을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꾸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념이 없다.

남다른 열성과 집요함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다.

이관장이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한 지 13년 후인 1986년 서울대 박물관 학예사(큐레이터)로 일하면서부터. 그가 경기도박물관 학예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1996년. 김과장은 1975년 학예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와 25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모 권유로 진로 바꿔▼

현재 서울과 지방의 10개 국립박물관의 경우, 전체 학예직 96명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 박물관은 여성이 거의 절반이다. 이들이 박물관에 들어올 때 여성 큐레이터는 손꼽을 정도였다. 그러니 모든 것이 남성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같은 여건에서도 이들이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은 남다른 열정과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열정 남달라▼

이관장의 전공은 고고학 중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문화교류’. 1991년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문화유적을 탐사했을 때 남성 탐사대원을 능가하는 강인함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국도자사를 전공한 김과장도 마찬가지. 도자기 연구는 그 특성상 발굴현장 고문서 등을 수시로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 못지않게 ‘발품’을 파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여성’이기에 앞서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아 오늘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여성 후학들에게도 남다른 도전정신과 전문성을 겸비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