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부모協] 보통사람 210명의 「조건없는 사랑」

입력 1999-02-06 20:08수정 2009-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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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엄마”라고 불렀다. 거짓말과 훔치는 습관으로 늘 실망만 안겨주던 그 아이가…. ‘아들’ 삼기로 했지만 늘 남같았던 그 아이. 이제 진짜 ‘내 아들’이 된 것인가.

주부 김모씨(39·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수양아들 강모군(12)이 얼마전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던 순간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마음의 빗장을 굳게 잠근 채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어느날 마음의 문을 열고 한걸음 다가선것.

김씨의 친 아들은 중학교에 다니지만 두달전부터 강군을 맡아기르고 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실직, 가정이 붕괴된 강군.

김씨는 “수양형제가 생긴 뒤 내 아이들도 옆사람을 배려하는 자세가 길러지는 것같아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직인 아버지의 강요로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던 한모양(8)은 석달전 주부 박모씨(45·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집으로 위탁됐다. 당시 한양은 아버지의 잦은 구타로 멍투성이였으며 얼굴에는 세상을 향한 원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박씨는 “이제는 아들(13)과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재롱을 피우는 아이의 구김살없는 얼굴을 볼 때마다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난으로 각박해져만 가는 세태 속에서도 버림받고 갈곳없는 남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있다.

지난해 4월 발족된 수양부모협회(회장 박영숙·朴英淑·44·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회원 30여명이 그들이다. 대부분 넉넉지 않은 살림속에 친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보통 이웃들이다. 협회의 창립자인 박회장도 미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난 아들 숀(12)이 있지만 4년간 1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돌봐왔다.

지금까지 회원들이 맡아 기르다 친부모 품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18명이고 현재 양육되고 있는 아이들은 25명.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현재 1백80여명이 신규로 회원등록을 했다.

협회는 6일 오전 서울 정동에 위치한 영국대사관 아스톤홀에서 제1회 ‘예비 수양부모 양성교육’을 마련했다.

남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사랑’ 못지않게 중요한 ‘양육기법’을 회원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자리.

이날 1백여명의 회원들은 학계 의료계 민간복지시설의 전문가들로부터 위탁아동의 보호관리와 수양부모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수료증을 받았다.

그동안의 양육경험을 담아 최근 ‘나는 늘 새 엄마이고 싶다’는 책을 펴낸 박회장은 “버려진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전체의 불행”이라며 “이젠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모두가 ‘우리들의 아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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