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면접「멋내기 경쟁」…비중높아지자 외모 신경

  • 입력 1999년 1월 12일 19시 54분


면접이 대학합격을 좌우하게 되면서 수험생 ‘가꾸기’ 특수(特需)까지 생겼다.

올해 이화여대에 지원한 딸을 둔 김모씨(45·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면접시험을 앞두고 80만원 가량이나 썼다. 사실상 면접이 합격을 좌우하는 판에 외모와 인상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40만원짜리 정장과 면접 전날 메이크업 비용 10만원을 들였다. 통통한 편인 딸이 날씬해 보이도록 실내운동기구까지 사주었다.

김씨는 “이 정도는 약과”라며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을 전문 면접상담기관이나 미용학원에 다니게 하거나 코디네이터에게 면접 옷차림까지 문의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에 면접때 ‘잘보이기’경쟁이 대단하다. 각 대학 입학관리과에는 면접을 앞두고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으냐”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의 문의가 하루 수십건씩 쏟아졌다. 또 대학교 앞 미용실과 의류점 등에서는 이들 수험생이 몰려 ‘반짝 경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화여대앞 L미용실 미용사 최모씨(28)는 “면접을 앞두고 지방학생을 중심으로 메이크업을 하러 들른 수험생이 하루 10여명이나 됐다”며 “이들은 ‘화장을 안한 듯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원해 일반 손님들보다 훨씬 손질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최근 수험생들의 면접시험을 안내했던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대학원 조교 김모씨(25·여)는 “화장을 하고 눈썹까지 다듬은데다 ‘오조크’ ‘시스템진’ 등 대학생들이 입을 만한 브랜드 정장차림으로 나온 학생들이 절반 가량이나 됐다”며 “종전에 면접은 ‘형식적으로 얼굴 한번 보이는 것’이라고 여겼는데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자 수험생뿐만 아니라 남자 수험생들도 엷게 화장하고 정장차림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는 것이 면접 교수들의 얘기.

재수끝에 서강대 인문학부에 지원해 12일 면접시험을 치른 정모군(19·서울 서대문구 연남동)은 “부모님과 상의해 정장을 따로 구입하고 면접에 대비해 미용실에서 이발을 했다”며 “외모가 면접점수를 결정짓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면 첫인상을 좋게 보이는 게 유리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임상우(林常友)입학처장은 “높아진 면접반영비율을 의식해서인지 다듬은 듯한 인상을 주는 수험생들이 크게 늘었다”며 “그러나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한 학과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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