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감독 내달 개봉 「까」, 심의 통과할 수 있을까?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12분


남녀 연기자 30여명이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등장하는 영화 ‘까’가 촬영한 그대로 상영될 수 있을까.

최근 두차례에 걸쳐 집단누드 촬영을 한 영화 ‘까’가 ‘원판’대로 공연윤리진흥협의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견감독 정지영이 연출, 11월 중순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중인 이 영화는 92년 모 방송국 신인탤런트 연수교육 과정의 ‘누드실습 파문’을 소재로 한 것.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쓰일 집단 누드 장면은 스타를 향한 허망한 꿈들로 인해 겪게 되는 오해와 갈등을 벗고 새로 태어난다는 극적인 표현을 위해 설정된 장면이다.‘까’에서는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이자 정감독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공진협의 심의기준대로라면 이 장면은 극장에서 상영되기 어려울 전망.

영화상영등급 부여기준 제8조4항에는 ‘남녀의 성기나 음모의 노출’이 있을 경우 상영등급 부여를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나쁜 영화’와 ‘야생동물보호구역’도 등급부여를 거부당한 뒤 음모와 성기 노출 부분을 자진삭제하고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일이 있다. 현재 상영중인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영화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딜리아니의 그림에 음모가 보인다는 이유로 포스터를 다시 찍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공진협의 한 관계자는 “노출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는지는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선정적인 장면이 아니더라도 현 심의에서 노출의 마지막 선인 음모와 성기 노출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감독은 “가장 중요한 기준은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느냐 여부”라며 “그렇다고 판단되면 내 스스로 편집과정에서 수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외설’이라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아직 영화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을 상품화했다는 비난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국민회의가 마련한 영화관련법이 통과되면 심의위원들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검열’제도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 경우 ‘까’는 당당하게 ‘등급외’판정을 받고 등급외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될 수도 있다. ‘까’의 집단누드 장면은 이같은 우리나라의 영화검열사를 낱낱이 ‘까는’ 마지막 영화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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