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내한연주 기상도]관현악 『비』 솔로 『안개』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관현악단은 흐리고 비, 솔로 연주자는 짙은 안개」. 해외 유명연주가들이 꾸미는 98년 한국무대의 공연 기상도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개런티 부담과 문화체육부의 「건당 10만달러 이상 지출 자제요청」으로 공연기획계, 특히 해외연주가 초청업무 담당자의 책상에는 찬바람이 감돈다. 해외 유명 관현악단의 내한연주는 전멸 일보직전.그러나 솔로 아티스트의 무대만을 살펴보면 풍성함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특히 피아니스트의 내한연주는 예년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인다. 공연기획계가 내한공연을 교섭중인 주요 피아니스트는 △라르스 포그트(2월16일)△스타니슬라프 부닌(2월22일)△스테판 코바세비치(3월3일)△발렌티나 리시차(4월24일)△머레이 페라이어(4월27일)△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5월10일)△레온 플라이셔(5월12일)△라자 베르만(6월7일)△콘스탄틴 리프시츠(7월24일)△러셀 셔먼(9월20일)△스테판 블라다(10월15일)△예프게니 키신(10월18일)△올리 머스토넨(11월26일) 등 쟁쟁한 명인들. 해외에서 의욕적으로 활동중인 △백건우(3월25일)△백혜선(3월17일)을 합치면 예년에 찾아볼 수 없던 「피아니스트 러시」가 된다. 이런 피아노붐의 주원인은 관현악단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연이 힘들어졌기 때문. 몇몇 공연기획사는 아예 98년을 「피아노의 해」로 정했다. 물론 사회심리적 위축에 따라 「고정 피아노팬」의 발길이 줄어들 전망이고 「과당경쟁」이라는 비판론도 있으므로 위에 언급된 공연중 상당수는 안개속에 모습을 감춰버릴 전망이다. 그러나 피아노팬의 입장에서는 「단 한명도 잃기 싫은」심정. 오랜 은자(隱者)생활을 거두고 9년만에 모습을 보이는 부닌, 신동출신의 차세대 1인자로 꼽히는 키신, 피아노 교육계와 실내악무대의 거성인 플라이셔 셔먼, 앞서거니 뒤서거니 현대 피아니즘을 이끌어가고 있는 코바세비치 페라이어 아슈케나지 베르만, 신세대 유망주인 포그트 리시차 머스토넨 리프시츠 블라다 등 양보할 수 없는 면면들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성악가들의 무대도 다양하다. 이들은 △소프라노 바버라 보니(9월26일)△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0월12일)△알토 나탈리 스튀츠망(10월26일)△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12월8일)△카운터테너 슬라바(12월중) 등 신진을 졸업해 대가의 길로 들어선 스타들이다. 피아노와 성악부문의 다양한 모색에 비해 해외 관현악단 초청무대는 「고액공연 자제바람」에 묶여 거의 실종되다시피했다. 마크 에름러 지휘로 내한하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3월23일)가 확정단계의 공연으로 눈에 띄며 영국 로열 리버풀 필하모니(10월23일), 러시아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13일)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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