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슈베르트 가곡 6백여곡 축약집 나와

  • 입력 1997년 5월 9일 08시 04분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서른한해라는 짧은 생애에 줄잡아 6백여곡에 달하는 가곡을 남겼다. 쉬지 않고 노래한다면 이틀 가까이 걸리는 분량이다. 「보리수」 「세레나데」처럼 널리 연주되는 곡이 있는 반면 명작의 그늘에 가려져 잊혀진 작품도 적지 않다. 87년 영국의 음반사인 「하이피리언」사는 슈베르트의 가곡작품 전곡을 녹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슈베르트 가곡해석에 명성을 가진 전세계의 성악가를 끌어들여 슈베르트의 탄생2백주년인 97년 완성한다는 내용. 10년을 목표로 세운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 계획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그레이엄 존슨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여러 성악가를 상대해서 반주를 담당하는 한편 모든 앨범의 해설을 작성한다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가 노래한 1집앨범을 필두로 앨범목록이 차례차례 쌓여갔다. 그러나 길은 너무 멀고 힘들었다. 97년 완성 목표도 어긋나고 만 것이다. 당초 목표는 36장의 전집이었지만 현재 빛을 본 앨범은 27장뿐. 가곡집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를 포함해 4분의 1이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하이피리언사는 대신 그동안의 성과를 축약해 한장의 음반으로 내놓았다. 음반의 제목은 「발견의 항해」. 제목은 적절했다. 27장까지의 음반 녹음여정 자체가 슈베르트 재발견의 연속이었다. 한번도 연주된 일 없이 빛바랜 악보속에 숨어 있던 선율과 화음이 생생한 슈베르트의 얼굴로 되살아났다. 「발견의 항해」에 수록된 26곡의 가곡에도 전집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작품과 무명의 작품들이 뒤섞여 있다.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중 하나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로 96년 그라모폰상 성악부문을 수상한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는 이 앨범에서 「아름다운…」중 「나의 것」을 노래하고 있다. 포근함과 예민함이 묘하게 교차하는 보스트리지의 미성은 연인을 얻은 젊은이의 뛰는 듯한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 메조소프라노 사라 워커가 노래하는 「마왕」은 준엄한 나레이터, 유혹하는 마왕, 달래는 아버지, 호소하는 아들을 어우르는 음성연기의 폭넓음이 매력이다. 반면 이 음반에서 같은 사라 워커가 노래하는 「세레나데」는 우리가 흔히 듣는 기타식(式)반주의 세레나데가 아니다. 그러나 남성합창의 반주가 따르는 이 「새로운」세레나데도 귀를 흡족하게 해주는 가곡(佳曲)이다. 이밖에 테너 페터 슈라이어,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 펠리서티 로트 등 이름을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많은가곡명인들이음반을수놓고 있다. 당초 전집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명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는 나이가 많아 노래를 포기,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의 내레이터 역에 만족하기도 했다. 「슈베르트 이디션」으로 명성을 끌어올린 하이피리언사의 음반은 금년부터 그 전모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삼성뮤직이 판매를 담당하면서 이 회사에서 발매된 음반 전부를 수입하기로 한 것. 르네상스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희귀레퍼토리 개발에 강점을 보여온 하이피리언이라 음악팬들의 기대가 크다. 〈유윤종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