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 기자]올초 일본문단 최고권위의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작가 유미리 붐이 출판계에 이어 방송계와 연극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각분야의 유미리 붐▼
지난 1월 재일교포 2세 작가 유미리씨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간된 소설 「풀하우스」(고려원 간)는 발매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 종합집계 14위에 올랐다. 당초 출판사는 초판을 5천부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수상소식을 듣고 2만부로 늘려 발간했다.
그러나 정작 수상작인 「가족 시네마」는 아직까지 국내출판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 현재 판권을 갖고 있는 일본 코단샤(講談社)에 국내 대형출판사들 대부분이 계약을 하자고 달려들어 판권가격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95년 국내 출간됐지만 별 인기를 못 끌었던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도 최근 서점들의 주문이 잇따르자 출판사 한국문원측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라는 광고문구를 덧붙여 새롭게 내놓았다.
서적뿐 아니라 여성지 2월호에서도 일제히 유미리씨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여성동아는 유씨와의 인터뷰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면서 『일본열도에서는 「유미리 인기」에 이어 「유미리 병(病)」이 만연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주간 아사히에는 유씨의 「가족의 표본」 「언어의 레슨」 등이 3년반에 걸쳐 연재되고 있다. 그 자신도 시사주간지 아에라의 표지모델로 등장하는가 하면 NHK는 지난해 「고향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밀양 외할아버지의 고향을 찾는 모습을 등장시켰다.
국내 여성지들은 부모의 별거 가정붕괴 등 아픈 가족사와 「이지메」(학교내에서의 집단따돌림) 등 개인사를 집중 소개, 주부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중학생딸을 둔 김귀옥씨(42·주부)는 『매사에 부모 탓만 하는 아이에게 유미리같은 사람은 오히려 훌륭한 작가가 됐다고 야단쳤더니 뭔가 깨닫는 게 있는 눈치』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수상작 「가족 시네마」를 「신TV문학관」으로 방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번역에 착수했다. 연출은 「길위의 날들」로 호평을 받았던 김홍종씨가 맡을 예정이다.
이같은 유미리 붐을 타고 민중극단(대표 최은미)에서는 유씨의 희곡 「물고기의 축제」를 3월 한달간 정동극장 무대에 올린다.
유씨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이 작품은 지난 92년 일본 희곡부문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시다(岸田)희곡상 수상작. 지난 94년 한차례 국내 공연된 적이 있으며 평론가들로부터 『신인작가의 풋풋함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연극은 아들 후유오의 죽음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12년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후유오의 죽음은 가족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자살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화해에 이르게 된다는 줄거리다.
연출을 맡은 윤광진씨는 『유씨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물고기는 죽을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본능과 부유하듯 살아가는 삶 등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김혜옥씨와 홍경연씨가 바람난 어머니역으로, 이대영씨가 경마에 빠져 집안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역으로 출연하며 노미영 김정석 김정아씨 등 연기파배우들이 참여한다.
▼전문가 분석▼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씨 개인사가 보여주는 「절망속에 피어난 꽃」의 이미지와 뛰어난 작품성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 최은미 민중극단대표는 『스물여덟살된 가냘픈 여자가 극도의 절망속에서 일본 최고의 작가로 성장한 과정은 누가 봐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유씨 자신이 밝혔듯이 중졸 학력에 가족조차 없는 그는 풍요의 시대를 맞아 역설적으로 무소유의 의미와 가정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성장기에 겪은 고통을 객관화시켜 가족부재 사랑불모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려낸 것은 유씨의 장점으로 꼽힌다. 동년배 일본 신세대작가들도 비슷한 화두를 삼고 있으나 유씨만큼 치열성이나 철학적 고뇌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
일본의 연극평론가 이시카와 주리는 『현대 일본연극중에서 유미리와 같이 절실한 창작동기를 가지고 있는 작가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어령씨는 『유씨는 21세기의 특징적 3F로 거론되는 패션(Fashion) 감성(Feeling) 여성(Female)을 모두 지니고 있어 21세기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의 감각에 잘 맞는 인물』이라고 분석하고 『시대흐름을 타면서 문학성과 저력을 갖춘 작가이므로 당분간 유미리 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