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온라인 개학, 교사 역량과 부모 돌봄에만 기대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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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네 차례나 연장됐던 휴업이 끝나고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9일 고3, 중3 학생부터 시작해 16일에는 중고교 1, 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원격수업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원격수업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가 많고 수업의 형식과 내용도 교사 재량껏으로 되어 있어 학생 간 심각한 교육 격차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적으로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은 22만3000여 명으로 조사됐다. 교육당국은 이들에게 13일까지 스마트 기기를 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부모가정 맞벌이가정 등 학생들의 원격수업을 관리할 어른이 없거나, 조손가정 다문화가정처럼 온라인서 소외된 계층이라면 기기를 나눠준다 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애 학생들 역시 원격수업이 어렵다. 이처럼 학교의 돌봄이 절실한 아이들에게는 학교를 개방해 온·오프라인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의 인프라나 교사의 능력·열정에 따라 교육 격차가 벌어질 것도 우려스럽다. 교육당국은 세 종류의 원격수업을 인정하고 있다. 줌(Zoom)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EBS 강의처럼 미리 녹화한 강의를 활용한 콘텐츠 활용 수업(단방향), 과제로 수업을 갈음하는 과제 수행 수업이다. 학교와 교사 사정에 따라 원격수업을 경직되지 않게 운영한다는 취지이지만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이 고르지 않게 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EBS를 포함해 원격수업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실시하고 이를 중간·기말고사 등과 연계하는 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어제 원격수업이 어려운 초등 1, 2학년은 EBS방송을 활용토록 하기로 했다. 나머지 학년도 부실한 수업을 강행하느니 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원격교육의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단순한 지식전달에서 벗어난 수업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혁신에서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이다. 공정한 교육 기회, 균등한 교육의 질부터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온라인 개학#조손가정#다문화가정#맞벌이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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