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대비책 강화
서초구는 특이민원 대응 전문관 채용
중구-용산구, 보안관 상주하며 응대
성동구는 ‘복합 민원 조정’ 시범 도입
“아파트 주민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구청이 나서서 말려야지, 공무원들은 일 안 하냐?”
“오토바이가 시끄럽게 달려서 잠을 잘 수 없으니 구청 직원들이 밤에 나와 단속해라.”
서울 서초구로 수시로 접수되는 민원의 일부다. 전화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막말이 섞인 무리한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서초구청 공무원들은 최근 이런 ‘악성 민원’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었다. 서초구가 지난달 3일부터 도입한 ‘특이민원 대응 전문관’ 제도 덕분이다.
● 악성 민원 대응 전담 인력 도입
정부는 ‘악성 민원 대응 지침’을 통해 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반복 민원 발생 시 응대 중단과 퇴거 요청, 경찰 협조 요청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거나, 막무가내 민원인에 휘둘려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서초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이민원 대응 전문관을 도입했다. 반복 민원이나 폭언·폭행 등 악성 민원 대응을 지원하는 전담 인력으로, 상황별 대응 기준을 안내하고 현장 대응까지 함께하는 역할을 맡는다. 악성 민원이 반복될 경우 응대 시간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요령도 제시한다.
첫 전문관으로 채용된 이일호 특이민원 대응 전문관(62)은 30년간 감사원에서 민원 대응과 지자체 민원 감사를 담당한 ‘민원 전문가’다. 이 전문관은 “악성 민원으로 판단되면 15분 응대 기준 시간 이전에도 통화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 등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며 “민원인이 구청을 방문하면 함께 대응하고, 한 달 사이 7건의 악성 민원 상담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관은 민원 대응뿐 아니라 공무원의 응대 방식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그는 “민원인이 구청을 직접 방문한 경우 공무원의 잘못이 있다면 신속히 사과해 상황이 악성 민원으로 번지지 않도록 이야기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안정감을 갖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민원 매니저 만들고 대응 훈련까지
악성 민원은 다른 자치구에서도 공통된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1∼2023년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에 대한 위법행위(악성 민원)는 13만1097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4만 건 이상이다.
서울시 중구는 2월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민원안내보안관을 기존 3개 동에서 7개 동으로 확대 배치했다. 민원안내보안관은 민원실에 상주하며 방문 민원을 안내하고, 폭언·폭행 등 위험 상황 발생 시 공무원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용산구도 민원안내보안관과 유사한 ‘안심보안관’을 4개 동에서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6개 동으로 확대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12월 폭언·폭행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실시해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성동구는 여러 부서가 얽힌 복합 민원을 한 번에 조정하는 ‘민원 매니저’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부서 간 협의를 총괄해 처리 기간을 줄이고, 단순 민원이 장기화되며 악성 민원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박민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단순 항의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신문고 등 다양한 플랫폼을 악용하거나 공무원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중앙정부 지침을 법제화해 현장에서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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