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요구, 자기네 노조원을 더 채용하라며 벌이는 노동단체들의 시위가 되살아나고 있다. 가뜩이나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받던 건설업체들은 공사 기간과 비용이 더 늘게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방치할 경우 집값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에도 악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월례비는 2023, 2024년 정부의 집중 단속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요즘 다시 나타난 관행이다. 대형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관례적으로 임금과 따로 지급되던 돈이다. 전체 현장의 작업 속도를 좌우하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별도의 보상을 요구하고, 이에 맞춰주지 않으면 일부러 천천히 작업하는 ‘태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하청업체들은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월 수백만 원의 월례비는 물론이고, 공사가 한 단계씩 진척될 때마다 요구하는 공정 단계별 추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하고 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다수의 상급 노조들이 자기 노조 소속의 조합원을 더 뽑으라고 하청기업, 현장소장을 압박하기 위해 벌이는 시위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 간 폭력으로 번지는 일이 적지 않은 노조 간 세력 다툼은 ‘건폭’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부조리한 관행이 돌아온 직접적 원인은 노조의 금품 수수, 공사 방해, 채용 강요 등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노동위원회는 ‘노조 간 갈등 가능성’을 이유로 하청 노조들의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속속 인정하고 있다. 한 공사 현장의 소속이 다른 하청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길이 열리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커졌다.
월례비, 노조원 채용 강요는 한국 건설업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시대착오적 관행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 구조가 악화된 데다, 중동 사태와 고환율로 건설자재 가격 폭등의 충격까지 받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어려움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와 상생하고 협력해야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불법 행위까지 눈감아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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