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유치원(영유) 금지 대책’으로 불린다. 일부 격앙된 학부모는 “이제 영유까지 통제하냐”, “왜 아이들의 학습 자유를 막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국민신문고에 반대 민원을 넣거나 지방선거에서 표로 보여주자는 부모도 있다.
교육부는 만 3세 미만은 ‘인지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3세 이상은 하루 3시간(주 15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학원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정의한 인지 교습은 국어, 영어, 수리 등 지식 습득이 목적인 학원의 주입식 강의다. 교육부는 인지 교습 기준이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영어유치원에서 이뤄지는 내용 중 인지 교습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만 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영유아 대상의 과도한 레벨테스트를 지적하며 교육부 장관에게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사교육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해도 교육부의 틀어막기 식 규제는 여러 문제가 있다.
영유아 대상의 교육은 놀이와 학습을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알파벳 쓰기를 매일 일정량 채우게 하는 행위는 안 되고, 경적 소리에 맞춰 점프하며 ‘beep’라는 단어를 배우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대부분의 학원에서 영어를 무한 반복 쓰기로 가르치지 않고 노래, 율동, 체육, 미술 등을 접목한다. 집중 시간이 짧은 영유아를 주입식으로 종일 앉혀 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분 단위로 어디까지가 놀이식이고 주입식인지를 가리는 건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3세 이상은 3시간까지만 인지 교습을 하라고 강제한다면 허용되는 시간 내에 성과를 내려고 더 강도 높은 학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학원 중에서는 교육 과정을 쪼개 방과후 반을 운영하거나 과제를 더 많이 내줄 수도 있다. 지금도 영유 숙제를 봐주는 학원이나 과외가 따로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유가 금지되면 여전히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음성적인 고액 과외가 횡행할 수도 있다. 어린이집이나 일반 유치원에 자리가 없어서 혹은 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기려고 영유를 택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선택권도 침해한다.
일부 영유의 과도한 선행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4세 고시’의 부작용은 눈감을 수 없는 문제다. 아이의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는 과도한 사교육은 교육부 설명처럼 학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려고 영유를 획일적으로 틀어막는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사교육 문제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정부와 입장을 같이해 온 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 모두 이번 대책을 두고 “변칙적 사교육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한 이유는 분명하다.
공교육에서 채워지지 않는 다양한 학습 욕구와 돌봄 수요를 사교육에서 채우겠다는 부모가 여전히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안은 내놓지 않고 그저 규제만 하고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라는 탓만 하고 있다. 교육부는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영유에 보내는 학부모와 학원,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대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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