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노숙’ 캄보디아 여성, 집으로 보내준 손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4일 04시 30분


韓남성과 이혼뒤 김해 시장서 전전
경찰이 항공료 등 지원해 고국으로
가족들 “가슴 아팠는데 다시 만나”
주한대사, 경찰관에 감사장 전달

캄보디아 국적의 40대 여성(오른쪽)이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자신을 도와준 경남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외사특화팀 송주은 경감과 포옹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캄보디아 국적의 40대 여성(오른쪽)이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자신을 도와준 경남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외사특화팀 송주은 경감과 포옹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제공
“극한의 곤경에 처한 우리 시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준 숭고한 역할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쿠언 폰 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는 12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열린 캄보디아 전통 명절인 ‘촐츠남’ 행사에 경남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외사특화팀 경찰관들을 초청해 감사장을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캄보디아 대사가 한국 경찰관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한 건 장기 노숙으로 범죄에 노출됐던 캄보디아 여성을 경찰이 무사히 고국의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13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국적의 40대 여성은 경남 김해시 동상동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약 1년 반 동안 노숙해 오다 최근 경찰의 보호 조치를 받고 안전하게 귀국했다. 이 여성은 2024년 10월부터 김해 동상시장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고, 시장 상인들로부터 “외국인 여성이 장기간 노숙을 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유관 기관과 함께 지원에 나섰다.

경찰 확인 결과 이 여성은 당초 결혼 이주 여성으로 경기 수원에 정착했다. 그러나 10여 년 전 한국인 남성과 이혼한 뒤 주거지와 생계 수단이 없어 길거리 생활을 이어오다 김해로 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해 일대는 중소 공장이 밀집해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 여성은 시장 거리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외사특화팀 내에 ‘보호 솔루션팀’을 꾸렸고, 지난달부터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원을 시작했다. 이달 초 응급 입원 조치를 통해 창원의 한 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한 데 이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과 협력해 긴급 비자 발급 등 행정 지원을 진행했다.

민간 단체들도 도움에 나섰다. 경남경찰청 국제협력정책자문협의회는 항공료와 생활비 등 100만 원을 지원했고, 경남이주민센터는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과의 연락을 도왔다. 담당 경찰관들이 인천공항까지 이 여성과 동행했고, 결국 그는 7일 캄보디아로 무사히 귀국해 가족과 재회했다.

이 여성의 가족들은 이주민 단체를 통해 “노숙 사실을 알면서도 데려올 수 없어 마음이 아팠는데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보호 솔루션팀’에서 활동했던 송주은 경감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새 옷과 여비를 전달했는데, 그 돈을 고국에서 며칠 동안 꼭 안고 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경찰 생활 중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경남경찰청#노숙자 지원#외국인 노동자#보호 솔루션팀#귀국 지원#이주 여성#국제 협력#사회 복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