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학대-이주 아동 무료 법률지원… 우리 도움 필요없는 사회 됐으면”

입력 2021-12-02 03:00업데이트 2021-12-02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비영리 공익변호사 단체 ‘두루’
법무법인 지평 후원으로 운영… 장애-아동-국제 인권 등 법적지원
아동 체벌금지 법제화 운동 주도… 이주 아동 밀집지역서 인권 교육
“아이들은 사회의 중요 구성원…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배려해야”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김진 변호사와 법무법인 지평의 김영수 변호사. 이들은 아동·청소년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공항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난민 신청을 거절당해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갇힌 아프리카 대륙 출신 A 씨와 가족들. 1년 2개월가량 갇혀 지내 ‘한국판 터미널’로 불렸던 이들은 한국 땅을 밟고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가족들은 국내 난민 관련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다. 법적 조력을 진행한 곳은 법무법인 지평의 후원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두루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김진 변호사와 법무법인 지평의 김영수 변호사를 만났다. 사단법인 두루는 2014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변호사 단체다. 행복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법무법인 지평이 후원하고 있으며 김지형 전 대법관이 이사장을 맡았다. 장애 인권, 아동·청소년 인권, 국제 인권, 사회적 경제, 환경 등의 분야에서 법률 자문, 법제도 활동, 소송 등을 진행했다. 강정은, 김진 변호사는 특히 아동·청소년 인권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김영수 변호사는 두루의 감사를 맡으며 활동을 지원한다. 이들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낸 사례를 들어봤다.

○아동·청소년 위한 법 개정 및 법적 지원 나서

사단법인 두루는 올해 초 아동 체벌금지 법제화를 위한 입법 운동을 통해 민법에서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전까지는 민법 제915조에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조항은 아동에게 가하는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돼 왔다. 강 변호사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아동의 의사에 반하는 징계는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개정이 이뤄졌다”며 “징계권 삭제로 아동학대가 한 번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월부터는 행복얼라이언스, 경기 안산시, 법무법인 지평과 함께 안산 원곡동 이주 아동을 위한 법률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곡동은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 약 790명 등 이주 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주 아동의 경우 부모 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더라도 조력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노출된 상태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두루는 유관 기관 및 단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아동 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권리 침해를 받는 이주 아동을 대상으로 필요 시 소송을 포함한 법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동 법률 지원 필요 없는 세상 오도록”

아직까지 우리나라 아동권리는 갈 길이 멀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태어난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자랄 권리’가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아동보호시설에서 가출했다는 이유로 소년 재판을 받고 2년간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은 B 양(당시 15세)을 만났다. B 양은 가출을 하고 몰래 휴대전화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소년 재판에 회부됐다. 강 변호사는 “이 아이가 가정에서 생활했다면, 지지해 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을 당했을까 안타까웠다”며 “태어난 가정에서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주 아동의 인권도 여전히 그늘에 있다. 김진 변호사는 난민 지위가 인정된 A 씨 가족 중에 아동이 있었음에도 공항에 방치됐던 사례를 들었다. 그는 201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 심의에 참석했을 때 “너무 부끄러웠다.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법적 조력을 받은 아이들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김진 변호사는 얼마 전 안산에 정착한 A 씨 가족을 만나고 깜짝 놀랐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말을 정말 빨리 배웠다”며 “요즘 아이들이 쓰는 유행어를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아동이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수 변호사는 얼마 전 서울 시내에 있는 아동보호시설 한 곳을 다녀오고 마음이 아팠다. 아동보호시설을 둘러싸고 생긴 아파트의 주민들이 시설 아이들이 이용하는 야외 수영장과 운동장에 소음이 심각하다며 민원 제기를 한 것이다. 그는 “아이들을 지지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나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변호사의 바람은 우리 사회에 법률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김진 변호사는 “아동 한 명, 한 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런 지원이 필요 없는 아이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