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잡지도 젊어야 산다” 2030 팬덤 만들기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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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가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환경보호 미션 수행해야 참가 가능
20, 30대 위주 참여로 열기 후끈
민음사 문학잡지 ‘릿터’ 최신호… 순문학 대신 유튜브 주제로 선정
젊은 독자 끌어들이려 변화 시도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클럽 창작과 비평’ 라운지에서 회원들이 황정아 문학평론가와 함께 계간 창작과 비평을 읽은 후 감상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19로 요즘은 온라인 모임을 한다. 창비 제공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클럽 창작과 비평’ 라운지에서 회원들이 황정아 문학평론가와 함께 계간 창작과 비평을 읽은 후 감상을 나누고 있다. 코로나19로 요즘은 온라인 모임을 한다. 창비 제공
“지구를 지키면 무료로 문학잡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창비는 최근 ‘클럽 창작과 비평’ 네 번째 기수 회원을 모집하며 이런 홍보 문구를 앞세웠다. 클럽 창작과 비평은 창비가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1966년 창간 이후 문학계의 담론을 이끌던 문학잡지 ‘계간 창작과 비평’의 영향력을 되살리기 위해 2019년부터 운영해 지금까지 5500여 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문학잡지를 읽고 서로 감상을 나누기 위해 이 모임에 참가한다. 1일 활동을 시작한 네 번째 기수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제출하는 등 환경보호 미션도 수행한다. ‘독서랑 환경이 무슨 상관?’ 혹은 ‘1만5000원짜리 문학잡지를 무료로 읽기 위해 부가활동까지 할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덕에 이번 기수 대부분인 1500명이 환경보호 미션에 참여했다. 강서영 창비 홍보부 기획홍보팀 과장은 “참여자 중 20대가 60%, 30대가 30%가량을 차지한다”며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문학잡지의 새로운 독자로 유입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문학잡지들이 20, 30대를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련된 편집을 중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클럽 창작과 비평처럼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미션을 주고 이를 달성하면 메모지나 노트 등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엔 문학평론가나 작가와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했다.

문학잡지가 택하는 주제 역시 젊어졌다. 민음사의 문학잡지 ‘릿터’는 지난달 펴낸 최신호에서 유튜브 내러티브를 다뤘다. 유튜브 세계에서 어떤 이야기가 흥하고 망하는지를 분석했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어린이 영상 등 유튜브 콘텐츠의 성공 요인도 따져봤다. 순문학을 다루던 기존 문학잡지와는 다른 행보다.

릿터는 민음사가 1976년부터 만든 ‘세계의 문학’을 2015년 폐간한 뒤 2016년부터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펴낸 격월간 문학잡지다. 주제로 유튜브를 선정한 것도 20, 30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박혜진 민음사 문학2팀 차장은 “릿터의 주 구독자인 20, 30대들은 삶과 밀착한 주제를 다뤄야 호응한다”고 했다.

문학잡지가 젊은층을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건 위기의식 때문이다. 1970, 80년대에 각종 사회적 논의를 이끌던 문학잡지의 파급력은 급격히 작아진 지 오래됐다. 과거 평론가와 작가만의 공간이었던 문학잡지들이 독자 친화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문학잡지 문화가 아예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 스스로 충성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2015년부터 은행나무가 펴내고 있는 문학잡지 ‘악스트’의 백다흠 편집장은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해 문학잡지를 함께 읽는 서포터스를 올해부터 모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성이 창비 계간지출판부장은 “문학잡지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클럽 창작과 비평을 운영한 이후 젊은 독자가 늘어났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문학잡지#팬덤#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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