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영험한 ‘할매신’이 산다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3-09 03:00수정 2021-03-0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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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부산 마을신앙 조사
기장군 등 155곳서 마을제 열려
1월 26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서 스님과 당산제 보존회원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모습. 제사 음식은 1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모두 나눠 먹는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100명 넘는 마을 주민들이 한 제사상 앞에 모였다. 이들은 ‘할매신’을 모신다. 마을에서 신성시하는 산에 모여 “이고을 골매기 할매당산신 산왕대신님(이 마을 액을 막아주는 할매당산신 산신님)”을 왼다.

옛날 얘기가 아니다. 바로 2021년 ‘대한민국 제2의 수도’ 부산에서 열린 일이다. 매년 음력 12월 14일(올해 1월 26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서는 할매신에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감전동은 일제강점기 때 만든 위패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7년간 제문을 읽어 온 이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심인택 감전동 당산제 보존회장(67). 심 회장은 “이날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집 기둥에 새끼줄을 매달아 부정을 쫓고 마을의 애경사에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부산 민속 문화의 해’를 맞아 2019년부터 2년간 부산 16개 구군 전 지역의 마을 신앙에 대해 조사했다. 부산은 155곳에서 마을제가 열리고 있다. 가장 많이 전승되는 곳은 기장군과 강서구, 해운대구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정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38)은 “부산은 광역지자체 중에서 마을제가 가장 많이 전승되고 있다”며 “동해안과 남해안 해안 마을은 생업 때문에 신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마을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부산이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편적으로 모시는 신은 서낭신(할매신 할배신), 산신, 용신, 장승(솟대)이다. 특히 “○씨 할매” “골매기 할매”로 불리는 할매신을 주신으로 모시는 제당이 13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할매와 할배를 같이 모시는 제당은 29곳으로, 이는 남녀신이 부부관계를 맺어야 마을이 풍요롭다는 주술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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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제를 주관하는 ‘제주(제관)’는 주로 이장이다. 예로부터 마을제를 지내기 전 마을 회의에서 부정이 없는 높은 연배의 인물을 선정해왔다. 그러나 마을에 사고가 발생하면 제관이 지탄을 받게 되는 탓에 주민들이 제관이 되기를 꺼리면서 주로 이장이 맡게 됐다. 최근에는 제주가 고령이어서 절에 제를 맡기는 등 의례의 불교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부산#영험#할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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