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섬유연구기관 ‘내부 갈등’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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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섬유개발硏 원장 해임 놓고 “악의적으로 경영평가” 노사 갈등
원장 장기 공백 패션산업연구원은 “대구시가 부당 개입” 의혹 폭로

대구 동구 봉무동 한국패션산업연구원. 2018년부터 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경영상의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제공
대구 동구 봉무동 한국패션산업연구원. 2018년부터 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경영상의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제공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섬유연구기관들이 내홍을 겪고 있다. 섬유업 쇠락에 따른 경영 악화뿐만 아니라 기관장 해임과 선임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구 서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8일 오전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강혁기 현 원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사 12명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이 10표 나왔다. 강 원장이 지난해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해임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전임 원장들의 평균 점수는 80점대였지만 강 원장은 56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취임한 강 원장은 이듬해 평가에서는 약 80점을 받았다.

섬유개발연구원 노조는 이사회가 강 원장 해임을 밀어붙이기 위해 고의로 낮은 점수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원장 경영 평가는 이사회가 자체 시행한다. 이번 평가에서는 이사장이 지정한 5명이 강 원장에게 평가 점수를 낮게 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평가 핵심 요소인 지난해 경영 실적은 사실 좋은 편으로 안다. 악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사회가 강 원장의 업무 성향을 믿지 못하고 신뢰 관계가 나빠져 해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강 원장은 취임 후 경영 정상화에 집중했다. 이사회가 연구원 사정을 빠짐없이 보고받기를 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강 원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관계가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섬유개발연구원 이사회는 원장의 선임 및 해임, 조직 개선, 정관 개정 등의 권한이 있다. 따라서 이번 해임 결정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회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원장을 해임하는 것은 섬유개발연구원 존립과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강 원장 해임을 강행한 이사회 전체의 사퇴를 촉구했다. 섬유개발연구원은 원장 대행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본부장급 5명 가운데 이사장이 지정하는 1명이 올해 11월까지 원장을 대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동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조는 대구시가 신임 원장 선임 과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 연구원의 원장은 2018년부터 공석인 상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추천위원회는 지난달 8일 서류 심사에서 4명을 합격시켰다. 하지만 1명이 채용 비리와 건물 임대 특혜 등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 전면 재심사를 결정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대구시 관계자가 개입해 특정 후보자 선임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를 받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재심사 결정 다음 날 대구시의 담당 사무관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A 후보자를 선임하라는 경제국장 지시 내용을 전달했다고 제보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를 어기면 연구원 지원 사업을 공모로 바꾸겠다고 했다. 시가 예산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이미 대구시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원의 한 간부는 “대구시가 올해 초 지원할 예정이었던 디자인육성사업 예산 16억 원을 지급하지 않고 어떠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미루고 있다. 지난달 직원들은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조는 성명서에서 “수사기관은 대구시가 원장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일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원장추천위원회 이사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노조의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원장 선임 절차상)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경북#섬유연구기관#내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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