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대차 관행 지각 변동, 집주인-세입자 갈등 줄일 보완책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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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신고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의 전격적 도입으로 임대시장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월세 계약은 기본적으로는 법률행위지만 한편으로는 수십 년간 이뤄져온 생활 문화다. 이런 것을 하루아침에 국민들에게 바꿀 것을 강요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이 충분한 예고나 사전준비 없이 밀어붙인 결과다.

집주인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졌으니 외국처럼 분쟁의 소지가 적을 세입자를 가려 받으려 할 것이고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깐깐해진 계약조건 때문에 거주기간 중 수리비, 퇴거 전 원상복구비 등 명확한 규정이 없이 관행으로 처리돼오던 사안들이 법적 분쟁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세입자로서는 4년간 주거 이전이나 임대료 인상 걱정을 덜 수 있지만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주거비 부담이 올라갈 우려도 없지 않게 됐다.

전월세신고제는 여당이 법안은 통과시켰지만 가격 데이터베이스, 신고관리 등 관련 시스템을 갖출 시간이 부족해 내년 6월에나 시행된다. 갱신이 아닌 새 계약에서는 비교할 이전 가격이 신고돼 있지 않으니 적용할 기준이 없는 셈이다. 결혼, 직장 이전 등으로 당장 새로운 셋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자들은 매물도 귀하지만 갑자기 오른 가격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소지가 커졌다. 실제로 올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가 작년 7월에 비해 40%나 줄어들 정도로 매물이 씨가 마른 가운데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임대차법은 금융실명제나 그린벨트 해제처럼 정보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제도와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국민들이 바뀐 제도에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점차적으로 확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임대차 3법 처리는 여당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면서 그런 준비와 절차가 모두 생략됐다. 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 혼란’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더 큰 혼란을 불러오기 전에 현장을 점검하고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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