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절차상 가능해진 日 징용기업 자산 현금화… 파국 방관할 건가

동아일보 입력 2020-08-03 00:00수정 202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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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내일(4일 0시)부터 가능해진다. 2018년 10월 30일 일본제철(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근 2년 만이다. 손해배상을 위한 일본제철 재산압류 명령의 공시송달 기한이 만료돼 언제든 매각 절차가 시작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산 현금화 조치는 그간 한일관계의 시한폭탄이라 불려왔다. 일본 정부는 벌써부터 2차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 강화,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이 거론되고 추가 관세 부과와 송금 규제 카드도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강제징용 판결은 지난 2년간 한일 갈등의 진앙이 돼 왔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수출우대국’ 제외라는 1차 보복에 나서자 한국도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중단 등 대항 조치에 나섰다. 앞으로 자산 매각이 실행되면 대립과 갈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공시송달 기한이 만료됐다고 해서 곧장 자산 현금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2022년 봄 대선,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도 하락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양국 정권의 한일관계 방치 행태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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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간 인식은 그 간극이 매우 커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양국 정치 지도자들이 한일 갈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 도쿄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이제 정부 차원의 타개책은 요원해 보인다”며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과 한국인 피해자가 화해를 모색하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양국 지도자가 결단을 주저한다면 지난해 잠시 진행됐던 의회 및 원로들의 대화라도 재개해야 한다. 또한 양국 내에서 각각 여야를 망라해 중도 성향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공론의 장을 마련해 해결책을 토론한 뒤 양국 대표가 만나서 서로의 방안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혀보는 방식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대로 감정만 내세우며 시간을 끄는 것은 피차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일본#징용기업#현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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