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대하듯 환자 돌봤던 딸” “누구보다 사명감 강했던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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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
독도 환자 이송하다 숨진 영웅들… 스크린에 모습 뜨자 곳곳서 울음
경찰-소방관-군인 등 15명 수상… 유명 달리한 7명은 유족이 참석

하늘나라 아빠 생각에… 23일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고 이상무 경위의 아들 윤성 군(7)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남편과 함께 경찰의 길을 걸어온 이 경위의 부인 김지형 경사가 “아빠처럼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을 옆에서 위로하고 있다. 이 경위는 2018년 10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하늘나라 아빠 생각에… 23일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고 이상무 경위의 아들 윤성 군(7)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남편과 함께 경찰의 길을 걸어온 이 경위의 부인 김지형 경사가 “아빠처럼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을 옆에서 위로하고 있다. 이 경위는 2018년 10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다른 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중앙119구조본부 다섯 영웅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지난해 10월 31일 독도에서 긴급 환자를 소방헬기로 이송하다 순직한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뜨자 시상식장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상 수상자들을 대신해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고 박단비 소방교 대신 단상에 오른 아버지 박종신 씨(57)는 입술을 꽉 깨물고 연신 눈가를 훔쳤다. 어릴 때부터 소방대원을 꿈꿨던 딸은 부모의 반대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대원이 된 뒤엔 집에서도 연습에 매진할 정도였다. 박 씨는 “눈을 감고 다시 떠도 항상 딸이 어른거린다”며 “부모를 대하듯 환자를 돌봤던 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고 서정용 검사관은 주변에서 묵직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동료인 안병우 항공정비실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늘 할 일을 충실히 했던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고 이종후 부기장은 3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였다. 동료들은 그를 몸을 사리지 않고 희생정신이 강한 대원이었다고 칭찬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해난구조요원으로 꼽혔던 고 배혁 소방장의 아버지 배웅식 씨는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제복상을 받은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구조대의 최문호 경장(31)은 지난해 서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과 어선이 충돌했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했다. 바다에 빠진 화물선 선장을 구조하고 응급조치를 해 귀한 생명을 구했다. 최 경장은 “선장님이 깨어나 ‘감사하다’고 했을 때 저야말로 살아나 주셔서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 김용필 준위(56)는 1983년 헬기 정비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37년간 전투헬기를 조종해왔다. 김 준위는 육군 현역 조종사 중에서 최다 무사고 비행 1만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준위의 부인 박차순 씨(56)는 남편이 혹시라도 위험한 일을 겪을까 봐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박 씨는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군 생활을 한 남편이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박종배 경감(51)은 “저 혼자 특출하게 잘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이 함께한 덕분”이라며 겸양했다. 박 경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3000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을 가로챈 7개 조직을 붙잡아 244명을 구속시켰다.

박 경감은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의 가정이 무너지거나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범인 검거가 곧 범죄 예방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다”고 했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부산 기장경찰서 김양진 경위(49)는 2018년 10월 마을버스에서 압축천연가스(CNG)가 유출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조하다 가스 중독으로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갔다. 5년 전에는 술에 취해 택시 운전사를 폭행하며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제압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다. 김 경위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워낙 위험해 구급대원들도 현장 진입을 만류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참 아찔했던 순간”이라며 회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모두 15명의 영예로운 제복을 입은 경찰과 소방관, 군인 등이 상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수상자 가운데 7명은 유명을 달리해 유족들이 대신 참석했다. 일민미술관에서 차분하게 치러진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방지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제복상
김태근 소령(해군 6항공전단 627비행대대)
김용필 준위(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
박종배 경감(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신영환 경위(전북지방경찰청 고창경찰서 흥덕파출소)
서왕국 소방장(인천영종소방서)
최문호 경장(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구조대)

◇위민경찰관상
故이상무 경위(경남지방경찰청 김해중부경찰서상동파출소)
국승옥 경위(전북지방경찰청 익산경찰서 생활안전계)
김양진 경위(부산지방경찰청 기장경찰서 일광파출소)

◇위민소방관상
故박찬희 소방령(소방청)

심사위원

한덕수 전 국무총리(심사위원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용민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 기자
#영예로운 제복상#시상식#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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