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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마케팅의 귀재[이은화의 미술시간]〈118〉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0-07-02 03:00업데이트 202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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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년.
‘부자들의 마지막 취미는 미술품 수집’이란 말이 있다. 세 번째 저택과 전용기, 요트까지 사고 나면 미술품 구입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예술에 대한 열정이든 박애정신이든 과시욕이나 투자 목적이든 거부들 중에는 미술품 수집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영국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거부 수집가나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술가 중 한 사람이다. 2004년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븐 코언은 허스트의 방부액에 절인 상어 작품을 800만 달러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동물 사체 이용에 대한 비난과 논쟁이 컸지만 이 작품으로 허스트는 39세에 작품 값 100억 원대의 스타 작가가 됐다.

2007년 런던 개인전에 선보인 그의 신작은 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백금 주물로 뜬 사람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메멘토 모리’ 조각이었다. 이마의 다이아몬드는 무려 52캐럿짜리였다. 실제 해골과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작품 재료로 사용된 것도 논란거리였지만 5000만 파운드(약 980억 원)라는 가격이 더 화제였다.

작가는 제작비만 1200만 파운드가 든 이 조각의 제작사가 130년 전통의 런던 보석상 ‘벤틀리&스키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예약제 소수 관람만 허용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극대화시켰다. 조지 마이클 같은 유명인들이 작품 구입에 관심을 보인다고 언론에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연 작품은 팔렸을까? 공개 두 달 후 허스트는 개인이 아닌 익명의 투자 컨소시엄에 작품이 팔렸다고 밝히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라는 권좌에 스스로 올랐다.

투자의 귀재들은 미술로서의 상어나 해골의 가치보다 허스트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했을 것이다. 허스트는 그들의 관심과 돈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의 귀재인 것이다. 4600억 원의 자산가가 된 그는 여느 부호들처럼 미술품 수집에도 열정적이다. 2015년 런던에 자신의 갤러리까지 연 허스트의 소장품은 현재 3000점이 넘는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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